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반도체·AI 조단위 빅딜 나선다 [시그널]

실탄 3조 앞세워 M&A 선봉에
리밸런싱 마무리…밸류체인 강화
"전력·인프라 분야가 유력 타깃"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사업재편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SK그룹이 올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조 단위 규모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룹의 투자 전문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402340)가 3조 원 이상의 실탄으로 선봉에 설 계획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올해부터 내부 투자 방침을 사업 정리에서 신규 투자로 전환하고 미래 신사업 분야의 대형 M&A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 전략 축인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유의미한 지분 투자를 단행해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SK스퀘어는 공격적인 투자를 뒷받침할 실탄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비핵심 자산 매각 대금과 자회사 SK하이닉스(000660)로부터 유입된 배당금 덕분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스퀘어의 현금성 자산은 1조 5574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현금을 기반으로 외부 자본 조달을 활용하면 실질적인 투자 여력은 최소 3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SK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는 인수금융 같은 외부 조달까지 더하면 최대 3조~4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SK텔레콤(017670)의 AI 사업을 지원할 전력·인프라 분야가 유력한 타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SK스퀘어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외부 투자금을 상환하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크래프톤, 드림어스컴퍼니, 우티 등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매각설이 나왔던 11번가와 인크로스는 각각 SK네트웍스와 SK플래닛으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대형 투자는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싱가포르 자회사 TGC스퀘어를 통한 총 7건의 벤처투자가 유일했을 만큼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 기조에 맞춰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SK의 투자 전략이 공세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리밸런싱의 중심이었던 SK이노베이션 상근직에서 물러난 점이 변화의 신호탄으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엔텀의 통합을 주도하며 그룹의 주요 과제였던 재무 구조 안정화를 앞당겼다.


최 부회장은 올해부터 SK스퀘어의 상근 임원을 맡아 대형 투자 지원에 나선다. 여기에 그룹 내 전략통이자 SK㈜ 비서실장 출신인 김정규 사장이 SK스퀘어 신임 대표로 발탁되면서 대형 M&A를 향한 의지는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AI 진화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영역, 반도체 밸류체인 영역 등에서 의미 있는 투자 기회를 모색하겠다”며 전략 변화를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조 단위 M&A를 두 건이나 성사시킨 삼성전자(005930)의 행보가 SK의 투자 의지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2조 6000억 원)에 품었다. 또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의 ZF(ZF Friedrichshafen AG)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인수 계약도 15억 유로에 체결했다. 이를 포함해 헬스케어·오디오 분야에서 굵직한 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1년 새 6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M&A에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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