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떻게 등ㆍ초본 무인발급기가 등장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신원을 100%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문인식 기술이다.
사이버민원실의 신원확인 절차는 간단하다. 무인 발급기에 주민등록증을 집어넣고 지문인식기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주민등록증 뒷면의 지문과 실제 지문을 비교해 일치하면 주민등록 등ㆍ초본을 발급해준다.
황금기 준비하는 생체인식 시장
개인별 신체 특정 부위의 고유한 특성을 가려내 생체인식 기술(Biometrics)이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분실과 위·변조의 위험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고 몸 자체가 패스워드의 역할을 할 수 있어 복잡한 암호를 외거나 신분증을 지니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최근 들어 지문인식을 비롯한 생체인식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국가 주요시설에서 사용하던 생체인식 시스템을 우체국·구청 등 공공분야는 물론 은행·증권·일반기업까지 이용하고 있다.
테헤란로의 벤처기업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인 IC카드와 함께 지문인식 시스템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 주민들의 출입 인증까지 해주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도 아이디나 패스워드가 아니라 지문으로 가입하는 시대가 곧 열릴 전망이다.
생체인식 시스템은 9.11테러를 거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 컴덱스쇼’. 컴덱스 주최측은 테러에 대비해 가방 같은 물품은 아예 전시장안에 반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관람객들은 불편을 겪었지만 안전이라는 대의에 합의했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단연 돋보인 분야는 생체인식 기술. 별도로 마련된 생체인식 기술전시장엔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을 비롯, 얼굴·음성·서명 인식 등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선보였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주력제품인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한 홍채인식 제품 ‘오센티캠(Authenticam)’을 내놓았다. 미국 아이리디안은 LG전자와 함께 홍채인식 시스템, 독일 지멘스는 지문인식 마우스를 각각 출품해 관심을 끌었다.
생체인식 시장은 지난 98년 이후 매년 2배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따르면 국제메트릭그룹은 올해 전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10% 성장, 약 2억9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문인식 시장이 절반이상을 차지했으며 앞으로 2∼3년 안에 점유율이 70%선까지 올라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생체인식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생체인식업체들의 평균 매출은 지난 98년 3억9,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99년에는 8억8,000만원, 2000년 18억9,000만원으로 해마다 1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상반기 평균 매출이 11억2,000만원. 쌍둥이 빌딩 테러로 인한 매출 견인효과를 감안하면 연간 매출은 26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문인식 대세 속 홍채·정맥·손바닥 인식 뒤 이어
생체 인식대상은 지문 이외에도 홍채·손바닥·정맥·얼굴·목소리·서명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가 지문인식. 가격이 저렴하고 빠른 인식속도, 낮은 오인식율이라는 장점에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문인식은 빛을 이용한 인증이 일반적이다. 지문을 확대해서 보면 돌출한 부분(선)과 계곡처럼 들어간 부분(골)으로 돼있다. 기계가 쏜 빛은 선과 골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반사된다. 반사율을 알고리즘으로 처리해 파일로 만들고 컴퓨터에 저장해 뒀다가 신원확인을 원하면 사용자의 지문과 비교, 동일한 사람인지의 여부를 판별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문의 선과 골에서 생기는 미세한 전류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신원을 확인하는 반도체 인식방법도 사용된다. 국내 지문인식 시스템 업체는 휴노테크놀로지 등 30여 개로 생체인식 분야 가운데 가장 많다.
홍채인식 기술도 상용화됐다.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해주는 홍채에는 사람마다 독특한 패턴이 있다. 패턴을 구별해 내는 홍채 인식은 지문인식에 비해 정확성이 뛰어나고 변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들어 각광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파엔지니어링과 아이리텍이 홍채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알파엔지니어링은 20㎝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홍채를 식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아이리텍은 홍채의 변화와 동공의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기술과 눈썹 및 눈꺼풀이 홍채의 일부를 가리더라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손 등의 정맥선을 적외선으로 촬영·입력해 놓았다가 이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장치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넥스턴과 BK시스템이 정맥인식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손의 3차원 형상(장문)을 인식하는 기술은 다른 생체인식에 비해 충분하지 않지만 패스워드 등 다른 신원확인 방법과 쉽게 결합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 핸디콤은 0.02초만에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 상용화했다.
눈·코·입 등 얼굴의 특징으로 사람을 확인하는 기술은 현재 쌍둥이를 구별해낼 정도로 발전했다. 전문기업으론 미국의 UAL테크놀로지와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비전인터렉티브가 있다.
PC나 개인휴대단말기(PDA)등 컴퓨터기기에 응용하기 쉬운 음성 신원확인이나 서명인식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음성과 서명인식 기술은 사용이 간편하지만 그만큼 식별이 어렵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다른 생체인식 기술에 비해 늦었다.
패스싸인은 모바일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서명인식 제품을 내놓았으며 음성 신원확인 기술도 LG종합기술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ETRI 등 주요 연구기관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서울경제 문병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