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평생 의료비 2억 5000만원…‘지출 정점’은 78세

의료비 가장 많이 쓰는 시기 7년 늦춰져
고령기 고비용 의료 이용 기간 장기화
기대수명 1년 늘면 진료비 52% 증가
"예방·건강수명 정책 전환 필요"

요양기관종별 생애 건강보험 진료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국민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지출하는 의료비가 1인당 평균 2억 50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비 지출이 가장 집중되는 시점이 과거보다 7년이나 늦춰지며 고령기 의료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7일 발표한 ‘생애 의료비 추정을 통한 건강보험 진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 국민 1명이 평생 부담하는 성·연령별 생애 건강보험 진료비는 비급여를 포함해 평균 2억 4656만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비와 환자 본인부담금,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비용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의료비 지출이 정점을 찍는 연령대도 빠르게 고령화됐다. 2004년에는 71세에 1인당 연간 의료비가 약 172만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정점이 78세로 이동했고 지출 규모도 446만 원으로 2.6배 증가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속도보다 의료비를 가장 많이 쓰는 시점이 더 빠르게 뒤로 밀린 것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의료비 부담이 더 컸다. 여성의 평생 진료비는 약 2억 1474만 원으로 남성(1억 8263만 원)보다 3200만 원 이상 많았다. 보고서는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5.8년 길어 의료 서비스 이용 기간 자체가 긴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의료비가 가장 많이 지출되는 곳은 약국과 동네의원이었다. 요양기관별로 보면 약국이 약 3993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의원(3984만 원), 상급종합병원(3497만 원), 종합병원(3388만 원) 순이었다. 일상적인 외래 진료와 약물 치료가 장기간 반복되면서 누적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중증 질환에 걸릴 경우 의료비 부담은 더욱 급증한다. 보고서는 30세에 암을 진단받을 경우 사망 시까지 암 치료에만 평균 1억 1142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췌장암은 약 2억 2675만 원으로 가장 비용이 컸고, 폐암과 유방암 역시 1억 원을 웃돌았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건강보험 재정에 가해지는 압박도 가팔라지고 있다. 2004년에는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 생애 진료비가 20.1% 증가하는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이 증가율이 51.8%로 급등했다. 고령층에서 고가 의료기술과 장기 치료·돌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수명을 늘리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주·흡연 등 생활 습관 관리와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을 통해 노년기의 의료 이용 강도를 낮추지 않으면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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