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판 유엔(UN·국제연합)'으로 알려진 ‘평화위원회’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평화원회의 로고가 유엔의 엠블럼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로고에 대해 “유엔의 엠블럼과 매우 흡사하다”며 “다만 트럼프 식으로 재해석돼 금색을 주로 사용했고 중앙에 있는 지도의 초점도 미국에 맞춰져 있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평화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하고 과도 통치 기구 역할을 하기 위해 기획됐다. 제안 당시 평화위원회가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을 포함한 식민 지배 국가들을 상대로 이뤄진 유엔의 신탁통치 기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해 11월 평화위원회의 설립을 승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 평화위원회의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해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 세계의 각종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글로벌 기구로 확장하며 자신이 직접 의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초대 의장인 미국 대통령은 위원회 결정에 대한 거부권과 회원국 해임권을 포함한 광범위한 집행 권한을 갖게 된다. 회원국은 3년 임기로 제한되지만, 활동자금으로 10억 달러(1조5000억 원)를 납부하면 영구 회원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계기에 진행한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에서 유엔과 협력하겠다면서도 "가자지구에서 성공하면 다른 사안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디언은 “전후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 중 하나”라고 평했다. 프랑스와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유엔을 약화 시킬 수 있다며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와중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평화위원회의 새 로고가 유엔 로고와 비슷하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실제로 두 로고 모두 지구본 양옆에 올리브 가지를 배치하는 형상으로 구도가 매우 흡사하다. 다만 유엔 로고가 전 세계 지도를 보여주는 반면, 트럼프의 로고에는 북미와 남미 일부만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해 온 베네수엘라 등도 포함돼 있다.
색상도 차이가 있다. 중립적인 파란색을 사용하는 유엔과 달리, 평화위원회 로고는 눈에 띄는 금색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 이른바 ‘트럼프식 손길’을 더하며 천장, 문틀, 벽난로를 금빛으로 장식했다. 금색 트로피와 화병, 심지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금색 컵받침까지 들여놓았다. 이 외에도 ‘트럼프 황금폰’으로 불리는 금색 스마트폰과 부유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골드 카드'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부터 유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후 처음 이뤄진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나는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이 미국에 적대적이라고 비판하며 2기 출범 후 환경, 인권, 다양성 등과 관련한 유엔 의제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달 초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유엔 산하 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