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혜훈 없는 ‘이혜훈 청문회’, 부적격 후보 결자해지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모처에서 인사청문회 개회를 기다리며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개회조차 못한 채 파행했다. 당초 여야는 이 후보자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을 전제로 이날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지만 여야 공방 속에 청문회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이 후보자는 출석도 못했다. 여당은 “국무위원 청문회는 국회의 헌법적·법률적 책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후보자 측이 부실투성이 자료를 제출해 하나 마나인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추후 청문회 개최 여부는 향후 여야 간사단의 협상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무위원 청문회 무산 가능성이 커진 데는 누구보다도 이 후보자의 잘못이 크다. 보좌진에 대한 폭언·갑질, 영종도 부동산 투기, 강남 아파트 부정 청약, 자녀 증여세 대납 등 이 후보자 관련 의혹은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런데도 이 후보자는 청문회가 요식행위인 양 면피 수준의 자료 제출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의혹을 제기한 인사청문위원을 향해 고발을 언급하는 등 겁박까지 했다. 초대 기획처 수장이 되면 나라 곳간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이 후보자는 소비쿠폰·확장재정 등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더니 이제는 민생 회복 마중물로 추켜세우는 등 평소 소신마저 헌신짝처럼 내다 버렸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를 발탁하면서 정파를 넘는 실용과 통합·전문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드러난 도덕적 흠결과 법 위반 혐의만으로도 청문회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도 ‘부적격’ 응답이 ‘적격’ 응답의 3배에 이른다. 각종 탈법·편법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면 국민 갈등과 정부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후보자부터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 이참에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 쇄신할 필요도 있다. 야당도 자료 미비를 이유로 청문회를 포기하기보다는 송곳 검증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민적 의혹을 국회에서 끝까지 파헤치는 것이 야당에 주어진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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