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선창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6월 수상자

미생물 ‘맞춤 시대’ 연 주역
‘생명체를 구조조정 한다?’불필요한 유전자는 버리고 원하는 유전자만을 담는, 이른바 ‘맞춤(Customer-designated Organism)제조의 시대’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과학자에 의해 열렸다.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과학과 김선창(47) 교수. 생명과학분야에서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골라서 맞춤 유전체를 만든다는 것은 그동안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여겨졌다.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식물의 경우만 해도 유전체 정보만을 담은 청사진만 밝혀졌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파악된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경우도 턱없이 모자란 정보와 기술의 부족으로 현실적으로는 ‘맞춤’제조가 불가능하다.

완벽한 인간이나 고등생물의 유전자를 만드는 것은 아직 정보의 부족으로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원하는 특징을 갖는 새로운 미생물체를 제조하고 이를 기초 연구 및 생물산업에 이용하는 것은 지난 수년간 축적된 방대한 미생물 유전체 및 기능 분석 정보와 새로 개발된 기술의 발달로 이론뿐 아니라 실험적으로도 가능하다. 물론 미생물의 경우도 유전체 정보가 완벽히 분석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가장 많은 데이터가 보존되어오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은 제약회사나 생명공학회사, 주류회사 등에 의해서도 주로 이용되어 오고 있다. 미생물은 이처럼 ‘맞춤(Custom-designed Organism)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최소의 단계에 속한다.

수백여종 특이성 균주 전세계에 공급
김선창 교수에 따르면, 인공균주를 제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한 가지는 생명체의 정보를 100% 알고 있는 상황에서 유전체를 만들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소위 Bottom-Up Approach 방식이다. 이 방법은 가장 이상적이지만 연구 조건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반면, 또다른 방법은 기존에 알려져 있고 생명과학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균주를 선택해 구조조정을 하는 Top-down Approach 방식으로 이러한 연구는 대체적으로 대장균(E.coli)에서 시작된다. 이 방법은 구조기능분석이 가장 많이 이뤄진 것으로 각각의 연구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있는 것을 이용해 필요한 유전자와 불필요한 유전자를 구분, 불필요한 유전자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보통 유전자를 3∼4개만 제거해내도 박사학위 논문에 해당되는데 이 방법에는 수백, 수천의 유전자 제거작업을 위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KAIST 유전체공학연구실에서 Top-down Approach 방식으로 맞춤 균주 제조가 가능한 새로운 유전체 공학기술을 개발해 수백, 수천 군데를 제거해 서로의 관계를 연구하고 유전체를 축소시켜 작지만 고도의 성능과 기능을 지닌 미생물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고 미생물 유전체끼리의 교환(swapping)도 가능하게 했다. 말 그대로 수백, 수천의 박사학위 논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첨단기술을 이용, 1천종이 넘는 새로운 대장균 변이주를 제조했으며 수백여 종의 새로운 특성 균주를 제조해 전 세계 생명과학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 벤처기업 공동설립 등 제의 잇따라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생명공학분야의 최고의 권위지인 에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78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해밀턴 스미스 박사는 지난해 말, 김 교수가 학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숙소까지 직접 찾아와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휴먼지놈프로젝트’를 완성한 인물중 한 사람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도 스미스 박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바이오에너지 연구소(IBEA)에서 미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수행중인 수소생산과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한 인공균주 개발에 김 교수의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김 교수의 기술은 다양한 생물산업뿐 아니라 의약품 생산공정에서 분리·정제 단계를 축소할 수 있는 등 획기적인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적 생명공학 기업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위스콘신 대학의 미생물 유전체 센터 책임자인 프레드 블레트너는 김 교수에게 벤처기업 공동설립까지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김선창 교수는 “인공 미생물 제조기술개발로 유전체 연구에 늦게 참여한 우리나라가 이를 응용하는 생명체 제조연구에는 앞서 있지만 언제든지 추월 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외국 과학자들의 음성적인 정보 빼가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과학자들의 아이디어가 보장받고 과학자의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풍토가 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맞춤 균주 개발의 필요성
쭦 개량균주의 모습(맨 오른쪽).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을 이용해 특정 유용물질을 생산할 경우 불필요한 많은 대사경로와 이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의 낭비, 결과산물들의 분리·정제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김선창 교수는 새로운 유전체 조작기술로 쉽게 제거시킨 새로운 차원의 인공균주로서 유용물질의 생산에 있어 보다 정확하고 단순한 대사경로를 구축, 유용물질의 효율적 대량생산과 쉬운 분리·정제를 이끌어 낼 수 있어 고품질의 경제적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외부 미생물의 유용유전자들을 이러한 맞춤 균주 내로 도입하여 특정 유용물질의 생산성을 더욱 더 높일 수 있다.

PROFILE
1956년생
1979년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
1981년 서울대 식품미생물학 석사
1985년 미 위스콘신대 식품미생물 및 분자유전학 박사
1985년-1991년 미 위스콘신대 의대 암연구센터 책임연구원
2001년 대한민국농업과학기술상 수상
1998년-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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