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NFC로…비대면 기부문화 확산

올해 디지털 기부액 317% 급증
종교계 앱·태그 결제 도입 잇따라
개신교 신자 20% "온라인 헌금"

30일 서울 중구에 마련된 구세군 모금함에 시민이 기부금을 넣고 있다. 박민주 기자

30일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마련된 구세군 모금함에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자 'NFC 간편결제' 시스템이 열렸다. 박민주 기자

30일 오후 2시께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유동 인구가 오가는 서초구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연말을 맞아 터미널 지하상가 한 편에도 복지재단 구세군의 모금함이 마련됐다. 연말이면 종을 흔들며 기부를 알리는 구세군의 모습이 익숙하지만 올해는 새로운 풍경이 더해졌다. 빨간 현금 모금통 위에 스마트폰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통해 디지털 기부를 할 수 있는 ‘NFC 자선냄비’가 설치된 것이다.





현금 사용이 줄고 카드·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기부 문화도 디지털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금 결제가 일반적인 종교계에서도 디지털 기부 방안을 모색하는 등 손쉬운 기부·헌금을 위해 모금 방식도 진화 중이다.


올해부터 구세군은 NFC 기반의 ‘원태그 스마트기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2020년 QR코드 방식의 기부를 시작한 데 이어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구세군 NFC 스마트기부 시스템 갈무리

실제로 이날 구세군 NFC 자선냄비에 본지 기자의 스마트폰을 가까이 두자 결제 페이지로 화면이 빠르게 이동했다. 신용카드부터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를 선택하자 별다른 로그인 절차 없이 5000원을 기부할 수 있었다. ATM에서 현금을 뽑고 기부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손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구세군 모금을 돕던 자원봉사자 30대 최 모 씨는 “기부자 10명 중 1명은 QR코드나 NFC 자선 기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세군의 디지털 기부액도 크게 늘었다. 구세군에 따르면 QR코드·NFC 등 디지털 모금 방식으로 기부된 금액은 2022년 12월 한 달간 약 500만 원이었지만 이듬해 같은 기간 700만 원으로 집계된 데 이어 지난해는 1200만 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12월 1일~29일)는 디지털 기부액이 380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변화는 현금 대신 카드와 디지털 결제를 선택하는 개인이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의 월평균 현금 지출액은 32만 4000원으로 2021년 대비 3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지출 비중도 2022년 21.6%에서 17.4%로 줄어들었다.


현금 기부가 일반적으로 여겨지던 종교 단체에서도 디지털 방식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개신교 내 사회 데이터를 분석하는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한국교회 트렌드 2026’에 따르면 개신교인 응답자의 20.6%는 십일조, 감사 헌금 등을 온라인으로 송금한다고 밝혔다. 최근 3년 대비 올해 헌금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도 응답자의 5.3%가 ‘온라인 헌금이 가능해져서’를 꼽았다. 실제로 개신교 교회 일각에서는 계좌 이체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거나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디지털 헌금을 확대하고 있다. 가톨릭에서도 ‘가톨릭 하상’ 앱의 ‘가톨릭 페이’ 기능을 통해 현금 없이 봉헌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NFC 방식처럼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기부 단체의 다양한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경기 악화로 정기 후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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