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가운데 늘어나는 인원의 전부를 ‘지역의사제’를 통해 지역·필수 의료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최종 증원 규모는 내달 3일을 전후해 확정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27년 이후 의사 인력 증원분 전원을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앞선 모두발언에서 “의사 인력 논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위기에 처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의대 입학 단계에서 지역 전형을 확대하고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추진돼 지난해 12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더라도 기존처럼 인기과 및 수도권으로 인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증원분을 전원 지역의사제로 선발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도 별다른 반대 의견이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원 규모를 둘러싼 이견은 남아있지만 늘어나는 인력을 지역·필수·공공의료에 한정해 활용하자는 원칙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급 추계 주기(5년)를 반영해 이번에 정해질 정원을 2027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5년간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해당 기간 입학한 학생들이 2033~2037년에 의료 현장에 배출되는 점을 고려해 2037년을 수급 관리 기준연도로 삼고 다음 수급 추계는 2029년에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는 공개토론회와 의료혁신위원회를 거쳐 추가 의견을 수렴한 뒤 2월 3일을 전후해 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다. 입시·학사 일정 등을 고려해 1월 말까지 정리해 달라는 교육부의 요청이 있었지만 복지부는 공개적인 논의를 조금 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의료계는 이날 현행 의사 인력 수급추계가 충분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재추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 회장은 이날 보정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수급추계는 변수 설정과 모델링 과정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며 “27학년도 입학 정원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를 확보한 후 추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수급추계위원회가 이미 다양한 가정과 범위를 반영해 최종 결과를 도출한 만큼 이를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재추계 요구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