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개인 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비 심리 둔화, 가계 구매력 약화, 고소득자에 편중된 소비력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최근 미국 소비의 취약 요인 점검’ 보고서에서 “미국의 개인소비는 지난해 예상을 웃도는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소비 호조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우선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로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지난해 빠르게 하락하며 역사상 가장 낮았던 지난 2022년 6월 수준에 근접했다. 또 다른 심리지표인 컨퍼런스보드 지수도 지난해 연초에 비해 역시 상당폭 하락했다.
정희완 한은 조사국 과장은 “이러한 심리지수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집권당에 대한 반감 등 당파적 요인, 고물가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과장은 최근의 낮아진 심리지수가 향후 실제 소비 둔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과 구분되는 순수 심리충격은 소비심리 변화를 유발하지만, 실제 소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미국 가계의 구매력 약화를 근거로 들었다. 미국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증가폭이 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월 평균 취업자수 증가폭은 2024년 16만 8000명에서 지난해 4만 9000명으로 둔화됐고, 물가상승률은 관세인상으로 지난해 4월 2.3%에서 9월 3.0%까지 확대됐다. 이에 실질 가처분소득도 지난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에 그치며 2001년 이후 평균(2.4%)을 밑돌고 있다.
한은은 “향후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서 신규 채용이 더 줄 수 있고, 해외 IB들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작년을 웃돌고 있다"며 "고용·물가 측면에서 (가계 구매력) 하방 리스크가 두텁게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고소득층에 편중된 소비력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미국 소득 상위 20%가 가계보유 주식의 87%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저소득 가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와 이자 상환 부담에 직면하면서 연체율이 크게 상승 하는 등 재무상황이 약화됐다. 이러한 양극화가 지속될 경우 충격 발생 시 급격한 소비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 주가 상승에 따라 미 고소득층이 견조한 소비를 주도했는데 급격한 주가 조정이 발생하면 고소득층의 소비가 되돌려져 소비 위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10% 주가가 조정되면 소비 증가율이 0.3%포인트 감소하고, 닷컴버블 붕괴 때와 같이 30% 주가가 급락하면 소비 증가율이 1.7%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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