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1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팬덤 구축에 속도가 붙고 있다. 통상 출시 초기 주목을 받은 후 열기가 식는 일반적인 이용률 곡선과 달리 아크레이더스는 시간이 갈 수록 이용자 수가 급등하는 이례적인 성장세다.
업계에서는 처절한 세계관에 현실감을 높인 사운드, 자유도 높은 캐릭터 등 이용자가 캐릭터와 동화되는 몰입도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번 플레이한 이용자가 계속 게임을 즐기고 여기에 신규 이용자가 더해지면서 이용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의미다.
16일 넥슨에 따르면 아크 레이더스는 지난 10월 30일 이후 출시 약 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240만 장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동시접속자 수의 추이다. 아크레이더스는 10월 30일 글로벌 정식 출시 당시 스팀 글로벌 매출 1위와 함께 35만명이 넘는 최고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며 단숨에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다만 이후 각종 업데이트를 거치며 이용자 수는 더욱 늘면서 현재 최고 동시접속자수는 96만 명을 넘어섰다.
‘아크 레이더스’는 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신규 생존탈출형(PvPvE 익스트랙션) 어드벤처 슈팅 게임이다. 폐허가 된 미래의 지구, 이른바 포스트-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무대로 한다.
아크 레이더스가 선사하는 몰입의 바탕은 이같은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게임의 지상 전장인 러스트 벨트는 기계 생명체 ‘아크’의 침공으로 문명이 붕괴된 후 문명의 잔재와 재생된 자연이 뒤섞인 곳이다.
이용자들은 기계 생명체 ‘아크’에 맞서 폐허에서 생존해야 한다. 아크레이더스는 이 과정에서 정해진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히어로 슈터 문법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캐릭터를 투영할 수 있는 구조를 택했다. 고정된 스킬셋을 가진 캐릭터 대신 이용자가 외형부터 무기와 가젯, 스킬 트리까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다. 이러한 설계는 이용자가 캐릭터를 단순한 조작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동일시하는 일체감을 부여해 몰입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자들은 지하 기지 ‘스페란자’에서 직접 자원을 관리하고 장비를 정비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생존 서사를 써 내려간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전투 준비가 아닌 이용자 스스로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되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완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크레이더스는 포스트-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미장센에 1970~80년대 아날로그 감성과 미래 기술을 결합한 ‘카세트 퓨처리즘’ 아트 스타일을 적용했다. 이를 테면 맞서야 할 기계 '아크'는 최첨단이지만 대치하는 캐릭터 '레이더'가 들고 있는 무기는 테이프로 덧댄 투박한 장비다. 이러한 극명한 시각적 대비는 이용자에게 기술적 열세에 놓인 절박함과 처절한 현실감을 부여하며 몰입감을 더한다는 평가다.
여기에 개발사는 디테일한 사운드를 입혔다. 총성이 단순히 울리는 것이 아니라 실내와 야외, 층고의 높낮이 등 공간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잔향이 미세하게 변화한다. 전장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 생명체 아크의 위협적인 구동음은 보이지 않는 적의 위치를 가늠하도록 하며 청각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넥슨 관계자는 "세계관, 비주얼아트, 사운드가 빈틈없이 맞물리도록 하는데 설계의 중점을 뒀다"며 "이용자들이 아크 레이더스의 세계를 오감으로 느끼고 깊숙이 파고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크 레이더스의 이용자 유입 배경에는 출시 이후 업데이트도 한 몫 했다. 넥슨은 업데이트를 일방향 콘텐츠 추가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참여 기회로 활용했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노스 라인’ 업데이트에서는 세계관 내의 사건을 해결해야만 새로운 지역이 열리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설정했다. 평소 경쟁하던 이용자들은 이 때만큼은 협력해 직접 콘텐츠를 해금하며 참여도를 높였다.
최근 적용된 겨울 업데이트 ‘콜드 스냅'도 몰입감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콜드 스냅’ 환경 조건에서 맵 전체에 몰아치는 혹한과 눈보라는 단순한 시각적 배경의 변화가 아니라 제한된 시야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로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특히 오래 노출될 경우 ‘동상’ 상태에 빠지는 등 캐릭터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들은 체온이 떨어지면 캐릭터가 몸을 웅크리거나 굳은 손에 입김을 불어넣는 등 추위에 반응하는 사실적인 모션을 두고 냉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반응을 내기도 했다.
넥슨은 아크레이더스를 장기 흥행작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게임 내 러스트 벨트를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원정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캐릭터의 레벨과 스킬 트리, 자원이 초기화되는 대신 영구적인 스킨과 추가 스킬 포인트, 보관함 공간 등의 혜택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고질적 문제인 신규 이용자와 숙련자 간의 격차를 해소에 장기 흥행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한 무대에서 자신의 생존기를 매듭짓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서사적 장치다.
한편 아크레이더스는 지난달 12일 세계 최대 게임 시상식으로 꼽히는 ‘게임 어워드(TGA)’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을 수상했다. 스팀에서 주관하는 ‘2025 스팀 어워드’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게임플레이’ 부문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