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 박사

한국과학재단(이사장 김정덕)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하고 과학기술부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 주최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제 54회)시상식이 지난 24일 과학기술부 회의실에서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정덕 한국과학재단이사장, 본사 김진동 주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제 54회 수상자는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기능 변화의 기본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 활성산소의 기능을 이해하고 인위적인 세포기능조절 기반기술을 확립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류성언(柳誠彦·40) 박사가 선정됐다. 류 박사에게는 과학기술부 장관상과 상패, 그리고 1천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세포기능 조절 기반기술 확립
세계적으로 과학분야에서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가장 높은 학술지는 단연‘Cell’. 이 학술지에 지난 4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 박사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류 박사는 산화환원 스위치 단백질인 ‘옥시-R’의 산화된 상태와 환원된 상태에서의 3차 구조 규명을 통해 활성산소가 세포기능을 바꾸게 되는 정확한 기작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활성산소가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과 이러한 구조변환이 세포기능의 효과적인 변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류 박사는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된 세포내 단백질을 수선하는 열충격 단백질-33(Hsp-33)의 기능변환 기작을 정확히 밝혀내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지난 5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구조생물학(Nature Structure Biology)’에 실렸다.

이렇게 연구결과가 저명한 학술지에 연속적으로 발표되면서 류 박사는 세계적으로 세포기능 스위치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세계 유수 학술지의 표지 스토리로 선정
활성산소는 세포에 유해한 기능과 함께 유전자전사, 세포신호전달, 세포사멸 등 여러 가지 세포기능 조절의 핵심적인 메신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활성산소의 작용기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였다.

활성산소로 인해 기능이 변화되는 단백질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떻게 이러한 단백질이 작은 분자인 활성산소에 의해 구조가 변하는지가 바로 학계의 관심사였다. 작은 활성산소에 의해 기능이 변화되는 대표적인 단백질이 바로 박테리아의 전사인자인 ‘옥시-R’. 류 박사는 세포기능조절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 변화기작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 옥시-R의 산화환원에 의한 기능변환 기작을 원자수준에서 연구했다. 류 박사는 X-선 결정학 방법을 사용하여 활성화되기 전과 후의 단백질의 3차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하면서 옥시-R의 기능변환 기작을 정확히 설명해냈다.

류 박사의 연구결과는 단백질의 구조가 열역학적 운동으로 인해 약간 변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구조인 단백질 폴드는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단백질도 인위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활성산소와 관련된 연구 방향 제시
류 박사는 옥시-R과 함께 세포의 산화환원상태에 따라 그 기능이 가역적으로 스위칭되는 열충격단백질-33의 3차 구조를 규명하고 여러 가지 생화학적 기능연구를 수행, 이 단백질의 산화환원스위치 기작도 정확히 설명했다. 이 연구는 단백질의 가역적인 아황화결합이 기능스위치를 일으키는 새로운 기작을 규명함으로써 옥시-R과 함께 활성산소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류 박사의 연구 결과는 활성산소에 의해 조절되는 세포내 현상의 이해와 암, 치매와 같은 활성산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질병들의 이해에도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도 활성산소에 대한 류 박사의 연구 결과가 인간의 각종 질병을 정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류 박사는 생명공학연구원 내에서도 ‘연구벌레’로 통한다.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있는 것은 물론 밤샘 연구도 밥먹듯 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억척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류 박사의 근면은 미국 유학시절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수라고 하면 뒷짐지고 있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박사학위를 지도한 웨인 핸드리슨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밤늦게 토론하고 밤새 함께 연구하셨죠. 그러면서도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까지 꼼꼼히 챙겨줬어요.”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충격적이었다.

과학자의 본 모습과 진정한 연구자세, 문화를 느낀 것이다. 그래서인지 류 박사는 연구단 식구들을 살피는 데 게으름을 피지 않는다.

류 박사에게 있어 연구는 경쟁이다. 경쟁상대는 전세계에 너무 많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곧 뒤쳐집니다. 한눈 팔 겨를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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