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T가 대체 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자리에서 처음 얘기하겠습니다. 어마어마한 테스트, 그리고 어마어마한 소재와의 싸움이 곧 KHT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2일 경기 광주의 두미나 본사. 오토플렉스로 유명한 국산 샤프트 제조업체 두미나는 전국 피팅숍의 점주 70여 명을 초대해 2026 신제품 발표회를 진행했다. 마이크를 잡은 박건율 두미나 회장은 ‘KHT’를 언급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2021년 말 ‘편한 장타로 골퍼들을 유혹하는 오토플렉스’라는 제목의 기사로 두미나를 집중 조명한 바 있는데 여기에 KHT가 등장했었다. 포브스는 “너무 부드러워 쉽게 휘어지는데 막상 임팩트 때는 헤드가 스퀘어 포지션으로 돌아온다. 이 비법을 두미나는 ‘코리안 히든 테크놀로지(KHT)’라며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클럽 페이스에 볼이 머무는 시간을 늘려줘 비거리가 증가하고 방향성이 잡힌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다”고 썼다.
이날 박 회장은 “오토플렉스가 한창 화제가 되던 때에 ‘어떻게 만든 거냐’ ‘어떤 기술이 들어간 거냐’ 물어오는 곳이 너무 많았다. 비법을 공개할 순 없는 노릇이라 ‘그건 코리안 히든 테크놀로지, KHT다’라고 대답한 데서 KHT가 처음 나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제품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 코리안 히든 테크놀로지 이름에 딱 어울리는 샤프트를 공개한다”고 했다.
2026 신제품 KHT다. 비법을 알리지 않으려고 꺼냈던 말이 제품 이름이 됐다. 저스핀에 방점을 둔 제품으로, 전작 중에선 오토플렉스보다 강한 느낌인 오토파워와 결을 같이한다. 놀라울 정도로 백스핀 양이 작게 찍힌다는 설명. 함께 공개한 신제품은 오토플렉스 플렉스원(f One)이다. 헤드 스피드 시속 90마일 이하인 골퍼면 누구나 쓰기 편하다고 한다. 몇 그램대인지,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아예 스펙이 써있지 않다. 그냥 90마일 이하면 아무나 다 써도 되는 신기한 제품이다. 스펙이란 개념이 아예 불필요하다. 실제로 두미나의 박건율 회장과 여성 CEO인 정두나 대표도 똑같이 플렉스원 제품을 쓰고 있다. KHT는 헤드 스피드 90마일 이상인 골퍼에게 적합하다.
신제품 디자인의 컨셉트는 ‘K’다. 플렉스원엔 구름과 해, 바람 등이 한국 고유의 디자인으로 표현됐다. KHT에는 국산 제품의 힘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직선적인 디자인이 직관적으로 적용됐다. 다음 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리는 PGA 머천다이즈 쇼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두미나는 2013년 사업을 시작, 2020년 내놓은 블랙&핑크 색상의 오토플렉스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북미 등 세계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았고 이후 국내 고수들 사이에 최종 병기로 입소문을 탔다.
박 회장은 “매출의 70~80%가 해외에서 나오지만 국내에서의 상생 경영은 놓칠 수 없는 가치다. 올해를 국내 점주들과 함께 점프업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두미나는 국내에 약 170곳의 거래처가 있는데 이들에게 초청 문자를 돌린 지 2시간 만에 70여 석 정원이 다 찼다. 수도권은 물론 전라권까지 전국 각지에서 두미나 본사를 찾아와 신제품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공정 전 과정을 둘러봤다.
박 회장은 “과거 일본에서 들여온 원사로 처음 만들어 내놓은 제품을 한 자루도 팔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그 이후 우리가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결국 ‘소재’라는 판단에 하루에도 대여섯 개씩 샘플을 만들어보는 등 소재 테스트에 사활을 걸었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샤프트로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순금·은만 빼고 별의별 것들을 다 넣어 테스트해봤고 지금도 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LPGA 투어에는 명실상부한 ‘두미나 선수’가 활약한다. 미국의 신인 야나 윌슨이다. 2부 투어에서 오토파워 스나이프 모델로 우승해 L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뤘고 최근 골프백 계약까지 이르렀다. 오토파워와 오토플렉스 등 이름이 박힌 골프백으로 세계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정두나 대표는 “이 외에도 LPGA 투어 선수들 몇 사람이 우리 샤프트를 테스트 중이다. 앞으로 L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이 더 많이 두미나를 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