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맨’은 여러 모로 ‘과속 스캔들’ 등 추억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사랑스러운 웃음이 터지는 설 명절에 가족들과 보기에 맞춤인 영화다.
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기 전까지 이 영화는 생활형 코믹 연기 장인으로 거듭난 배우 권상우가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시 한번 명절을 겨냥한 ‘웃음 폭탄’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작품을 미리 만나보니 잔잔한 웃음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영화의 매력이었다. 특히 추억의 할리우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한국 영화 ‘과속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돌싱’으로 딸 소영(김서헌 분)을 양육하고 있는 싱글 파더 최승민(권상우 분)이 20년 전 첫사랑 보나(문채원 분)를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보나는 싱글인 데다 ‘노 키즈’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아이를 싫어해 승민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한다. 딸이 있다는 비밀을 간직한 채 보나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갑작스럽게 보나가 집으로 찾아오자 승민은 집에서 딸 소영의 흔적을 지우고 소영을 돌봐줄 이를 찾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 연속적으로 전개된다. 승민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할수록 관객들의 웃음 소리는 더욱 커진다.
아빠의 연애 사실을 눈치챈 소영의 반응과 대응이 웃음의 8할을 차지할 정도로 아역 배우 김서헌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아빠가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보나와 만난다는 사실을 안 소영은 갑작스럽게 보나를 만나게 되자 아빠를 오빠로 부르는 순발력을 발휘해 웃음을 유발한다. 이 외에도 승민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환심을 사려 하자 소영은 “나를 바보로 알아? 누구네 아빠는 롯데월드 연간 이용권 주면서 ‘여친’ 생긴 거 말했는데, 아빠는 고작 아이스크림이야?”라며 짜증스럽게 말하는데 오히려 아빠를 배려한 표현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알아챌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아빠 못지 않은 첫사랑으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는 소영의 에피소드는 단조로운 서사에 리듬과 액센트가 돼 준다. 소영과 소영의 남자친구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핑크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예쁜 여자 아이가 등장하고 소영은 그 아이에게 남자친구를 뺏긴다. 소영이 “내가 잘 할게”라고 매달려 보지만 남자친구는 “사랑은 돌아 다니는 거야”라며 외면하고 소영은 실의에 빠진다. 어린 딸의 연애와 실연에 착잡해 하는 승민이 왠지 자신의 모습도 오버랩돼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사이 관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또 승민의 친구(박지환 분) 부부의 식지 않는 금슬을 비롯해 승민이 보나와 우여곡절 연애를 펼치면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악기 상점 직원(표지훈 분)의 존재도 웃음을 안긴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이라는 설정은 주인공이 곧 중년이 됐다는 의미다. ‘하트맨’은 우리나라에도 첫사랑을 다시 만난 중년의 ‘직진 연애’와 양육자의 연애 등이 코미디 장르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인 한편 가족 영화로도 합격점을 받을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하게 변화한 가족 관계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 등이 거부감 없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