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금주령 깨지나…사우디, 일부 외국인 상대 판매 허가

고소득 외국인 상대 판매 시작
1951년 이후 주류 전면 금지

지난달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논알콜 맥주를 따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류 판매가 엄격히 금지돼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부유한 외국인 거주자를 대상으로 술 판매를 조용히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20일(현지 시간) 사우디 당국이 외국인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주류 판매 대상을 제한적으로 확대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지난해 1월 수도 리야드의 외교단지에 문을 연 비(非)무슬림 외교관 전용 주류 매점이 최근 ‘프리미엄 거주권(이크마)’을 보유한 비무슬림 외국인에게도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거주권은 사우디 정부가 의사·엔지니어·투자자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주류 판매 대상 확대에 대한 공식 공지는 없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입구에 길게 줄을 서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매장 외관에는 주류 판매를 알리는 표식이 없고 휴대전화와 카메라 반입이 금지돼 있으며, 이용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분 확인도 매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외교관과 프리미엄 거주권을 보유한 외국인을 제외하면 사우디 시민과 일반 외국인은 여전히 주류를 구매할 수 없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는 1951년 건국 군주 압둘라지즈 국왕의 아들 미샤리 왕자가 만취 상태에서 영국 외교관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 이후 주류를 전면 금지해 왔다. 이로 인해 술을 마시려는 사우디인들은 바레인 등 인접 국가로 여행을 가거나 주류 밀수, 불법 자가 양조에 의존해 왔다. 최근에는 사우디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거나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무알코올 맥주 등 대체 음료를 소비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를 한때 극도로 보수적이었던 사우디가 추진 중인 자유화 실험의 최신 사례로 평가했다.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구상인 ‘비전 2030’에 따라 종교적·관습적 금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2018년 여성 운전 허용을 시작으로 대중가수 콘서트 개최, 공공장소의 엄격한 남녀 분리 완화, 영화관 개장, 관광 비자 발급 등 폐쇄적 규제가 최근 수년간 잇따라 완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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