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로 와인랙을 만들기까지, 기능이 아니라 감정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확장해 왔습니다.”
김문철 구글 디자이너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구글 본사 하드웨어 디자인팀에서 스태프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온도조절기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제품으로 성장한 ‘네스트’에서 근무했으며, 네스트가 구글에 인수된 이후 ‘구글 네스트’로 통합돼 다양한 홈 디바이스 디자인을 맡고 있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스피커와 스트리밍 디바이스, 시큐리티 카메라, 온도조절기 등 구글 네스트 전반의 하드웨어 제품을 다룬다.
그가 대표 프로젝트로 꼽은 제품은 ‘구글 네스트 카메라 아웃도어 배터리’다. 기존 시큐리티 카메라에 배터리를 적용한 제품으로,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후발로 진입했다. 김 디자이너는 “‘네스트의 첫 배터리 카메라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받던 중 컵과 받침의 비율이 벽에 부착되는 카메라 마운트와 바디의 관계처럼 보였다”며 “집 안 오브젝트에서 출발한 형태 언어를 카메라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제안은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제품 설계 과정에서는 사용 환경을 세분화해 검토했다. 벽에 설치된 상태뿐 아니라 분리해 실내로 가져오는 상황, 책상 위에 놓이는 장면까지 가정했다. 김 디자이너는 “카메라가 사용자를 바라볼 때 느껴질 수 있는 심리적 부담까지 고려했다”며 “각 상황을 점검하며 형태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지니어 설득 과정에서도 디자인 의도를 시각화해 공유했고 내부 구조 설계 논의에도 참여했다.
그는 최근 회사 밖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는 “회사 프로젝트와는 다른 방식의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싶었다”며 “필요가 있는 곳이라면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첫 개인 프로젝트는 철제 인테리어 액세서리 브랜드 ‘산로’와 협업한 와인랙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체감한 와인 소비 문화와 국내 젊은 세대의 소비 확대 흐름을 반영했다. 김 디자이너는 “집 안에 놓일 수 있는 오브젝트라는 점에서 접근했다”며 “기능을 우선하되 브랜드의 양산 구조와 결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보안 카메라와 와인랙은 용도는 다르지만 접근 방식은 같다고 그는 말했다. 사용 환경을 가정하고 필요한 장면을 정의한 뒤 형태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김 디자이너는 “디자인한 제품이 실제로 쓰이고 도움이 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돌이나 목재 등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