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미즈호은행의 스타트업 대출 잔액은 약 7000억 엔 수준이다. 전체 여신 대비로는 크지 않은 규모지만 매년 1000억 엔씩 늘려갈 정도로 스타트업을 위한 자금 공급에 진심이다. 미즈호은행과 거래하는 스타트업은 6000개에 육박하며 이들 중 70%가 우주항공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기업이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일본 금융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가네다 마사토 미즈호은행 리테일·기업금융부문 부부문장은 18일 일본 도쿄 미즈호 마루노우치 타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을 단순한 대출 고객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고객"이라며 “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금융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즈호은행은 시니어론(선순위 담보 대출)을 포함해 메자닌(주식연계채권), 에쿼티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성장 단계별 필요 자금과 목적에 따라 금융 수단을 조합하는 구조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수요는 초기부터 성장·상장 단계까지 끊김 없이 이어진다”며 “은행이 각 단계에서 다른 금융 수단을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즈호은행은 2023년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심사 규정을 전면 개정하기도 했다. 우선 1차 심사에서 기업의 흑자 여부를 보지 않기로 했다. 담보나 재무 상태 중심의 기존 심사 방식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과 비전 등을 핵심 기준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 비용으로 적자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무 상태로만 판단해서는 제대로 된 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적자 기업은 보증 없이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국내 은행과 대비되는 점이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사업 초기에는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채용, 마케팅 등으로 비용이 늘기 때문에 ‘전략적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재무제표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심사 방식으로 성장 기업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시장 검증을 대출 심사 과정에 포함시킨 것도 특징이다. 통상 이런 검증 절차는 투자 과정에서만 이뤄지지만 미즈호은행은 이를 여신 심사에도 반영하고 있다. 가네다 부부문장은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포토일렉트론 소울에 출자할 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키옥시아 관계자로부터 기술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출자 시 검증하던 방식을 대출에도 적용해 기술의 실효성과 수요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즈호은행은 창업자와 경영진 등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특히 우주항공과 같은 프로젝트 기간이 긴 산업의 경우 창업자 의지와 팀 구성이 사업 지속성에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대표 사례가 2016년 출범한 ‘엠즈 살롱(M’s Salon)’이다. 엠즈 살롱은 현재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벤처캐피털(VC)·연구기관·지방은행까지 참여하는 개방형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상담이나 설명회 수준을 넘어 기술 검증과 협업 연결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네다 부부문장은 “스타트업이 기술만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구매 기업이나 테스트베드가 붙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이 연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은행은 스타트업 및 대기업 고객사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며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조직인 ‘블루 랩(Blue Lab)’도 지난달 설립했다. 미즈호가 보유한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복수의 파트너·사업을 융합, 더 큰 규모의 신규 사업을 창출하고 일본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한다는 목표다. 블루 랩은 기술 기업 탐색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기술 검증과 수요 조사를 진행하며 별도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선다. 기술 검증에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사업 개발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공창부와 연계해 상용화 및 자금 지원까지 이어지는 구조도 만들었다. 카네다 부부문장은 “초기 단계부터의 자본 참여와 끊김 없는 지원은 물론, 스스로 사업 주체의 일원으로서 사업 성장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비금융의 경계를 넘어 스타트업의 성장 파트너로서 산업 전반의 발전과 생태계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