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강화도에서 발생한 물고기 집단 폐사와 관련해 하천 수질 오염 정도가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산업단지와 맞닿은 구간에서는 유기 오염 지표가 ‘매우 나쁨’ 기준의 수십 배에 달해, 폐수 유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인천시 강화군에 따르면 하점면 목숙천 일대 3개 지점에서 수질 성분을 분석한 결과, 2곳에서 총유기탄소(TOC)가 ‘매우 나쁨’ 수준(8㎎/L 초과)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산업단지와 하천이 연결된 구간에서는 TOC가 600㎎/L로 측정돼 기준치의 75배에 달했다. 하천 중간 지점의 다른 한 곳에서도 21㎎/L로 ‘매우 나쁨’ 판정을 받았다.
TOC는 물속에 녹아 있거나 부유하는 모든 유기물질을 탄소량으로 환산한 수치로, 하천의 유기 오염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수질 등급은 TOC 기준으로 3㎎/L 이하는 ‘좋음’, 5㎎/L 이하는 ‘보통’, 8㎎/L 이하는 ‘나쁨’, 8㎎/L 초과는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환경단체는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자연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혜자 인천물과미래 대표는 “하천 오염도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결과”라며 “외부에서 하수나 폐수가 대량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수질 분석은 강화군 의뢰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했으며,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강화군은 TOC가 급격히 상승한 배경을 밝히기 위해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인하대학교에 폐사 어류에 대한 정밀 분석도 요청한 상태다.
앞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하점면 목숙천과 송해면 다송천 일대 약 3㎞ 구간에서는 붕어, 잉어, 가물치, 메기 등 10∼30㎝ 크기의 어류 3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두 하천은 상·하류로 연결돼 있다.
송해면 주민들은 인근 산업단지에서 유출된 폐수가 하천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안효철 송해면 당산리 이장은 “지난 7월에도 비슷한 집단 폐사가 있었고, 당시에도 악취가 심했다”며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하천에서 이런 일이 반복돼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목숙천 인근 산업단지에는 공장 3곳이 폐수 배출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으며, 이 가운데 1곳은 자체 폐수 배출시설을 운영 중이고 나머지 2곳은 폐수 처리를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화군 관계자는 “폐사체 분석 결과와 산업단지 현장 조사 등을 종합해 집단 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며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