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작전 수행 F-15E 시승기

완전 무장한 두 대의 F-15C 이글이 애프터버너를 이용해 공기를 가르며 앞지르고 날아가자 무전기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갑니다” 아트 크레인 중령이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2만 킬로그램이나 되는 추진력을 이용해 속력을 냈다. 크레인 중령은 알래스카 상공 및 주변을 매일 1,600여 회 비행하는 미국·캐나다 연합전투기 편대를 지휘한다. 필자는 뒷좌석에 앉아 9·11 테러가 아니었으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훈련, 즉 민간항공기에 테러범이 탔다고 가정한 훈련비행에 참여했다.

이 날의 훈련은 국가 항공경비대인 KC-135R 스트라토탱커에 의해 실시됐다. 경보가 발령되자 F-15C 편대는 얼마지나지 않아 창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 보다 강화된 보안상 문제 때문에 이 비행훈련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다. F-15C는 8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으며 앞으로 실전 배치될 예정인 최신예 전투기인 F-22 랩터와 같이 운영되도록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기지로 돌아오는 길에 앵커리지 시가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상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수고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잠시 동안의 상념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 본토는 물론, 전세계는 테러범들이 존재하는 한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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