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주택 매물 잠김의 세가지 ‘덫’

김상용 건설부동산부장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2월 이후 46주 연속 상승하면서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상품이 출시된 후 주택 수요가 증가한 까닭이다. 또 윤석열 정부의 소극적인 주택 공급 정책의 여파가 주택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에 2024년까지 주택 공급 101만 가구를 약속했지만 실제 성과는 50.79%(51만 3000가구)에 머물렀다.


특히 수도권에 56만 가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41.2%(23만 1000가구) 달성하는 데 불과했다. 서울은 목표치(19만 가구)에 크게 못 미친 3만 5000가구만을 공급해 목표 달성률이 18.4%에 그쳤을 정도다. 공사비 인상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주택 공급의 활로를 찾지 못한 것이 현재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주택 가격 불안을 잡기 위해 조만간 대규모 공급 정책을 발표할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서울 지역 주택 공급 계획만으로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서울에 아파트를 신규로 건설할 부지가 부족한 데다 각종 인허가와 주민 협의 등을 거치다 보면 공급 계획 발표에서 입주까지 최소 7~8년 이상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도 결혼과 학업 등의 이유로 서울 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38%에서 지난해 40%에 달할 만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묶인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하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울 경우 12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양도세는 과세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12억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된다. 다만 매년 보유 기간(4%)과 거주 기간(4%)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를 장기보유특별공제 형태로 공제받는다. 바로 이 때문에 12억 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한 후 가격이 오르면 최소 10년간 보유와 거주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매물이 잠기게 된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주택 투기를 막겠다며 도입한 거주와 보유 기간에 따른 양도세 강화안이 주택 잠김 효과만 초래하고 있다.


은퇴 후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주택도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인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주택 소유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택 소유자 가운데 60대의 비율은 23%로 50대(25.3%)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70대도 12.6%여서 60·70대 비율이 전체의 35.6%에 달한다. 이들이 서울의 주택을 매도하고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퇴로가 막히니 매매보다 증여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매물 잠김 효과만 부채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의 증여 목적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5934건) 대비 25.3%(1502건) 증가한 7436건에 달했다.


외국인 증여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도권 여러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자 외국인의 주택 증여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9~11월 서울 공동주택을 증여받은 외국인 수는 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명(2.2배) 증가했다. 전체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외국인의 증여 건수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급증하는 서울 주택 수요를 막기 위해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의 매물 유인에도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한번 집을 구입하면 10년 동안 매물로 나오지 않고, 양도세를 우려한 노인층의 보유 주택이 매도 대신 자녀에게 증여되는 매물 잠김 효과를 풀어낼 묘수를 찾아야 한다. 집값이 요동칠 때마다 공급 대책만을 반복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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