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GM의 내수 판매·수출·생산 실적이 일제히 고꾸라지며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4개 신차 투입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미국산 모델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저조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 공장은 2023년 이후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한 데다 친환경차 생산 계획도 전무해 글로벌 생산거점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1만 5000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로 최대 실적을 낸 2016년(18만 275대)과 비교해 12분의 1 수준으로 내려 앉는 것이다. 지난해 1~11월 내수 판매량은 1만 3952대로 전년 동기보다 39.4% 급감했다.
문제는 단순 실적 악화가 아닌 한국GM의 장기 침체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했던 2018년(9만 3317대) 처음으로 10만 대를 밑돈 뒤 2019년 7만 6471대, 2021년 5만 4292대, 2024년 2만 4824대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회성 부진을 넘어 한국GM의 내수 사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고관세 여파로 수출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 생산량의 90%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의 지난해 1~11월 수출 물량은 39만 58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쪼그라들었다. 내수·수출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생산량도 같은 기간 41만 1579대로 7.3%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연간 생산량은 약 45만 대로 총 생산능력(약 50만 대) 대비 공장 가동률은 9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2018년 정부 지원을 받으며 ‘연간 50만 대 생산’을 약속했지만 2024년(49만 4072대)을 제외한 대부분 기간에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GM은 올해 산하 브랜드인 GMC·뷰익을 통해 4개 신차(GMC 3개·뷰익 1개)를 선보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반등 모멘텀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 공장을 통한 신차 생산 없이 미국 공장에서 역수입한 뒤 국내로 판매하는 전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22년 경차 스파크와 2024년 중형 세단 말리부 생산을 각각 중단했지만 2023년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끝으로 신규 차종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생산 계획도 돌연 철회하면서 친환경차 생산 라인 역시 갖추지 못하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한국GM을 둘러싼 ‘한국 철수설’이 올해에도 반복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국면에서 수입 모델만 고집하는 사업 전략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환율 상승 부담을 수입 모델에 반영하면 가격 경쟁력 약화를, 한국GM이 부담하면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하이브리드차 등 신차 생산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