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혼자 할 수 없다”…J노믹스 본색[송종호의 국정쏙쏙]

<87>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
경제성장률 전망치 1.8%→2%상향조정
‘K자형 성장’극복…'대한민국 대도약 원년'
금융·세제 가용 정책수단 총동원 목표 달성
구조적 저성장 넘어서기 위해 '국가주도성장'
‘관치’우려에도…성장 의지·책임 ‘절박함’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전략이 발표됐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시장이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선택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과 분배를 통해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려 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민간과 시장의 자율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그 두 길 모두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시장에 맡겨두기에는 시간이 없다는 결론이고, 그래서 국가가 성장의 방향과 속도를 직접 책임지겠다는 국가주도성장 모델을 꺼내 들었습니다.


경제성장률 1.8%→2%상향

간단히 요약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8%에서 2%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인 1.8%를 모두 웃도는 수준으로, 경기 반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자신감이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관건은 경기 회복의 속도와 폭입니다. 회복의 과실이 계층별로 갈라지는 ‘K자형 성장’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올해는 모든 분야에서 성장을 이뤄내는 대한민국 대도약의 원년이 돼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과거와 다른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K자형 성장’극복 과제

이 대통령은 “외형과 각종 지표만 놓고 보면 올해 경제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다수의 국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균등, 즉 성장의 양극화는 단순한 경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시스템이 던지는 구조적 질문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의 과실이 특정 소수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고 밝혔습니다.




대전환과 대도약의 과실은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정부는 예산과 금융·세제 등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 마중물은 재정입니다. 정부는 우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총지출 728조 원에 더해 공공기관 투자, 정책금융, 민간투자 등을 포함한 총 1500조 원 규모의 자금이 경제 대도약을 뒷받침하게 됩니다.


국가전략산업 지정 총력전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기존 방식으로는 구조적 저성장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 위축, 수도권 쏠림, 지역 소멸이라는 복합 위기 앞에서 시장에만 해법을 맡겨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인식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가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전략 전환을 선택했습니다. 핵심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총력 대응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산, 바이오, 에너지 전환


이들 국가전략산업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투자 규모는 막대하고 회수 기간은 길며, 기술·안보·공급망 리스크가 동시에 얽혀 있다는 점입니다. 단기 수익성 계산에 맡기면 투자는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해외 의존은 심화됩니다. 결국 시장 논리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지키기 어려운 산업들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 영역을 더 이상 시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성장의 속도와 방향을 국가가 설계하고, 민간은 그 위에서 역량을 펼치는 구조로의 전환입니다. 국가주도 성장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서의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키운다기조

즉 이번 경제성장 전략의 본질은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자본의 흐름을 직접 만들어내겠다는 선언입니다. 정책금융과 성장펀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인허가를 개별 수단이 아닌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습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이라면, 약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 국부펀드는 국가가 단순한 조정자가 아니라 직접 투자자로 나서겠다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관망석에 머무르지 않고 경기장으로 내려와 기업과 함께 뛰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인허가와 규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입지 규제 완화, 신속 인허가, 실증 특례를 동시에 적용해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산업은 국가가 책임지고 키운다”는 신호를 시장에 명확히 던져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의 선제적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입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국가주도형 성장을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4월 10일 11분 37초 가량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영상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과 대규모 기술·연구개발(R&D) 투자,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자금 투자가 병행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성장 전략은 즉흥적 선택이 아니라, 대선 국면에서부터 예고돼 온 정책 노선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대목입니다.


대선 후보 시절 “국가차원의 투자…성장견인”



다음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비전발표에서도 국가 주도의 신산업 정책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며 “하지만 국가 간 경쟁을 넘는 글로벌 경쟁에서 개별 기업이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등을 감당하기 너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단위의 관여와 지원·투자·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경제 패러다임이 많이 변했다”며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관치’프레임…비전략산업 사각지대 우려

반대 진영에서는 충분히 ‘관치’ 프레임을 들고나올 만합니다. 국가가 산업을 선별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순간, 실패의 책임 역시 전부 정부 몫이라는 주장입니다.


재계 역시 지원 확대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정책 방향에 맞춰 투자 판단을 조정해야 하는 구조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강해질수록 비전략 산업이 정책의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실제 시장의 반응도 이 같은 양면성을 드러냅니다. 코스피는 4600선을 돌파했지만, 반도체·인공지능(AI)·방산·바이오·에너지 전환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수혜가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반면 전통 내수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은 동반 반등에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모두의 성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산업 육성과 함께 기존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산업 대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모두의 성장’…산업 대전환 병행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성적표를 받는 해입니다. 임기 초반, 전임 정부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여파로 곤두박질친 경제를 수습하는 데 총력전을 벌였다면 이제 국면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회복을 넘어 성장의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을 돌파할 새로운 성장 모델을 손에 쥐게 됩니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이번 정책은 단숨에 정책 실패의 대명사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성장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이 구상이 좌초될 경우 그 책임이 정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기업과 노동시장, 자본시장, 그리고 국민의 삶 전반에 파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제성장 정책은 한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입니다. 성공해야 할 정책이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정책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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