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이 늘어날수록 집값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수도권 주택시장은 통화량 변화에 다른 지역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한국은행이 통화량 증가를 집값 상승 요인으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하는 점은 통계적으로 부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재영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이 공동으로 수행한 ‘가계부채와 관련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경제적 효과’ 연구 결과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통화량 증가율은 전국 주택가격지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통화량에 대한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수도권 주택가격을 설명하는 변수로 △통화량(M2) △수출물량지수 △수입금액지수 △소비자물가지수 등이 함께 고려된 가운데 이 중 통화량의 계수가 1.38로 가장 높았다. 이는 M2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약 1.38%포인트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서울은 현금 비중이 높고 비대출 수요도 상당해 통화량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 있다”며 “경기도 등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은 유동성 여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서울 및 수도권 주택 가격과 음(-)의 계수를 보였다. 연구진은 물가 상승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키워 대출 부담 우려를 높이면서 주택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통화량과 집값 간의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통계적으로 M2가 유의한 변수인 것은 맞지만 통화량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수출·수입 지표나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의미 있는 설명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