'시한폭탄'된 민간임대 계약 만료…5년내 4만가구 쏟아진다

[곳곳서 사업자·임차인 분쟁]
49개 사업장 중 32곳 수도권 몰려
내년에만 1.1만가구 계약만료 예정
임차인 우선 분양권·낮은 가격 요구
사업자는 분양가 책정 자율성 강조
명확한 기준 없어 제도적 보완 필요



2020년 6월 입주한 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 동남지구 ‘대성베르힐1·2차’. 이 단지의 입주민은 올 10월 대성건설과 디에스건설을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최초 민간임대 입주자 모집 당시 건설사가 시세보다 20% 낮은 가격에 분양 전환한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사 측은 이와 관련 “계약서에 명시한 내용이 없고 전용 84㎡ 기준 평균 4억 5000만 원 수준의 분양가는 적절하게 산정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차인 반발이 거세지자 건설사 측은 결국 분양가를 2000만 원을 낮췄지만, 임차인이 주장하는 분양가보다 여전히 7000만 원 이상 높다. 조정이 결렬될 경우 입주민들은 분양가 인하 소송이나 분양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2030년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이 전국에서 약 4만 가구에 달하지만, 분양전환방법이나 분양가 산정 등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임차인이 연합회 단체를 발족하며 건설사를 압박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사업자 자율성이 훼손돼 향후 민간임대 사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안정적인 임대시장 관리를 위해 분양전환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총 49개 사업장에서 2030년까지 3만 9430가구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의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이 중 32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내년 말까지는 전국 12개 사업장에서 총 1만 1059가구 임차인이 사업자와 임대 연장 또는 분양 전환 결정을 협의해야 한다. 문제는 임대 연장 또는 분양 전환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임차인과 임대 사업자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임차인 측은 우선 분양권과 낮은 분양가격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사업자 측은 일반 분양과 시세 수준의 분양가 적용 등 분양전환 방식의 자율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주 ‘대성베르힐1·2차’와 비슷한 사례는 수도권 곳곳의 임대주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서희스타힐스’ 임차인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전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임대 기간 만료 이후 분양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분양가에 동의하지 않는 임차인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최초 분양가로 10년 후에 입주할 수 있다는 조건을 믿고 기다렸으나 감정평가액이 너무 높게 산정됐다”는 입장이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A2-13블록 ‘위례포레스트사랑으로부영’ 단지 역시 임차인과 건설사 간 갈등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의무 임대 기간의 50%를 지나 조기 분양을 추진한 지난해부터 임차인과 사업자인 부영그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임차인은 이 단지의 부지가 LH 공급택지인 만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부영 측은 “임대주택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분양 전환 세부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이같은 갈등이 지속될 예정이어서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나마 이달 10일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e편한세상 테라스위례’의 사업자는 임차인에게 임대 2년 추가 연장과 무주택 임차인 우선 분양, 감정평가를 통한 분양가 산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HUG 관계자는 “무주택자 주거 안정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이 합의안이 합리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다만 임차인과 사업자가 이를 수용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과 건설사 간 자율적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임대 주택의 목적이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건 맞지만, 의무 임대 기간 만기 도래 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분양 전환 시 방식이나 분양가 산정 등에 대해 사전에 미리 규정해야 추후 분쟁 소지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분상제 적용하라" "10년 전 분양가로 하라"… '시한폭탄'된 공공지원 민간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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