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미국·중국·인도 3개국을 방문하며 광폭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영향력이 큰 주요국에서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수소 등 그룹의 주력 및 미래 사업을 점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14일 현대차(005380)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12~13일 세계 인구 1위의 거대 시장 인도를 찾아 현대차 첸나이공장과 기아(000270) 아난타푸르공장, 현대차 푸네공장 등 인도 전역의 사업장을 차례로 둘러봤다. 정 회장은 현지 생산·판매 현황과 중장기 발전 전략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첸나이공장의 ‘크레타’ 생산라인과 현대모비스(012330) 배터리시스템(BSA) 공장을 방문해 “현대차는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인도 국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다른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에서는 “인도 진출 8년 차인 기아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과 기회가 큰 만큼 도전적 목표를 수립하고 브랜드·상품성·품질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며 “목표를 정하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DNA를 활용해 견실한 성장은 물론 강건한 브랜드를 구축하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푸네공장에서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뉴’의 생산 품질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자동차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해 2024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푸네공장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첸나이공장 82만 4000대, 아난타푸르공장 43만 1000대, 푸네공장 25만 대 등 인도에서만 총 150만여 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 점유율이 약 20%로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으며 2024년 현대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앞서 정 회장은 4~5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동행했다. 지난해 5월 상하이 모터쇼 참관 이후 8개월 만의 중국 방문이다. 정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쩡위친 회장과 만나 모빌리티 및 배터리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EV5’가 CATL 배터리를 쓰고 있다.
정 회장은 중국 에너지 기업 시노펙의 허우치쥔 회장과는 수소 사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시노펙은 최근 연 2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를 가동하는 등 수소를 본격적인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정 회장은 중국 내 기아 합작 파트너인 웨다그룹 장네이원 회장과도 협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중국 전용 첫 전기차 모델 ‘일렉시오’를 출시하며 ‘사드 사태’ 이후 부진을 거듭했던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2030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2023년 ‘EV6’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중국에 출시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중국에서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6~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을 참관했다. 정 회장은 AI와 로보틱스 산업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주요 경영인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황 CEO와는 서울 ‘깐부 회동’ 이후 3개월 만에 만나 국내 피지컬 AI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조율했다. 주요 경영진 130여 명을 소집해 그룹 중장기 전략 및 비전을 논의하는 ‘글로벌 리더스 포럼(GLF)’도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처음 공개해 최대 화제에 올랐다.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도 로보틱스 분야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와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