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시켰는데 "7500원입니다"…'카페 천국' 제주서 무슨 일이

클립아트코리아

카페만 2000곳이 넘는 제주 지역 커피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며 도민과 관광객의 체감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1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커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 7.8%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국 어디보다 제주에서 커피값이 더 빠르게 오른 셈이다.


외식용 커피 물가지수는 109.80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4.3%)보다는 낮지만 가공 커피를 포함한 전체 커피 물가 상승세는 제주가 더 가파르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커피를 찾는 도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가격 인상 움직임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는 최근 드립커피 스몰 사이즈 가격을 4700원에서 5000원으로, 레귤러 사이즈는 5200원에서 5500원으로 각각 올렸다. 디카페인 원두 옵션 추가 비용도 300원에서 500원으로 인상됐다. 소규모 개인 카페에서도 커피값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제주 커피값이 유독 많이 오르는 배경에는 섬 지역 특유의 유통 구조가 자리한다. 원두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해상 운송과 육상 운송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고, 물류 단계가 늘어나면서 중간 마진과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국제 원두 가격이 오를 경우 제주에서는 이 부담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국제 원두 시장 불안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말 파운드당 2달러 중반대였던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최근 3달러 후반까지 치솟으며 1년 새 30% 넘게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라비카 원두는 톤당 8295.9달러에 거래돼 전년 대비 16.8% 상승했다.


환율 상승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원가를 직접 끌어올린다.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다. 늘어난 원가는 수입업체에서 카페로, 다시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다.


가격 부담은 관광객에게도 체감되고 있다. 지난달 제주를 찾은 한 관광객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이 7500원이었고 음료와 디저트를 함께 주문하니 3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제주 물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제주 F&B 소비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카페 선택 기준으로 ‘분위기’를 가장 중시했다. 다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가장 먼저 불만을 느끼는 요소로 ‘가격’을 꼽았다. 반면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라면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68.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커피 가격 인상이 외식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카페와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많은 구조상 원가 부담이 다른 메뉴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커피를 포함한 식품 원료 10종에 대해 할당관세 적용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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