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제동물의 생산, 30억 개의 인간 DNA 염기배열 서열의 해독 등 생명과학의 발달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초기발생 과정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배아(수정부터 14일경까지를 말함)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에 의해서 난치병 치료는 물론 이식용 장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시됨에 따라 21세기 생명공학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간배아의 연구는 1970년대부터 불임환자의 치료와 유전병의 진단 및 제거를 목적으로 시작되어 1978년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이후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여만 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할 만큼 불임치료에 획기적인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전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자궁착상 이전단계에 있는 배아의 유전진단기술은 초기배아(4-16세포기)의 유전적 결함을 조사하여 선천적 유전자 결함을 가진 배아의 임신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인간배아 연구는 백혈병, 파킨스씨병, 치매, 간염, 당뇨, 심장질환, 면역질환 및 각종 암 등과 같은 난치병 치료나 절대부족한 간, 심장, 신장과 같은 이식용 장기의 대량생산을 목표로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인간배아(배반포)의 내부에 있는 내부세포괴(내부세포덩어리)에서 얻어진 세포는 한 인간으로 발달할 수 있는 전능성(全能性)과 모든 조직과 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 다능성(多能性)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세포 (줄기세포 또는 幹細胞(stem cell)라고도 함)를 활용하려는데 연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1998년 미 위스콘신대와 존스홉킨스대에서 각각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구축을 보고한 이래, 국내외 연구소와 몇몇 생명공학 벤처기업에서 이를 상업화하려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연구자들이 앞으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여 상업화하려는 주요기술 중에서 첫째는 인간의 210여가지 세포와 각종 장기를 체외배양기에서 줄기세포로부터 생산, 환자의 손상된 세포나 장기와 교환하는 치료기술이다. 최근 임신중인 원숭이의 태아에게 인간배아의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정상적으로 줄기세포가 성장분화 한다는 것이 보고되면서 이러한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 파킨스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둘째는 줄기세포를 특정한 질환의 세포나 조직으로 발달시키면서 발병과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 질환에 대한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신약이나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기술은 후보약물의 효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치료 기술을 개발하는데 결정적인 연구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셋째는 체외배양기에서 생산된 세포나 장기를 이식할 때 나타나는 면역 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해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여 복제배아를 만들고 배반포로 발달시킨 다음, 여기서 내부세포괴를 분리하여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구축하여 활용하려는 기술이다. 이와 같이 배아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향후 5년 이내 유전적인 특성과 특정 분화세포/장기 그리고 줄기세포의 출처에 따른 다양한 줄기세포를 관리하기 위한 줄기세포의 은행설립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배아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에 있어 환자를 치료한 예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연구가 시행되어야 하지만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수행하는 연구의 허용여부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있다. 무엇보다도 인간배아의 연구대상인 수정 후 14일 이전의 초기 배아를 단지 세포덩어리냐 아니면 인간개체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배아의 줄기세포 연구가 앞으로 인간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생명윤리의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으며, 그밖에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배아연구의 금지를 주장하는 의견이다. 사회 단체들도 기술개발 주체가 인간배아의 기술력과 지적재산권을 장악함으로서 인류의 난치병 치료 등 건강증진에 활용되지 못하고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산업체의 이윤추구에만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인간배아 연구의 허용은 배아의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욱이 체세포 복제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의 구축에 필요한 다량의 난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성인여성을 대상으로 불법거래가 이루어져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배아연구가 획기적으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래 첨단의학기술임을 확신하는 연구자나 일반인, 특히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은 한시라도 빨리 연구가 이루어져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또한 현재 배아 줄기세포의 연구자들은 배아가 하나의 개체로 되기 위해서는 배아의 모든 세포들간의 상호신호전달과 조절에 의해서만 가능하므로 수정 후 발생 초기단계의 세포 일부를 이용하여 특정 장기나 조직으로만 발달을 유도하는 것은 오로지 치료의 목적으로만 이용하려는 것이지 복제 인간을 생산하고자 하는 연구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아 연구의 허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영국 및 유럽연합에서 치료의 목적으로 인간배아의 연구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거나 추진 중에 있으며, 이는 곧 지적재산권의 확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따라서 인간배아 연구의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금지할 경우, 인간배아를 활용하는 첨단과학기술이 종속될 가능성이 있어, 대부분의 국가는 배아연구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미국에서는 60여종의 인간 배아의 줄기세포가 구축되어 동결 보존되어 있어서 언제라도 연구자들의 필요에 따라 사용이 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 9월 찬반 논란 속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인간배아 연구의 허용과 함께 연구자금의 지급을 결정하였다. 이는 미국정부나 일본정부의 조치가 배아연구의 잠재적인 과학적 엄청난 가능성을 간과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연구의 대상인 인간배아의 허용한계와 연구재료확보 등을 법적으로 명시해 인간배아의 오용과 낭비 및 불법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아래 배아연구가 추진되어, 장차 개발될 첨단 의료기술이 인류의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