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채보다 미국채…채권 개미, 작년 14조 쓸어담았다 [S머니+]

■채권시장 투자 지형 급변
시세 차익·안전자산 확보 두토끼
美국채 순매수액 3년 만에 추월
보관액도 15배 늘어 '역대 최대'
발행물량 부담·재정 건전성 우려
韓 금리인하 재개땐 우호적 전망

미국 달러. 연합뉴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한국 국채보다 미국 국채를 더 많이 사들이며 ‘채권 개미’들의 투자 지형도가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국보다 높게 유지되자 시세 차익과 안전자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금이 미국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국채를 98억 8100만 달러 순매수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1422.22원)을 적용하면 약 14조 500억 원 규모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개인의 국내 국채 순매수액(약 10조 853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개인의 미국채 순매수 규모가 국내 국채를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미국채뿐 아니라 유로권 채권 전반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해 전체 해외 채권 순매수액은 202억 6500만 달러(약 28조 8200억 원)를 기록하며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였던 2016년(195억 2500만 달러)의 기록을 9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미국채 순매수액이 절반가량을 차지한 가운데 유로권 국채 투자 역시 14조 6200억 원으로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다.


보유 잔액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개인투자자의 미국채 보관액은 2021년 12억 39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4년 113억 달러를 거쳐 지난해 195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3년 만에 15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해외 채권 전체 보관액 규모 또한 전년 대비 39% 증가한 518억 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이에 반해 지난해 개인의 국내 채권 잔액은 5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 3000억 원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개인투자자들의 ‘미국채 쏠림’ 배경에는 양국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 행보가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투자자들은 한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된 반면 미국은 추가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자금을 옮기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가격 급등세, 148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2.5%로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며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미국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연준의 예상치보다 낮은 2.2~2.3%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여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400원대의 고환율 기조도 개인들의 매수세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채권 이자 수익 외에도 원화 환산 시 발생하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설령 채권 가격이 횡보하더라도 달러 가치 상승이 가격 하락분을 방어해줄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국채 발행 물량 부담과 재정 건전성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외면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저 효과가 크고 성장률 상향 조정은 상반기 중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상 전환보다는 인하 재개에 무게를 두고 올해 한국 국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