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화 해법 찾자"…22년전 보고서 열공

[하준경 靑경제수석 과거 보고서 회자]
IT산업 쏠림·노동시장 이중구조
수출 호황 속 내수·고용 부진 등
경제 양극화 2000년대에도 경고
보고서, 돈 나누는 확장재정 대신
R&D 등 성장촉진형 재분배 강조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2025년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올 들어 우리 경제의 화두로 ‘K자형 양극화’가 부각되는 가운데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22년 전 작성한 보고서가 관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양극화 해소 방안이 주요 경제정책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경제 양극화의 원인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하 수석은 우리 경제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정보기술(IT) 산업과 비IT 산업 간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및 대·중소기업 간 고용 구조 격차 △수출 대비 취약한 내수 시장을 지목했다. 하 수석은 당시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 신분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양극화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IT 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11.5%로 비IT 산업(2.1%)을 크게 웃돌았다. IT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9.9%에서 2004년 1분기 12.4%로 급증했다. 반면 내수 기반은 지속적으로 약화됐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40.5%에서 2004년 1분기 54.1%로 높아졌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포함한 내수 비중은 같은 기간 66.3%에서 64.5%로 줄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2026년 현재 더 가속화되고 있다.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0.4%에서 지난해 24.4%까지 높아졌다. 2024년 기준 GDP 구성 역시 수출 44.4%, 민간소비 48.5%, 설비투자 9.3%로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내수 기반은 약해지는 구조적 약점이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도 한국 경제의 고질적 약점이다. 비상용 근로자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43.2%에서 2003년 49.5%로 급증했고 500인 이상 대기업과 10~29인 소규모 사업체 간 임금격차도 확대됐다. 비정규직 비중은 2004년 37%에서 2025년 38.2%로 오히려 높아졌고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간 임금격차도 여전히 크다.


경제 양극화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4년 5%대에서 현재 1.71% 수준으로 떨어졌다. 41개국 가운데 잠재성장률 순위는 24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되며 경제 규모가 비슷한 호주(2.09%), 스페인(1.94%)뿐만 아니라 미국(2.03%)에도 뒤처진다.


하 수석은 보고서를 통해 양극화 해법으로 현금 이전 중심의 재분배가 아닌 교육, 연구개발(R&D), 기술 확산과 조세·재정 설계를 결합한 성장 친화적 재분배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저소득층 재교육 확대,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통한 ‘성장촉진형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도 하 수석의 답안이 정답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확장재정보다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에 재투자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정책은 재정 확대와 구조 개혁이라는 두 축 사이를 잇는 구체적인 설계가 비어 있는 상태”라며 “성장과 격차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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