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1건 대신 개인대출 20건…“서민금융 초심 지켜나갈 것”

[우리동네 마을금고] <20·끝> 대전남부새마을금고
수시로 지역 돌며 자금수요 파악
모든 직원 참여해 대출여부 결정
자산 5년만에 2배 늘어 1700억

조민호 대전남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대전 중구에 위치한 본점에서 금고를 소개하고 있다. 신중섭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본격화했던 2023년. 적지 않은 금고들이 신음하던 시기에도 대전남부새마을금고는 수익성 부문 최우수금고, 자산 건전성, 유동성 부문 우수 금고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성과는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PF 대신 가계·자영업자 대출 등 일반대출을 꾸준히 취급한 덕분이었다. 같은 20억 원이라도 PF 대출을 하면 1건만으로 실적을 채울 수 있지만 수십 건의 가계대출을 내주는 것을 택한 것이다. 회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자금 공급이라는 상호금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조민호 대전남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험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대출을 꾸준히 쌓아가는 구조를 선택했다”며 “당장의 수익성만 보면 쉬운 길이 있지만 그 방향이 새마을금고 본연의 정체성과 맞는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남부 금고는 지역 기반의 관계형 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살려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공을 기울인다. 임직원들은 수시로 지역을 돌며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거래 고객의 자금 수요를 꼼꼼하게 파악한다. 상담 과정에서 파악한 타 금융기관 대출금리나 조건 등 정보는 내부에서 공유해 대출 전략에 반영한다.


대출 심사에는 전 직원이 함께 참여해 차주의 상황을 다방면으로 검토한다. 부실을 줄일 목적도 있지만 최대한 차주의 상황을 헤아려 필요한 곳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 이사장은 “여신 담당자 혼자 판단하지 않고 직원 회의를 통해 가능 여부를 검토한다”며 “회원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가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금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일반대출을 꾸준히 늘리며 수익 기반을 다진 덕분에 조 이사장 취임 전인 2019년 12월 말 932억 원이던 자산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1709억 원으로 늘었다. 5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 6월 말 현재 연체율은 3.6%,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억 5827만 원을 기록했다. PF 없이 이뤄낸 성과다.


지역 밀착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화 강좌와 복지사업,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주민 접점을 넓혀왔다. 특히 2013년부터 운영 중인 금고 내 북카페는 지역 주민들의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서민금융이라는 초심으로 돌아와 지역사회에 금고 수익을 환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외환위기에도 공적 자금 투입 없이 이겨냈던 금고 본연의 단단한 힘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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