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리브스메드(491000)가 상장 직후 차가운 시장 반응을 마주했다.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지만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 흐름을 보이며 시장 기대와 온도차를 드러냈다. 공모 과정에서 제기됐던 고평가 논란에 더해 기관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상장 직후 수급 부담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리브스메드는 상장 첫날인 24일 공모가(5만 5000원) 대비 5400원(9.82%) 하락한 4만 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규 상장 종목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아 마감한 것은 지난 8월 그래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상장 이틀째인 26일에도 주가는 4만9700원에 머물며 반등에 실패했다. 시가총액도 1조 2267억 원으로 공모가 기준 산정된 예상 시총(1조 3564억 원)을 하회했다.
리브스메드의 부진은 이달 상장한 에임드바이오(0009K0)와 알지노믹스(476830)가 연일 강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임드바이오는 상장 첫날 공모가의 네 배에 해당하는 ‘따따블’을 기록했고 알지노믹스 역시 상장 5거래일 만에 공모가 대비 600% 넘게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리브스메드의 주가 부진 배경으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제기된 고평가 논란과 제한적인 기관 수요를 꼽는다. 회사는 IPO 과정에서 메드트로닉, 스트라이커, 인튜이티브서지컬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을 비교군으로 제시하며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최대 규모이자 2023년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 상장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은 사례였다.
다만 비교기업들이 수십조 원대 시가총액과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를 웃도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글로벌 기업인 반면, 리브스메드는 지난해 25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성장 단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수요예측 결과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리브스메드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31.9대 1로 올해 기술특례 상장 기업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17%에 그쳤고, 이 중 6개월 이상 확약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에임드바이오와 알지노믹스의 확약 비율이 70%대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리브스메드는 세계 최초로 상하좌우 90도 회전이 가능한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을 개발한 기업이다. 기존 일자형 기구가 60~70도 회전에 그쳤던 것과 달리 360도 회전이 가능해 복잡한 수술 환경에서도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혈관봉합기, 스테이플러, 복강경 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리브스메드가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글로벌 사업 확대로 기업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조 단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진정한 검증은 이제부터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