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을 노린 ‘비트코인 ATM(자동입출금기)’ 피싱 사기가 기기 보급 확산과 더불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비트코인 ATM을 통한 사기 피해 신고액은 3억 3350만 달러(약 4805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신고된 피해 금액인 2억 5000만 달러와 비교해 약 33% 늘어난 규모다. 2023년 기록한 1억 1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로, 비트코인 시세 상승과 ATM의 광범위한 보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 전역에 설치된 비트코인 ATM은 4만 5000대가 넘는다. 키오스크 형태로 운영되는 이 기기는 현금을 입금하면 비트코인이 국경을 초월해 즉시 지정된 디지털 지갑으로 송금되는 구조다.
범행 수법은 한국의 피싱 범죄와 유사하다. 사기범들은 정부 기관, 은행, 통신사, IT 기업 등을 사칭해 위급한 상황인 것처럼 꾸민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QR 코드나 링크를 보내고, 피해자가 ATM에서 이를 스캔해 현금을 입금하면 곧장 사기범의 지갑으로 비트코인이 송금된다. 가상화폐 특성상 일단 전송된 자금은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전체 가상화폐 사기 피해 신고가 지난해 85만 9000건에 달하며, 신고액은 1년 전보다 33% 증가한 166억 달러라고 밝혔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고령층 피해 신고는 14만 7000건(신고액 48억 달러)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가상화폐는 실시간 송금이 간편하고 추적이 어려워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워싱턴 DC 법무장관실은 지난 9월 미국 최대 비트코인 ATM 공급업체인 ‘아테나 비트코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국은 해당 업체 ATM을 통해 이뤄진 거래의 93%가 “명백한 사기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송금한 것에 대해 은행이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아테나 역시 사용자의 결정을 통제할 수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