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12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은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 당국의 공격적 달러 매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통 12월은 금융기관들이 외화 예수금을 중앙은행에 적립하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26억 달러나 감소한 것은 환율 방어에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은 외환 당국의 실제 달러 매도 규모가 외환보유액 감소 폭인 26억 달러를 상당 폭 웃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본격화된 환율 관리 과정에서 외환 당국이 고강도 구두개입에 이어 실개입을 병행하며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외환시장에 공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투입 규모에 비해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24~29일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뒤 30일에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연초 들어서는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당국의 임시방편 식 개입만으로는 환율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9일 외환수급 안정 태스크포스(TF) 가동과 같은 달 19일 환율 안정을 위한 한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등 여러 대책과 실개입이 이어졌지만 환율은 개입 직후에만 반짝 하락했다가 이후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 관리를 명목으로 외환보유액을 많이 쓰면 외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세계 9위 수준이지만 환율 관리를 위해 달러를 시장에 투입하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연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로 예정된 대미 투자까지 고려하면 외환보유액 관리에 추가적인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난해 말 체결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갱신도 일시적으로 보유액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정성평가 기준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해왔다. 아울러 8일부터 금융기관의 초과 외화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추가 외화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19일 개최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향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재개될 경우를 대비한 제도”라며 “국민연금의 환헤지 물량이 출회될 경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에 일시적으로 빌려줬던 달러를 외화 유입을 통해 대체해 외환보유액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