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M&A 43.8조로 늘었지만…토종PEF 빅딜 '단1건' [시그널]

에어리퀴드, 4.8조에 DIG 인수
KKR·어피니티·EQT 등도 활발
삼성전자 8년만 조단위 딜 복귀
토종 PEF는 투자 심리 위축
[시그널 2025 리그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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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토종 사모펀드(PEF)들의 움직임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자본이 주요 딜을 휩쓴 가운데 그나마 삼성전자(005930)와 두산 등 대기업의 M&A DNA가 깨어나면서 ‘빅딜’을 만들어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2025년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국내 M&A 시장 내 거래 완료 기준 건수는 총 357건, 거래 규모는 43조 82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완료 기준 33조 5690억 원 대비 거래 규모가 30% 증가했다.


해외 기업과 글로벌 PEF가 시장의 양적 팽창을 이끌었다. 프랑스 기업 에어리퀴드가 4조 8500억 원을 베팅하며 올해 ‘최대어’로 꼽힌 DIG에어가스를 품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리뉴원·리뉴어스를 1조 7300억 원에 인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 롯데렌탈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더존비즈온은 EQT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펼친 것도 해외 자본의 국내 공습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오랜 기간 잠행을 이어왔던 ‘거인’ 삼성전자가 깨어난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유럽 공조 업체 플랙트그룹을 2조 6000억 원(약 15억 유로)에 인수하며 8년 만에 조 단위 M&A의 포문을 열었다. SK㈜의 SK실트론 지분 70.6%에 대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는 두산이 선정됐다.


반면 토종 사모펀드들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LG화학(051910) 수처리사업부를 1조 40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조 단위 딜은 사실상 전무했다.


외국계, 작년의 2배 '왕성한 빅딜'
상위 거래서 7.6조 풀어 28% 달해

올해 인수합병(M&A) 업계는 해외 기업, 사모펀드(PEF)가 대어를 휩쓸어갔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삼성·한화·두산·태광 등 국내 기업의 투자 본능이 되살아났다. 내년에는 해운과 방산·유통 기업 매각에서 국내 기업과 PEF의 활약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2025년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M&A와 외부 지분 거래 상위 10위에서 해외 기업과 PEF의 비중은 27.7%(7조 6200억 원)로 2024년 14.4%(2조 3200억 원)보다 2배 증가했다. 올해 전체 거래량은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 1분기 5조 4630억 원에서 4분기에는 18조 8928억 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해외 자본의 침투와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하반기 활발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상반기 느슨했던 분위기는 DIG에어가스를 4조 8500억 원에 인수한 프랑스 기업 에어리퀴드로 인해 급변했다. 호주의 인프라 전문 PEF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이번 매각으로 2조 원 이상 차익을 챙겼다.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은 주로 구조조정을 위한 매각이 우선이었고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EQT파트너스 등 미국·유럽계 PEF가 국내 대형 PEF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베인캐피털은 HS효성이 매각하는 타이어스틸코드 인수를 위해 막판 협의 중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롯데렌탈을 1조 7847억 원에 품에 안기로 했다. SK그룹에는 KKR이 나서 SK에코플랜트 폐기물 처리 자회사를 1조 7300억 원에 가져갔다.


해외 PEF는 중견기업 인수에도 왕성한 의욕을 보였다. 화장품 용기 제조사인 삼화를 8000억 원에 인수한 KKR, 준오헤어의 기업가치를 8000억 원으로 인정한 블랙스톤의 투자는 국내가 몰라본 가치를 확인한 거래였다.


이 같은 해외 기업과 투자자의 독식은 규제 강화 움직임에 국내 PEF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고환율로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투자자를 자문해온 한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제조 역량을 눈여겨본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면서 “이들은 의무공개매수제가 결론이 나면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상장사까지 인수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총 19조 HMM·홈플 등 매물 나와
삼성전자·두산 등도 통큰 베팅 재개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기업의 의미 있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간편결제 1위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이 글로벌 4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와 주식 교환을 통해 이뤄진 인수는 거래 후 기업가치만 20조 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 두 건의 거래에 총 5조 원을 투입했는데 유럽의 공조 기업 플렉트그룹과 독일 ZF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연이어 인수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이 유럽 중장비 기업 바커노이슨과 기업가치 5조 원으로 평가받는 SK실트론 인수 협상을 진행하며 매각에서 인수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태광그룹 역시 애경산업 인수에 성공했고 한화는 3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인수 작업에 나서면서 호주 방산 기업 오스탈의 최대주주(지분 19.9%)에 오른 것을 포함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한화생명(벨로시티) 등에서 잇따른 투자 소식을 전했다.


내년에는 시가총액 기준 19조 원인 HMM 매각이 가장 관심사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업은행 보유 지분만 약 7조 원 규모로 포스코·동원 등 대기업은 물론 하파그로이드 등 해외 해운 업계도 여전히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지부진했던 홈플러스 매각은 익스프레스만 우선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에는 매각이 본격화하는 엠앤씨솔루션과 율곡 등 국내 방산 기업과 한화그룹의 지속적인 방산업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마티아스 미드라이히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이 23일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하는 협상안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법률자문 김앤장
금융 삼일PwC 1위

올해 국경을 넘는 거래가 늘면서 자문 업계는 외국계 증권사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금융 자문은 삼일PwC가 2~5위를 합친 거래액보다 많은 실적으로 압도적 1위를 수성했다. 애경산업·준오헤어 매각 등을 자문한 삼정KPMG는 2위 자리를 지켰다. 3위 JP모건은 리멤버컴퍼니 매각, 4위 모건스탠리는 한온시스템 매각, 5위 UBS는 두산비나 매각에 참여했다. 삼일과 삼정은 회계 자문에서도 1·2위에 이름을 올렸고 3위는 딜로이트안진, 4위는 EY한영이 차지했다.


법률 자문은 DIG에어가스 매각을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1위를 유지한 가운데 2위인 세종, 3위인 광장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세종은 내년 완료 예정인 두나무·네이버 거래에 율촌·화우와 함께 참여하면서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광장은 SK그룹의 매각 거래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고 태평양은 LG그룹의 매각 거래를 도우며 4위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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