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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프랑스인 미셀 푸르니에가 세계에서 가장 긴 낙하산 다이빙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뛰어 내린 첫 다이버가 되고 싶었던 미국인 경쟁자세릴 스턴스는 긴장했다. 그러나 푸르니에는 점프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경쟁은 이어졌다. 2003년은 결전의 해가 될 것인가?우리는 푸르니에의 이 취소된 도전에 동행했으며 스턴스의 자유낙하 때도 함께 하였다. 낙하 경험기와 준비과정을 소개한다.

part 1
프랑스와 캐나다
낙하산부대 경력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 푸르니에가 ‘위대한 도전(LE GRAND SAUT)’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글·부르스 그리어슨

작가 레이몬드 카버가 거위를 사냥하던 캐나다의 광활한 평원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작은 비행장 주변이 지난 9월 갑자기 분주해졌다. 이곳이 바로 프랑스의 스카이다이버인 미셀 푸르니에가 압축된 헬륨 기구 곤돌라를 타고 아직까지 로켓 이외는 올라가 본적도 없는 지상 39.62km 높이에서 지구로 다이빙하려는 지점이었다. 그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다이빙 한 후 31초 내에 시속 1,078.26km의 속도에 도달하고 음속을 돌파하는 최초의 인간이 되려고 하는 것이었다. 만일 모든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그는 낙하산 착륙전 약 5분 정도 자유 낙하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헬륨 트럭이 서스캐치원의 새스카툰 근처의 캐놀라 농장 부근에 도착했다. 격납고로 향하는 문이 열리자 밀폐된 공중전화 부스 크기의 곤돌라가 평평한 발사 트럭 위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는 게 보였다. 기구 풍선, 곤돌라, 낙하산 커플링, 산소공급장치, 부분압력 상의, 초저온으로부터 푸르니에를 보호하기 위한 보강수트 등의 장비들이 보이고 그 옆에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벅찬 희망으로 가득했던 2주간의 준비끝에 ‘위대한 도전(Le Grand Saut)’이 실현되는 듯 했다. 푸르니에가 무사히 살아서 착륙하는 것을 위협할 모든 방해요소들은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무슈 마하 원(Monsieur Mach One)’이라고 명명된 그는 몸에 달라붙고 군복색깔의 우주복을 입고서 ‘케세라 세라’를 휘파람으로 흥얼거리면서 약간 뻣뻣한 자세로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불편하기로 악명 높은 우주복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공기가 희박한 환경 하에서 초박막 폴리에틸렌 기구 풍선의 기낭이 50만 입방미터의 부피로 팽창하게 되는 높이를 넘어 설 경우 그의 신체 내부 압력과 온도를 모니터하기 위한 직장(直腸) 내 센서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1.7m 패키지 내부는 침착함과 동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 때 나쁜 소식이 들려 왔다. 바람 방향이 바뀐 데다가 풍속마저 증가하고 있었다. 출발은 또 다시 연기되었다. 푸르니에의 동료들은 라커룸으로 몰려 와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두들 푸르니에를 응원하기 시작했지만 푸르니에는 약간 당황하는 것 같았고 응원은 스카이다이빙이 끝난 다음 부탁한다고 했다. 이 순간 그는 오직 다가올 순간을 위해 온 감정을 아끼려는 듯 보였다. 지난 14년간 그는 8,300회 이상의 스카이다이빙 기록과 프랑스 스카이다이빙 최고 기록인 11.89km 기록을 수립함으로써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들을 맛보았다.

프랑스 국방부가 38.10km의 상공(대략 우주 왕복선 챌린지 호가 폭발한 높이)에서 낙하산병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준비했던 S38 프로젝트가 1989년 취소된 이후 푸르니에는 종전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성층권에서의 낙하에 정신이 팔려 있다. 그 당시 그는 프랑스 육군에서 낙하산병으로 근무했었는데, 1992년에 전역을 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집과 가구, 자동차, 전쟁 포상 메달, 수집한 무기들까지 모두 팔아 버렸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이미 폐기되어버린 S38 하드웨어를 사들였고 방위성에서 시작했던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7년까지 푸르니에는 매일 쉬지 않고 훈련에 임했으며 그 결과 2000년 9월엔 프로방스의 한 시골 지역에서 낙하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에서는 그 지역의 인구 밀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푸르니에는 캐나다 서스캐치원을 선택했다. 이곳은 인구 밀도가 낮고 봄과 가을에는 일조량이 풍부하며 제트 기류가 형성돼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노동자의 아들인 푸르니에는 1963년에 입대할 때 겨우 초등학교 교육만 받은 상태였다. 그가 가진 세상과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생각은 매우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도전을 위해서, 과학을 위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 - 이것이 뛰어내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었다.

아직 세계 최고기록은 1960년에 미공군 파일럿인 조 키팅어 주니어가 세운 31.33km. 키팅어는 높은 고도에서 파일럿이 탈출했을 때의 생존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마련된 미 공군의 ‘익셀시어 프로젝트’에서 뉴멕시코 사막 상공에서의 세 번째 시도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신체가 회전하지 않고 발이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하는‘보조 낙하산’격인 소형 안정화 낙하산이 너무 일찍 펼쳐지고 낙하산 줄이 키팅어의 목 주위로 감겼던 것이다. 그는 회전에 의해 발생된 구심 방향의 중력 가속력 때문에 순간적으로 기절했다가 예비 낙하산이 펼쳐지는 순간 겨우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음 시도는 좀더 매끄럽게 진행되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세계 기록을 수립한 세 번째 다이빙에서는 키팅어의 장갑이 파손되어 압력 부족으로 인해 손이 거의 두 배 크기로 부풀어 오른 적도 있다.



당시 그는 최고 속도 시속 988.14km를 기록하며 안전하게 착륙에 성공하였다.
58세의 푸르니에는 키팅어가 세계 기록을 수립했을 때의 나이보다 30살 정도 많다. 그러나 푸르니에의 나이는 - 47세인 미국인 라이벌 스턴스뿐 아니라 이미 중년의 나이를 훨씬 넘긴 그의 동료들에게도 - 사실 상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대담한 도전에는 신체적인 힘뿐만 아니라 원숙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는 스카이다이버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필자는 매일 16km를 달리는 푸르니에(그는 마라토너인 동시에 5종 경기 선수이다)를 따라 함께 달려본 결과 체력에 대한 의심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그는 단단한 체구에 로빈 윌리엄스를 약간 닮았고, 프랑스의 서커스 광대처럼 금욕적인 동시에 소년 같은 활달함을 가지고 있다. “미셀은 가족도 없고 그저 자신 뿐이죠” 우주 왕복선 아틀란티스호와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장 프랑스와즈 클레브와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취소된 S38 프로젝트에 지원한 적도 있다. 클레브와는 그가 이러한 개인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자를 고용하고 하드웨어 개발의 모든 측면들을 감독했으며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투자가들을 만나고 테스트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극도로 추워 장갑의 단열 효과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손으로 낙하산을 펼치고 용이하게 줄을 조정하기 위해 푸르니에는 30분 동안 얼음물이 가득찬 통 속에 손을 담그는 연습을 했다. 또한 그는 19.81km 상공에서의 기압이 적용된 압력실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프랑스 그르노블에서는 영하 150도의 바람이 부는 영하 55도의 방 속에 앉아 있기도 했다. 여기에서 그는 저체온증이 일어난 후에 방향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기온이 영하 38도로 떨어지고 엄청난 바람을 동반하는 매서운 난기류가 생성되는 고도 15.24km에 해당되는 대륙권계면에서 이러한 훈련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극한의 고도를 목표로 하는 기구 비행 중 절반 정도가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그 다음엔 심리 훈련에 들어갔다.

3시간 동안의 상승 비행에서 정신을 집중하고 망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푸르니에는 3시간 동안 앉아서 벽만 바라보는 괴로운 훈련을 자주 실시했다. “그는 압력실내에서 고문받는 게 차라리 낫다고 했습니다.” 푸르니에의 과학 담당 감독을 맡은 아익스 마르셀 제2 대학의 생리학교수 폴 바뉘젬은 이렇게 말했다. 바뉘젬은 푸르니에에게 벽을 하얀 코끼리들이 그려진 그림이라고 생각하도록 훈련시켰다. 또한 변화를 주기 위해 다리의 개수를 세고 4로 나누라고도 했다. 신경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권총으로 목표물을 사격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으며,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요가 훈련을 했다.

푸르니에가 ‘위대한 도전’을 위해 개인적으로 선택한 것들 중에는 경쟁자들을 놀라게 할 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영국의 브리스톨사는 매우 높은 고도에서의 유인용 기구를 제작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구 기낭을 위해 이 회사의 카메론 밸룬스를 선택했다. 이것은 여러 제품들 중 가장 저렴한 것이었다. 또한 키팅어가 착용했었고 미국인 경쟁자 스턴스가 착용할 계획이었던 전체 압력 수트 대신 전투기 파일럿용 부분 압력 수트를 선택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될만했다. 온몸을 가스로 감싸는 전체 압력 수트와는 달리 부분 압력 수트는 신체 조직이 부풀어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결 부분을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을 압착하는 팽창 기포를 이용한다. 따라서 타박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분 압력 수트는 안전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수트를 입은 스카이다이버는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질 동안은 (전체 압력 수트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키팅어는 개방된 곤돌라에서 3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죠.” 당시 푸르니에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부분 압력 수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또다른 작동부분이 고장날 수도 있는 압력 장치 곤돌라를 제작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푸르니에는 이 선택이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직으로 만든 내복과 단열처리된 유연한 노란색 오버수트로 보강해 보다 얇고 가벼운 부분 압력 수트를 착용함으로써 낙하하는 도중에라도 자신의 몸을 쉽사리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안정화 장치(키팅어가 마지막 낙하에서 했던 것처럼)를 이용할 경우 공식 자유 낙하 기록의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 장치는 계획에서 제외되었다. 푸르니에의 전략은 낙하에 이용할 충분한 공기량이 확보될 때까지 분 당 회전수를 가장 낮게 유지할 수 있도록 두 팔을 몸에 붙인 채 마치 통나무처럼 떨어지고 그 후에는 스카이다이버로서의 본능을 발휘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단한 도박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뛰어내리고자 하는 고도에서 몸 회전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키팅어의 말이다. “회전 속도가 140rpm 정도 되면 의식을 잃게 되고 곧 심장이 두뇌에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런 현상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스턴스는 그녀의 동료들이 개발하고 있는 완전히 압력 처리가 된 하이테크 수트를 이용함으로써 공중에서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가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안정화를 위한 낙하산이 없으면 그 엄청난 회전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맨하이(Manhigh) 및 엑셀시어 유인 기구 프로젝트에 모두 참가한 경험이 있는 기상학자인 버나드 듀크 길덴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음속 장벽을 통과하는 것도 문제다. 많은 테스트 파일럿이 초음속 상태일때 무사히 탈출해 살아남았지만 아무도 마하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일부는 생성된 충격파 때문에 생존이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S38에서 사용되었던 마네킹에 장착된 센서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바뉘젬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프루니에와 스턴스의 도전이 어떤 결과이든지 간에 항공 지식과 인체 생리학에 대한 생생한 지식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기한 발사체와 고장난 우주 캡슐로부터 우주 비행사들을 구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수트 설계, 생명 유지 시스템과 인간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스캐치원의 평원 위에서 3주간을 보낸 어느 일요일 아침에 드디어 바람이 부드럽게 잦아들다가 멈췄다. 드디어 출발 신호가 내려졌다. 캡슐이 발사 트럭에 올려 졌으며 푸르니에가 캡슐에 탑승했다. 그러나 탱커의 펌프가 헬륨을 충전하기 시작할 때 기구 풍선에 있는 공급 튜브가 파열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꼬박 밤을 새우면서 발사 담당팀이 보유하고 있던 기상 기구의 튜브들을 이어서 긴급 처치를 수행했다. 기구는 수리가 되었지만 기상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닷새 뒤인 9월 20일 이 팀은 이 계획을 공식취소했다.

부루스 그리어슨은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으며 ‘뉴욕 타임즈 매거진(The New York Times Magazine)’과 ‘어트니 리더(Utne Reader)’를 포함한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part 2
노스 캐롤라이나와 캔자스
세릴 스턴스는 유능한 팀 구성원들과 빛나는 스카이다이빙 경력을 자랑한다. 이번에는 충분한 지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글·로브 개논

우주 공간에서 맨몸으로 낙하해서 무사하게 지상에 착륙하는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되기 위한 미셀 푸르니에와 세릴 스턴스 사이의 경쟁은 아직까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지금까지는 가을의 도전을 취소했고 이번 봄에 다시 도전하기로 약속한 푸르니에가 조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스턴스는 아무리 빨라도 가을까지 낙하를 시도하기 위한 계획조차도 세우지 못할 것 같다. 단정하고도 열정적인 항공사 소속 파일럿인 올해 47세의 스턴스는 스카이다이버로서의 숙명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스카이다이빙이 심장을 찢어 버리는 듯한 스포츠로 이해하고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푸르니에가 5월에 출발했다고 가정할 때 21km 정도의 상공까지 올라가서 기구가 폭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살아남기 힘들었겠죠. 그렇지 않고 올라는 갔지만 다시 그냥 내려 와야했다면 다른 기구를 사기 위한 돈이 있을까요? 보조 기구라도 있습니까? 저는 두 개를 준비할 예정이고 따라서 확실한 결과를 얻겠죠.”

배짱 두둑한 모험가다운 느릿한 어투로 이야기하는 스턴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바로 자신이 조 키팅어의 기록을 갱신하면서 최초로 39.62km의 다이빙을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있다. 그녀는 30년 동안 스카이다이버로서 활동해 왔으며 푸르니에의 기록에 비해 2배에 달하는 1만5,100여회의 점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US 에어웨이의 보잉 737 파일럿으로서 1만5천 시간의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여성으로서 하루 동안 최대 점프 회수인 352회 기록을 포함해서 수많은 기록들이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것은 물론, 미육군 엘리트 골든 나이트 패러슈트 팀에 소속된 최초의 여성이었으며 30여개의 세계 에어 스포츠 연맹 마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스턴스의 관심은 오직 스트라토퀘스트라고 이름 붙인 우주에서의 낙하뿐이다. “이 사람은 비행, 스카이다이빙 그리고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 이 세가지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스카이다이버로 활약한 경험이 있고 현재 스트라토 프로젝트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윌 샤렛은 이렇게 말했다.
2003년 10월을 미리 상상해 보자. 로키산맥으로부터 전선(前線)이 예상한 대로 이동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제트 기류가 캐나다로 물러나는 이 시기에 캔자스의 옥수수 농장의 칠흑같은 어두운 하늘이 스턴스가 선택한 무대가 될 것이다. 스턴스는 지난 며칠 동안 소화 가스를 적게 발생시키는 음식을 섭취해 왔다. 해수면 높이에서는 장내 가스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카이다이버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험하다. 가스가 차서 팽창하게 되면 고통을 유발하게 되어 미처 다 올라가기 전에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제 스턴스는 오후까지 충분히 수면을 취했으며 간단한 저녁을 위해서 일어 난 후에 다시 침대에서 수면을 취했다. 자정 무렵 다시 일어나서 식사를 한번 더 했다. 1시간 후 현장에 도착한 스턴스는 완벽한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숙련된 절차에 대해서가 아니라 만일의 사태에 대한 경우와 해결 방법에 대한 집중이었다. 물론 최악의 경우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팀원들은 스턴스가 옷을 입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내열 처리된 압력 수트 아래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천천히 준비를 했다. 몸을 냉각시키기 위해서 트레일러 내의 에어컨이 풀 가동되고 있었고 수트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서 얼음물이 순환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의 헬멧을 닫았다.

이제 순수한 산소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출발 전 4시간 동안 그녀의 몸은 천천히 상승 도중에 팽창하는 기포를 생성시키는 질소를 정화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서서히 고통이 찾아와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 7시간 동안, 착륙할 때까지 외부공기로 호흡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노스캐롤라이나주 래포드에 있는 6 에이커(약 3,600평)의 대지위에 현대적인 감각의 목재건물로 세워진 4,500 평방 피트 넓이의 스턴스의 집에 와 있다. 이 집에서는 마치 박물관처럼 여기저기에 트로피와 비행 라이브러리, 180개의 메달이 보관되어 있는 넥타이 랙,그리고 비행과 스카이다이빙을 위한 의류들로 가득한 옷장들을 볼 수 있다. 집안의 모든 소품들이 제자리에 단정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누군가 매우 신중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팀원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문구도 볼 수 있었다.

스턴스는 방금 자전거로 48km를 완주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운동을 한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날에는 10km를 달리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포트 브랙에 있는 골든 나이트 회원들과 함께 지역 내 착륙장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기도 한다.

스턴스가 스트라토퀘스트를 설명하는 것처럼 이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은 퍼 린드스트랜드라고 하는 52세의 스웨덴인으로 영국에서 린드스트랜드 밸룬사를 경영하고 있다. 1998년에 린드스트랜드와 영국의 사업가인 리처드 브랜슨 그리고 시카고의 사업가인 스티브 포셋은 최초로 마라케치부터 하와이까지 아시아를 가로질러 기구 횡단에 성공했다. 수 년간에 걸쳐 세 곳의 스폰서로부터 이 스카이다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600 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 받았다.

린드스트랜드는 스턴스에게 두대의 기구와 두 벌의 수트(연습 및 세부 설정용과 기록 달성을 위한 실제용), 그리고 발사 대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약 310 만 달러의 자금조성 책임을 지고 있다. 스턴스에 의하면, 수트가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 수트는 유리 가가린이 1961년에 최초로 우주로 갔을 때부터 러시아의 모든 우주복을 설계해 온 러시아 회사 즈베즈다 사에서 제작할 예정이다. 린드스트랜드는 이 수트의 자세한 내역까지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우주 비행사가 아닌 사람을 위해 제작되는 우주비행복 중에서는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푸르니에의 수트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압력 처리가 되고 특별히 스턴스가 대기권 위에서 필요한 자세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동 자이로 장치를 포함해서 제어를 용이하게 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최신 기능이 적용된다. 그리고 어코디언처럼 생긴 연결 부위를 통해서 공기가 용이하게 미끄러져 갈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을 채택해서 스턴스가 신속하게 움직이고 아무런 방해 없이 안정적인 상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기구 담당 대원들이 오전 6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기구를 팽창시키기 시작했다. 기구가 천천히 부풀어 오르면서 거대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장비를 장착한 스턴스의 현재 몸무게는 127kg으로 원래 몸무게의 두 배 이상 되었다. 남자 두 명이 스턴스가 개방형 곤돌라에 탑승하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이 순간을 감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곤돌라 바깥쪽에서는 대원들이 곤돌라를 기구에 연결하고 있었다. 기구는 가볍게 흔들리며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이 때 갑자기 돌발 상황 발생. 흔히 전문가가 ‘믹스마스터(Mixmaster)’ 모드라고 부르는 상황으로 갑작스러운 돌풍이 불어와서 곤돌라가 땅 위에 부딪히며 끌려 갔다.



조금 후에 그녀는 초당 6.1m의 속도로 상승하고 있었다. 초기에 304.8m에 도달하기 전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기구에서 연결을 끊고 탈출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이 곤돌라는 압력 처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5.49km의 높이에서 스턴스는 수트가 팽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승하는 느낌도 없이 적막감이 감돌았다. 드디어 13.72km 높이에 도달했다. 만일 이때 수트의 압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입 안에 있는 침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 후에 피가 마치 탄산수처럼 끓어올라서 그대로 사망할 지도 모를 일이다. 기온은 점차 떨어져서 섭씨 영하 26.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강하던 온도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구가 서서히 선회함에 따라 눈부시게 빛나는 뜨거운 태양이 문제였다.

출발 후 3시간이 지났고 그녀는 그 높이에서 마치 요철이 있는 모형 지도처럼 보이는 지구를 내려다 보았다. 이제 그녀의 몸무게는 처음 출발했을 때 보다 1.8kg 가량 감소해 있었다.

스턴스가 점프를 하는 것을 방해하는 또 다른 장애물은 바로 ‘돈’이다. 스턴스는 아직 스폰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필요한 630만 달러로 추산되는 금액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미 연방 예비군 육군 대외 홍보처를 책임지고 있는 게리 프로핏 대령은 2001년 8월에 NASA에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 도전은 민간인과 군인 모두를 위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명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입니다... 저희는 (스턴스가) 이 도전을 실행하기 전에 미국에서 제작한 수트를 착용하고 NASA의 전문가들로부터 훈련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난감해진 스턴스는 모금 활동에 더 전념하기로 했다. 그녀는 ‘제트 17’이라고 하는 어린이 그룹과 ‘스트라토캐츠’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30여 개의 학교에 음악 투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것은 우리를 알리는 방법이기도 하고 호기심이라는 거인들을 깨우려는 것입니다.” 스턴스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 상황 때문에 돈이 빠듯합니다. 만일 3년 전이었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회사들이 수 백억 달러를 지원했겠죠.”

드디어 시간이 다가 왔다. 그녀는 곤돌라에서 고정 장치를 해제하고 압축 산소를 실린더로 전환한 후 원격 장치에 고정했다. 외부의 기온은 섭씨 영하 13.9도. 아마도 그녀의 심장 박동이 최대로 뛰는 순간일 것이다. 전기로 보온이 되는 수트와 손가락 끝에 있는 박막 히터에도 불구하고 추위와 피로를 느꼈다. 두통이 있거나 화장실에 가야 할 지도 모른다. 또는 불편한 산소통 아래에 있는 피부가 가려워서 긁고 싶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90도나 되는 온도 변화를 곧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인 뒤 허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몸을 기울여서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 후 70도의 각도를 유지했다. 만일 등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면 밝은 은색으로 빛나는 기구가 검은색 벨벳 같은 하늘로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리라. 여전히 바람 소리 조차 들리지 않으며 옷감이 펄럭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공간에서 낙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 혹시나 중력의 영향이 미미해서 산소가 떨어질 때까지 이대로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공포가 몰려 왔다.

점프한 뒤 몇초 되지 않아 드디어 멀리서 공기 분자들이 스쳐 지나감에 따라 발생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현재 낙하 속도는 시속 93.34 km지만 이동한 거리는 아직 30m도 채 되지 않는다. 수트에 안정화 자이로가 작동하고 있지만 약간 덜컹거리기 시작했고 비상용 보조 낙하산이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손을 약간 움직이자 다시 머리가 아래로 향하고 두 팔을 양쪽에 가지런히 모았으며 발가락을 쭉 뻗은 자세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12초 후에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약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이미 1.52km나 하강했다. 다음 15초 동안 속도는 거의 시속 1126.54km에 도달해서 음속 장벽을 통과하게 되며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 후 10초 동안 마하 1.3에 해당되는 시속 1424.27km의 최대 속도에 도달한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24.38km의 고도에 이르자 공기 밀도가 상당히 증가하면서 낙하 속도가 느려지고 곧 음속 장벽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이때 파장이 머리에서부터 발끝으로 이동한다). 공기 온도가 하강하지만 수트 표면은 증가하게 된다. 낙하산이 주는 안락함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상황에서 낙하산을 펴면 낙하산이 갑자기 펼쳐져서 심한 경우 그녀의 몸을 찢어 놓을 수도 있고 뼈가 부러질 수도 있는 위험이 발생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느 경우에라도 낙하산이 산산히 찢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곧 스카이다이빙에서 경험했던 푹신푹신한 친근한 공기를 느끼게 된다. 점차 낙하 속도가 감소해서 12.19km에서는 수트가 수축하게 된다. 고도 6.10km에 이르면 수트의 압력은 완전히 제거된다. 이제 ‘벨리 우퍼(belly whopper)’ 자세를 유지, 시속 241.40km까지 감속된다. 1.52km 높이에서 드디어 낙하산을 펴고 처음으로 미소를 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20분 정도 뒤에 곤돌라가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거대한 낙하산에 달려서 근처의 옥수수 밭에 떨어지게 되면 우주에서 떨어진 여성을 알지 못하는 농장 식구들을 놀라게 할 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롭 개논이 파퓰러 사이언스에 기고한 117번째 기사이다. 개미에 대한 그의 첫 기사는 1959년 8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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