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의 사고는 그 자체가 끔찍하기도 했지만 그 시점이 특히 좋지 않았다. 1986년 일어난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지난 2월 1일 아침 텍사스 6만km 상공에서 컬럼비아 호에게 사고가 일어나자 미국인들은 TV로 사고 상황을 보면서 위험이 상당히 많이 내재되어 있는 우주 탐사에 대해 또 하나의 교훈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미국인들은 우주 탐사 프로그램의 복잡성 그리고 특히 우주왕복에 관한 시스템 - 우주왕복선에 부착되는 타일, 우주선이 받는 열, 그 속도, 기타 다른 요소들, 소요 금액, 그리고 아침 이른 시각이었지만 인간의 어리석음 - 에 관한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은 우주왕복선에 타고 있던 비운의 승무원들에 관한 언론의 조명을 통해 그것이 우주비행사로서의 모습이든, 아니면 과학자로서의 모습이든 이들이 지녔던 탁월한 능력과 멋진 모습, 생의 뚜렷한 목표에 관하여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우리는 사고 당일 언론을 통하여 드라마 같은 상황의 와중에서 이제 미아 신세가 된 국제우주정거장의 존재에 관하여 조명해 볼 기회도 또한 갖게 됐다.
컬럼비아 호의 비극적 사고가 일어나기 전, 2003년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되어있는 해였다. 3월부터 시작하여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한 7차례의 우주왕복선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NASA와 협력 업체들이 우주정거장의 2004년 제1단계 완료일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7 차례에 걸친 우주왕복선 발사를 통하여 건설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견됐었다.
숀 오키프 NASA국장은 컬럼비아 호 사고 직전 본지를 통해 2004년 2월 19일은 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에 기억될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과 관련한 열띤 논쟁과 정치인들의 비판이 1년 이상 계속된데다가 이제 NASA는 기술상의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오키프 국장은 “우리 NASA내에서 이 우주 탐사 계획을 극적인 성공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여, 여러 상황이 발생한 현재 돌이켜보면 불길한 언급을 했었다. 그런데 모두의 마음에 기억된 날은 2004년 2월 19일이 아니라 2003년 2월 1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주정거장 요원들, 참사 소식을 듣다
이번에 컬럼비아 호가 대기권에 재진입하고 있었을 때 국제우주정거장에는 2명의 미국 과학자와 1명의 러시아 과학자가 있었다. 이들은 사고에 관하여 한 시간 후에 통보를 받았다. 승무원 지원팀장 밥 카바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고 소식을 듣고서 이들은 넓은 우주 공간에 내버려진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사고 직후 NASA가 자료 및 파편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국제우주정거장 책임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러시아의 무인 화물 우주선 프로그레스가 이 날 우주정거장으로부터 분리될 예정이었다. 일회용인 ‘프로그레스’ 우주선들은 우주정거장에 물품을 공급하고 우주정거장을 정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은 대개 2t 중량의 화물을 싣고 우주정거장으로 가서는 일을 마치고 쓰레기들을 싣고 지구 대기권으로 되돌아와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연소 처리된다.
2월 2일에 또 한대의 프로그레스가 발사될 예정이었으므로 이미 우주정거장에 와 있던 이 프로그레스는 이제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에 사고가 발생하자 우주정거장 책임자들은 다음에 보낼 러시아 화물 우주선의 적재화물 중량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 처지다.
사고 다음날 우주정거장 책임자 빌 거스튼메이어는 말했다. “우리는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러시아 측과 협력 분야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무기 연기된 우주왕복선과 관련하여 러시아 측이 이미 가 있는 프로그레스를 우주정거장으로부터 분리해도 우리의 계획엔 아무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음 발사될 프로그레스에 가서 그 화물 목록을 살펴보고 아주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하여 적절한 화물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2월 2일 프로그레스는 순조롭게 발사되었으며, 이틀 후 우주정거장과 도킹했다. 이제 사고로 한 대의 우주왕복선을 상실하고 나머지 3대의 발사가 잠정적으로 중지된 가운데 우주정거장에 대한 대형 화물 공급이 무기한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처지. 러시아가 발사하는 프로그레스 화물 우주선들과 러시아의 소형 유인 소유즈 캡슐에 의존하는 실낱 같은 생명줄 만이 우주정거장에 남아있는 요원들의 생명을 지탱시켜 줄 유일한 수단인 셈 (우주 왕복선들이 우주 탐사 계획의 대형 트레일러라고 한다면, 러시아의 프로그레스 화물 우주선들은 소형 트럭, 그리고 소유즈 캡슐들은 택시나 구명정에 비교할 수 있다). 이제 우주 정거장 건설 계획은 즉시 중지됐고, 16개국이 참여하는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의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는 NASA는 3명으로 구성된 잠정적 승무원 조직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하여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문제들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즉,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 교체용 부품들을 공급할 때까지 우주정거장에 고장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한 운영, 우주정거장의 낙하 궤도 수정 등이다. 러시아 우주항공국(Rosaviakosmos) 대변인 뱌체슬라프 미하일리첸코는 컬럼비아 사고 이틀 뒤 말했다. “이제 개발 대신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 질 것입니다.”
컬럼비아 사고 후 우주 정거장에 남아있는 요원들에게는 그 전에 비해 특별한 문제가 있지는 않다. 비상 시에 구명정 역할을 할 소유즈 캡슐이 늘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NASA는 6월까지는 우주 정거장에 식량 공급이 문제 없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요원 교대를 위한 우주왕복선 발사 계획이 없으므로 현재 남아있는 요원들 - 각 팀을 “원정대”라고 한다 - 은 좀더 그곳에 머물러야 하며 여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NASA는 4월이나 5월 초에 소유즈 캡슐을 이용하여 요원 교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ASA의 우주비행국장 마이클 코스텔닉은 “단기간 동안은, 그러니까 이번 여름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현재 우주정거장에 남아있는 요원들은 건강상태가 양호하며, 책임 의식이 뚜렷하고 우주 공간에 남아있는 것에 대하여 별 불만이 없습니다. 러시아의 프로그레스로 필요한 물품의 공급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라고 알려왔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경과하면서 NASA는 우주정거장에 대해 보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다. 큰 문제는 우주정거장의 고도 유지와 그에 필요한 에너지공급의 문제. 방 세 개 짜리 개인 주택과 맞먹는 주거 및 작업 공간으로 인해 중량이 197t으로 늘어난 ISS는 400 km 상공에서 소량의 공기로 인하여 발생하는 항력 때문에 하루에 150내지 200m 정도 지구 쪽으로 고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궤도 하락은 우주 왕복선들과 프로그레스 우주선들 같이 우주정거장에 도킹된 우주선들의 정기적인 로켓 점화로 수정해왔었다. 그러나 이제 대형 우주왕복선의 발사가 연기되면서 프로그레스 우주선들(금년에 두 차례 더 발사 예정)의 탱크의 연료 정도로는 우주정거장이 장기간에 걸쳐 고도 유지가 아마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나사(NASA)가 러시아의 발사 계획을 좀더 당기도록 독려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러시아는 신규 프로그레스 발사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국제우주정거장이 내일 당장 추락할 그런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 (이번 2월 NASA는 우주정거장의 고도 문제를 금년 중에 고려하기 시작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도 조정에 관한 뚜렷한 대책이 없을 경우, 2004년 초가 되면, 우주정거장은 공기 항력(air drag)이 위험할 정도로 커지는 고도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우주정거장 책임자들은 이와 같은 고도 하락을 늦추려면 몇 가지 선택을 하여야 한다. 공기 항력을 줄이기 위하여 태양열 집열장치를 수평으로 배열(feather)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우주정거장의 태양열 집열판이 늘 태양쪽을 향하여 있는 것이 아니므로 동력 공급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방안은 사용이 끝난 프로그레스 화물 우주선들을 우주정거장으로부터 밀어내는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대신 거기에 사용할 연료를 우주정거장 고도 유지에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편, 고도로 정밀한 기계가 극한적인 환경에서 흔히 그렇듯, 국제우주정거장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마모의 과정을 겪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 왕복선들은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대형 모듈들 뿐 아니라 예비 부품들도 우주 공간으로 운반하였다. 2003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왕복선 임무 가운데는 미국 측의 자세 제어 시스템 용으로 태양열을 동력으로 하는 제어 모멘트 자이로 (CMG)의 교체가 포함돼 있었다 (우주정거장은 이 둔중한 자전 원반의 모터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외부의 흔들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원래 3기의 CMG와 하나의 백업이 있었으나, 그 중 하나가 고장을 일으켰으며, 나머지 것들 중 하나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작동을 하고 있다. 이로써 정상 작동하는 CMG는 2기뿐이며 우주정거장의 자세를 바로 잡는 데에는 상당한 추진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주정거장에 필요한 화물 수송 능력을 늘리기 위해 앞으로 NASA가 검토할 예정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유럽 국가들이 발사할 우주선들의 발사 계획을 앞당기거나, 러시아가 중지시킨 프로그램을 재 가동하도록 하거나 , 러시아 프로그레스 화물 우주선들과 소유즈 캡슐의 제조 수량을 늘리도록 자금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이다. 유럽연합우주국(ESA)은 2004년 9월 로보트 형 자동화 운송기구(ATV)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 기구는 프로그레스 화물 우주선의 화물 적재용량인 2t의 약 3배에 달한다 (우주 왕복선들은 20t을 적재했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 로버트 레이니는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우주국은 첫 ATV 발사 계획을 몇 개월 앞당길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미국 NASA를 도울 수 있다면 말입니다.”한편,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백업모듈(이름: FGB-2)이 60% 이상 진전되었다가 2000년에 중지된 바 있는데 그것을 다시 서둘러 재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1년 이상 걸리겠지만. 소유즈와 프로그레스 화물 우주선 활용 가능성에 대하여 러시아 측은 주문이 오기만을 기다라고 있다는 식이지만 이것은 공장에서 생산 라인에 한 교대 조를 더 투입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속도가 빠른 왕복 우주선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주정거장에 대한 물품 공급의 문제에는 묘책이 없다.
수십, 수백억 달러
조지 부시 대통령은 비명에 간 컬럼비아 호 승무원들을 기리는 추도식에서 미국은 우주 탐사 계획을 중요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국제우주정거장을 직접 가리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제 컬럼비아 호 비극이 일어난 지금 우주 탐사 계획 지지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결의를 다짐하는 말들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상당수의 의회 의원들은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을 포기하지 않도록 굳은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1986년에 컬럼비아 호를 타고 우주 공간으로 올라 갔었던 플로리다 출신 빌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의 말이다.
높이 살만한 열정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의회 안팎에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에 대한 자기들의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게 뻔하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 오랫동안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을 정작 우주 탐사 프로그램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대신 그저 쓸모 없이 예산(2003년 NASA의 총 예산 150억 달러 가운데 60억 달러)이나 축내는 존재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총 174억 달러의 비용(미국 부담분 기준)으로 2003년까지 완료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지연으로 비용은 늘어났으며, 미국측 핵심완료 단계에 이르는데 까지 미국이 부담하여야 할 금액은 240억 내지 300억 달러가 될 것이다. 미국 측의 총비용 - 기획, 건설, 왕복임무, 우주정거장의 10년간 운영-은 그보다 훨씬 클 것이며, 총 9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이 엄청난 금액은 1998년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나타난 수치이다.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 계획 반대론자들은 로봇을 활용한 탐사 프로그램의 확대, 안전하고 저렴한 차세대 1단계 궤도진입 우주선 개발, 또는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데 필요한 추진력 개발의 연구 강화를 주장할 런지 모른다.
이번 참사 직후 우주 역사가 윌리엄 버로스는 아직도 위태위태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주왕복 프로그램에 대하여 개탄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우주 탐사 계획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의 기능은 그저 거기에 도달하는 것 뿐인 듯 하다. 이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제 여기서 일단 전면 중지된, 2003년과 2004년으로 예정되어있던, 우주정거장을 향한 7차례의 우주왕복선 임무에 관해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이 임무들의 목적은 우주정거장을 ‘미국측 핵심완료(U.S. Core Complete)’로 불리는 단계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며, 이 단계에 이르면 중요한 역할을 할 미국측의 확장 모듈 노드-2를 부착하기로 돼 있다. 이 단계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은 정거장의 기본적 기능만을 갖춘 형태가 될 것이다 (인기있는 채널이 하나도 없는 케이블 TV 기본패키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우주정거장의 예산관리에 관하여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의회는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미국은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대하여 최소한의 할 바를 다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우주정거장에 대한 추가의 자금 지원이나 시설 추가를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지금의 우주정거장은 그저 3명의 상주인원만 지닌 아무 쓸모 없는 공간으로 남을 것이며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자 했던 원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애당초 우주정거장 건설의 목적은 과학 연구였다.
이제 컬럼비아 호의 비극적 운명과 더불어 ‘미국측의 핵심완료’단계 진입은 최소한 우주왕복선 재개에 걸리는 시간만큼 지연될 수도 있다. 설령 유럽연합이나 러시아가 자기들의 화물 우주선 발사 계획을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야 할 부품들 중에는 미국측의 우주왕복선의 화물 칸에만 맞게 설계된 것들이 있다. ‘미국측의 핵심완료’ 단계를 지연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보수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며 발사 간의 기간이 긴 이 우주선들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므로 앞으로 재개될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발사 지연이 예를 들어 2년 걸린다고 할 때 (챌린저 호 사고로 우주왕복선 발사는 33개월 동안 지연되었었다)2006년이 되어야 비로소 ‘미국측의 핵심완료’가 성취될 수 있을 것이며, 2008년 내지 2010년이 되어야 비로소 중요한 유럽연합 및 일본의 실험실이 건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이미 이 우주정거장의 원래 예정된 궤도 상의 수명이 반 이상 경과해 있을 것이다.
NASA가 임명한 ReMAP이라는 이름의 2002년 태스크포스는 만약 미국측 핵심 완료 예정 시기를 경과하여서도 우주정거장의 임무를 진척시키지 못한다면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을 과학 탐사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더 이상 규정짓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컬럼비아 호 사고 후의 우주정거장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은 NASA와 그 협력업체들이 기본 단계를 넘어서 나아가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또는 NASA가 여러 가지 비효율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우주선 발사에 핵심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NASA에 대하여 예산 집행을 제한하고 하드웨어에 관련된 문제들이 생길 때 NASA에서는 어떠한 일이 생길지 우리는 안다. 우주정거장에 관하여 기대하는 과학 탐사는 끝장이 나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에 걸쳐 ISS의 예산이 40억 내지 50억 달러나 초과되자 연구 프로젝트들을 짜내거나 잘라내든지 연기해 왔다. ReMAP 팀의 보고서는 NASA의 연구 자금들이 엔지니어링 쪽의 예산 초과를 메우기 위하여 네 차례나 전용되었으며 연구를 홀대해 온 기간이 4-5년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장기간 입안해온 실험들이 예산 배정에서 제외되자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주정거장 계획에 대한 더 이상의 참여를 거절한 과학자들도 있다.
이와 같은 불만들은 컬럼비아 호 사고 직전까지 대충 무마되는 분위기였다. 오키프 NASA 국장은 과학 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과학 탐사에 보다 많은 초점을 맞춘 우주왕복선 임무를 실시할 것을 약속하였으며, 결국 우주정거장의 체류 요원의 수는 3명이 넘을 것임을 다짐하였다. 그는 또한 NASA가 실험 설비에 대한 예산을 증액하고 우주정거장 요원 체류 예정을 조정하여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이렇게 하여 과학 탐사 분야의 일부 학자들의 불만이 해소된 듯 보였다. “서로들 관계 개선을 위하여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좀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자리가 잡혀갔으면 합니다.”이제 퇴임한 스티븐 도티 미국 중력 및 우주생물학회장이 컬럼비아호 사고 전에 한 말이다.
촛불을 새로 켜야 할 시간
우주정거장의 운명은 이제 다시 우주왕복선이나 그 후속 프로그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왕복선이 앞으로 20년 더 운행 -이렇게 되면 결국 2020년에는 약 40년 왕복선을 수리하고 보수하여 쓰게 될 터인데 - 한다고 하더라도 NASA는 결국 다른 시스템으로 하여금 우주왕복선을 교체하도록 하게 될 것이다.
우주왕복선 대신 활용할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들은 1986년 챌린저 호 사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모두 폐기되었다. 예산이 문제가 되든지 아니면 관련 기술이 증명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2002년 11월 NASA는 재사용이 가능한 새 로켓을 선택하기로 하고 21개월째로 접어든 SLI (우주발사구상) 계획에 배정된 예산의 대부분을 삭감 조치하였다. 이듬해 1월이 되자 NASA는 둔중한 소모성 로켓을 사용하여 발사하는 OSP(Orbital Space Plane, 우주궤도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 픽업 트럭 모양의 OSP는 승무원과 물자를 우주정거장에 운반하거나 비상시의 요원 구출용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컬럼비아호 사고 전에 NASA는 OSP를 2010년까지 발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다. 이제 이 일정은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OSP는 우주왕복선이 맡았던 중량 화물 운반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며 새 시스템을 개발할 때까지는 우주왕복선과 연결하여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맥도널 더글러스 항공사의 전직 수석 엔지니어로서 현재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교수인 폴 시즈는 우주 탐사용 항공기 전문가이며 최근에 NASA의 미래 우주선 발사계획에 관한 자문을 한 바 있다. 그는 허황된 첨단의 기술을 꿈꾸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하며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설령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안들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건 우주정거장이 아니라 우주 탐사를 수행할 운반 시스템입니다.”
우주탐사 계획 지지자들은 한 가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우주정거장을 이용한 과학 탐사 계획의 장점이 무엇이든, 그에 관한 전망이 어떤 것이든, 우주정거장은 긴밀한 국제적 협력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라는 점. NASA는 어려운 고비에 하늘을 바라보며 해답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배정된 예산도 넉넉치 않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어렵사리 미르 우주정거장을 꾸려나간 러시아 사람들을 보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소유즈 우주선의 발사의 한 역할을 맡았던 러시아-유럽 합작 회사 스타셈의 빅토르 니콜라에프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 러시아인들은 우주 정복의 역사는 협력자들과 더불어 이루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압니다. 재난이든 성공이든 우리는 모두 서로서로 일심동체가 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취재·Irene Brown(플로리다), James Oberg (텍사스), Frederic Castel (빠리), Bill Sweetman (미네소타), Gregg Mone (뉴욕)
과연 러시아는 도움이 될까?
컬럼비아 호 사고 후 우주왕복선 발사 계획이 모두 중지된 가운데 우주정거장에 화물, 연료, 요원 교체를 위한 수단에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러시아의 프로그레스 및 소유즈 우주선들을 더 많이 발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이들을 더 많이 발사할 계획이 없다는 점. “그것들이 마술 지팡이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러시아 우주국(Rosaviakosmos) 대변인 뱌체슬라프 미하일리첸코가 말한다. 러시아는 우주 탐사 계획에 쏟아 부을 돈이 없다. 러시아 우주국에 배정된 일년 예산 2억7천만 달러는 우주왕복선 1회 발사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 이 때문에 지금까지 1년에 프로그레스 3기와 소유즈 2기를 만드는데 그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일회용이다.
두 우주선을 발사하는데 필요한 소유즈 로켓을 만드는데 약 1년이 소요된다. 우주선 제작에 있어서 과거 소련은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녔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된 뒤 러시아는 우주 탐사 계획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이제는 매년 정부지원예산이 2천만 달러에 불과한 국제우주정거장 장난감을 만들어 랜스 베이스 (우주 무중력 체험에 참가했던 미국의 가수)에게 팔겠다는 생각을 하는 수준. 러시아 우주국의 콘스탄틴 크레이덴코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선 생산대수를 늘릴 수는 있으나 그러자면 공장에서 일할 더 많은 사람과 시설이 필요합니다.”
NASA 스스로 빠듯한 예산으로 운영을 하여야 하므로 러시아의 생산 능력 제고에 신경을 쓸 처지가 못 된다. 이와 같은 러시아의 문제로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은 지연되고 있으며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상대라고 보기도 한다. 아마도 이 점이 NASA와 협력업체들이 마련했던 재난 대책의 구멍인지도 모른다. 우주탐사 계획을 수립하면서 NASA는 러시아가 돈이 바닥나 나자빠질 가능성을 간과한 것인가?
소유즈 우주선 발사 서비스를 맡고 있는 러시아-유럽 합작회사 스타셈의 빅토르 니콜라에프는 이렇게 말한다. “러시아 우주국장 유리 코프테프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요청했습니다. 러시아나 미국의 우주 탐사 시스템에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을 관련국들이 체결하자고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니콜라에프는 우주정거장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입장은 NASA가 우주왕복선 발사 재개 계획을 제시할 때까지는 분명하게 개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덧붙였다. “NASA가 이 점을 분명히 하면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같은 주요 협력선들과 공동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협조를 시작할 것입니다.”
한편, 우주왕복선을 3차례 탐사했던 쟝 프랑소와 끌레르브와는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은 험난한 경험을 많이 쌓은 러시아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정거장은 2명이 한 조가 되어 일하는 미르 우주정거장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10년 이상 미르 유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하여 그것이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