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모기 완전 퇴치법

이제 여름의 문턱에서 마침 한 진화유전학자가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해충 퇴치제가 될 만한 계획을 수립중이다. 런던왕립대학의 오스틴 버트 교수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유전공학 처리된 ‘이기적 유전자’를 이용해 1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질병을 옮기는 모든 곤충을 박멸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버트 교수의 전략은 아직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금년 하반기에 초에는 파리들을 대상으로 실제 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버트 교수는 실험 대상을 학질모기로 옮길 생각이다. 그는 학질모기야말로 이 계획에 있어 이상적인 실험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수명이 단지 몇 주에 지나지 않으며 짝짓기 횟수가 무수히 많은 학질모기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병원균을 옮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이 말라리아 병원균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수가 1년에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균을 옮기는 제1의 운반체는 A. 감비애(A. Gambiae). 과거 수 십년에 걸쳐서 치사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이 병원균은 클로로퀸 등의 여러 표준적 치료방법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아프리카 및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국가에서는 이 질병으로 인하여 심각한 국가재정 파탄이 초래되고 있기도 하다.
유전공학을 활용한 유해 곤충의 박멸에 관한 버트 교수의 청사진은 말미잘, 말, 이끼 등에서 발견되는 것으로서 유전과 자연도태의 법칙을 방해하는 HEG(귀소 엔도뉴클레아제 유전인자 Homing Endonuclease Genes)에 의존하는 것이다. 정상 유전인자들은 다음 세대로 전파될 확률이 50% 정도지만, HEG는 여러 염색체로부터 연속적으로 스스로를 복제한다. 이렇게 하여 다음 세대로 유전될 확률은 95%까지 올라간다(하지만 이 유전인자가 생존에 이득을 주지는 않는다).

버트 교수에 따르면 향후 몇 년 안에 모기에게 필수적인 유전인자(예를 들어 모기의 머리 부분의 발육을 돕는 유전인자 같은 것)를 파괴할 수 있는 강한 HEG를 유전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야생의 공간에 방출되는 HEG 모기들은 짝짓기를 통해 정상적인 모기들의 체내에 들어간다. 이렇게 하여 정상적 제1세대가 세상에 나오지만 (야생의 모기들은 ‘정상적인 머리부분’을 가진 유전인자를 낸다) 이것들의 체내에 HEG가 복제되어 잠복하게 된다. 두 마리의 HEG 보유 모기 둘이 서로 짝짓기를 하면 머리 부분의 치명적인 결함이 그 새끼에게서 나타난다. 이와 같은 결함은 전체 모기 수 가운데 HEG 모기 수가 늘어나면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버트 교수의 이와 같은 전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그럴 듯하게 이루어지나 실제도 그와 같이 진행될지는 미지수. 20세대에 걸친 박멸을 이루어내려면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을 한 HEG 모기는 실험 초기에 전체 자연상태 모기 수의 1%를 이룰 정도가 되어야 하며, 전체 대륙에 걸쳐 골고루 분포되어야 한다. “기존의 방법을 가지고는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특히 사하라 사막 남부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죠.” 클리블랜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유전학자 마셀로 제이콥스-로레나(Marcelo Jacobs-Lorena)의 말이다. 제이콥스-로레나 교수는 몇 마리만 놓쳐도 모기 수는 다시 전처럼 잔뜩 늘어날 것이라면서 정확한 방출지점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야생에 방출된 HEG 모기들에게서 예기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일단 야생에 방출되면 그걸 도대체 무슨 수로 통제 한단 말입니까? 그것이 또 다른 모기 종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좥책임 있는 유전학을 위한 회의좦의 임원 수야타 바이라반(Sujatha Byravan)의 말이다.

여러 말라리아 전문가들은 버트 교수의 계획의 성공 여부에 대해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A. 감비애가 인간에게나 그 밖의 다른 생명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귀찮은 존재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모기는 꽃가루를 전달하는 일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변변한 먹이감도 못 된다. 노틀담 대학교의 모기 전문가 프랭크 콜린스 교수 는 “이와 같은 시도로 중요한 생태학적 결과가 수반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나아가 그 외 사람들에게 이 점에 관해 확신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 각국 정부들, 국제 보건기구 종사자들, 말라리아가 번성하는 지역 주민 등 모두에게 유전학적 방법을 사용한 모기의 박멸에 관해 설득해야만 하며, 그 전까지는 파리채나 약을 뿌려 모기를 없애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