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7월 25일. 파리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콩코드 비행기의 추락으로 타고 있던 승객 109명과 지상에서 4명의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것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초음속 비행기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 주는 상징이었다.
‘콩코드’는 1976년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부와 힘의 상징이 되어왔으나, 기술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콩코드는 아직까지 소리의 속도보다 빠르게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상업용 비행기지만 연료를 너무 많이 소모한다. 또 까다로운 1960년대의 기술로 제작돼 많은 수리와 보수를 해야하기 때문에 뉴욕에서 런던까지의 왕복 비행기 요금이 12,750달러일 만큼 터무니없이 비싸다. 뿐만 아니라 콩코드는 ‘음속 굉음’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결점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지상의 유리창을 산산조각 낼 수 있을 만큼 천둥 같은 커다란 이중 굉음이다. 이 때문에 콩코드는 육지 위에서는 비행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초음속 비행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인들과 CEO들을 실어 나르는 수송기제작사로 유명한 걸프스트림사는 NASA와 록히드 마틴의 항공 전문가들을 은밀하게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음속 비행기 주위로 공기가 흐를 때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이해하고 삼각형 모양의 삼각익(翼)과 열저항 재료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 즉, 음속굉음을 최소화시키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중이다.
걸프스트림사의 목표는 부자들만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여객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아침 7시에 모스크바로 떠나 2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돌아오거나 현재 5시간 30분이 걸리는 LA에서 뉴욕까지 2시간만에 주파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차세대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걸프스트림사뿐이 아니다. 미국 군 당국도 여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과 그 군사적 우방국들은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 어느 곳이든 신속히 도착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걸프 전쟁중,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떠난 B-52 폭격기가 이라크에 도착하기까지는 7시간이나 걸렸다. 만일 비행시간을 반이상 단축할 수 있다면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생기게 된다. 미 국방고등기술연구원(DARPA)은 이미 음속비행의 연구비로 3천 5백만 달러를 의회로부터 지원 받아 보잉사와 록히드 마틴, 노드롭 그루먼사에 연구하청을 맡긴 상태다. DARPA는 연구비가 증액되면 위 세 개 회사중 하나를 선택, ‘X-plane’이라는 저굉음의 초음속 시제기를 제작하도록 할 방침이다.
초음속 비행에 대한 이러한 노력은 이전의 수많은 실패에 뒤이은 것이어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영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초음속 비행기를 만들어 왔으나 지금까지 충분한 상업적 가치를 갖는 비행기를 제작하지는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1999년도에 NASA와 보잉사는 10억 달러의 공동 프로젝트를 포기한 바 있다.
일부 기술적인 성공에도 불구, 결국 보잉사는 이 프로젝트가 비경제적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철수했다. 에어버스사의 ‘A380’ 복층 점보 여객기와 같이 비교적 수월한 프로젝트조차 시작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보잉사의 최고책임자들은 초음속 비행기와 같이 혁신적이지만 위험한 비행기를 항공회사에 팔기를 주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초음속 연구자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굉음 줄이기
과거의 모든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걸프스트림사가 초음속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바로 엄청난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걸프스트림사의 고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들이며, 이들은 이미 ‘걸프스트림 V’와 같은 기존의 개인용 제트기를 위해 4,500만 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다. ‘G-Five’는 대륙간을 비행할 수 있는 상업용 제트기다.
1,800m의 비교적 짧은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행객의 목적지에 더욱 근접해 다가갈 수 있다. 보잉 747기와 같이 약간 지루한 속도로 비행을 하지만 가격은 엄청 비싸다. ‘G-Five’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걸프스트림사는 이 고객들이 두 배 더 빠르게 비행하는데 8,000달러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업용 제트기를 운영하는 이규제큐티브 제트사의 회장인 리처드 센툴리는 작년 와이어드지와 뉴욕 타임지를 통해 “우리 회사는 저굉음 초음속 제트기가 통용되는 대로 즉시 구입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걸프스트림사는 아직도 ‘굉음’이라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굉음이 초음속 비행의 피할 수 없는 산물이라고 생각해왔다.
보잉 747과 같은 보통의 아음속 제트기는 시간당 880km를 비행한다. 이것은 해수면에서는 시간당 1,216km이고 제트기가 비행하는 고도에서는 약 1,056km인 음속(소리는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느리게 이동한다)보다 느리다. 보통 제트기가 공기를 지나갈 때 공기는 마치 시냇물처럼 비행기 주위를 ‘흐르게’ 된다. 그러나 비행기가 음속을 초월하면 공기는 더 이상 원활하게 비켜나지 못하게 된다. 대신, 비행기는 공기를 통과할 때 공기를 압축하게 되며, 그 충격으로 인해 압력 파동이 대기를 통해 흘러 나간다.
압력 파동의 강도는 비행기로부터 멀어질수록 감소한다. 그러나 동시에 N자 모양의 파동으로 합체되면서 파동의 모양이 변화한다. N-파동 안에서, 압력은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점차적으로 감소하며, 그 후 정상적인 대기압력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동안 비행기의 속도로 움직이는 압축된 공기의 벽은 이 파동에서 퍼져 나온다. 공기의 벽이 지면을 지나갈 때 소리가 들리며 이는 음속굉음으로 느껴진다. 인간의 귀는 이 N-파동의 처음과 끝에서 증가하는 압력을 소리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종종 굉음을 이중의 폭음으로 듣는 것이다.
저굉음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의 모양을 변경함으로써 굉음의 강도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예를 들면, 작은 비행기는 교란을 덜 일으키는데 이는 음속굉음의 문제가 공기의 변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압축된 공기 위에 떠있기 때문에 기체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압력이 더 낮다.
무게에 비례하여 기체가 길어지면, N파동은 기체를 따라 더 멀리 퍼지게 되므로 최고 압력이 낮아진다. 게다가, 날개가 기존의 비행기에서처럼 중앙에 모아져 있지 않고 기체를 따라 펼쳐진다면 압력 파동은 덜 증폭할 것이며 따라서 굉음이 적게 날 것이다. 걸프스트림사의 비행기는 길이가 약 42m정도로 길지만 8명에서 14명의 승객만을 수용하게 된다.
걸프스트림사의 프로그램 선임 부사장인 프레스 헨은 만일 비행기가 비교적 날렵하고 최적의 고도로 비행을 한다면 N-파동이 생기지 않으며 지면의 절정 에너지, 즉 굉음이 약한 곳이 있다고 설명한다.
굉음의 수준에 대해서는 정해진 어떠한 기준도 없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소음 허용치의 경계를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단순히 굉음 즉, 소음에 대한 목표를 근본적으로 낮게 세움으로써 한 단계 건너뛰기로 결정하였다. 콩코드의 N-형 파동의 전면 압력은 1평방 제곱미터 당 100.6 뉴톤이 증폭하는데 반해 새로운 디자인의 비행기는 최고 압력이 1㎡ 당 단지 14.4 뉴톤에 불과하다. 이것은 해수면 기압의 7천 분의 1에 해당한다. 사실,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3층을 올라갈 때 더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더 빠른 제트 엔진
걸프스트림사는 약 마하 1.6(음속의 1.6배 또는 약 1,760km/h)과 마하 2(2,112km/h) 사이에서 비행할 수 있으며, 연료보급 없이 적어도 7,360km를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 계획이다. 걸프스트림사는 2006년까지 저소음 초음속 제트기 또는 QSJ이라 불리는 이 비행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굉음 문제를 극복하는 것 이외에도 메탈음악 공연장의 맨 앞줄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보통 때의 소음)으로 공항주변에 소음피해를 주지 않을 엔진을 알맞은 가격에 만드는 문제도 있다. 현재 제트여객기의 엔진은 전방의 대형 추력-생성 송풍기 덕에 조용하지만, 이것은 초고속에서 이 송풍기를 통과하는 기류가 추력을 생성할 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에 초음속 비행기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단순한 초음속 엔진의 하나는 가능한 최소한의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후부 배관기로 가능한 빠르게 배출해내는 것이나 불행히도 이 디자인은 소음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3년 전 NASA가 개발을 포기한 초음속 비행기는 이런 종류의 제트엔진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동 트레일러 크기의 소음 억제기를 필요로 했다.
GE사는 내부의 밸브들과 회전하는 날개 깃을 3가지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가변-사이클 엔진을 디자인했다. 소음이 가장 문제가 되는 이착륙시, 이 엔진은 현재의 제트 엔진의 수준과 거의 비슷하다. 마하 1로 가속하는 동안, 단순하지만 시끄러운 초음속 비행기 엔진과 같이 작동하며, 순항 중일 때는 두 엔진의 중간을 선택한다.
반면, 롤스로이스사는 이륙시 요구되는 소음한도를 간신히 충족시키지만 추가의 구동 부품이 요구되지 않는 절충된 엔진 디자인을 설계했다. 이 회사는 보잉777 제트 여객기를 위해 제작된 엄청나게 큰 422,580 뉴톤의 추력 장치인 트렌트 800 엔진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추력을 만드는 송풍기를 제거하며 더 작은 고압 송풍기로 이를 대치할 계획이다. 엔진 개발에는 자본이 많이 든다. 그러나, 롤스로이스사와 GE사 모두 고온·고압 코어가 상업용 비행기엔진의 코어와 동일한 초음속 엔진을 만들기로 했다.
한편, 환경학자들은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의 운항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원인이 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971년 최초의 초음속 제트기 프로젝트를 폐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원들은 이에 대한 대안에 부심하고 있으나 다행히 묘안들이 나오고 있다. NASA의 초음속 제트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원들이 연료가 연소하는 엔진부분인 연소실 설계에 성공함으로써 더 적은 산화물을 생성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두며 아음속 엔진에 사용되고 있다.
기술적인 장애가 극복되었다 할지라도 정치적 문제 또한 남아있다. 걸프스트림사의 임원들은 DARPA가 데모용 비행기를 만들고 FAA(연방 항공 관리국)에서 초음속 비행기의 육상 비행 금지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초음속 프로그램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저굉음 비행기는 비행허가 없이는 전혀 가치가 없다.
비행기 디자인 전략
걸프스트림사의 저소음 초음속 제트기 디자인은 기존 비행기의 특징인 T 모양 꼬리와 동체 후반의 상단에 위치한 엔진을 사용하지만 상당히 날씬한 편이다. 이 제트기는 압력파동을 펼치기 위한 긴 기수와 크고 날카롭게 뒤쪽으로 기운 활 모양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날개는 엔진의 공기 흡입구로부터의 충격파를 없애주며 지상에 도달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걸프스트림사의 저소음 초음속 제트기는 연료-절약형은 아니다. 그러나 헨 부사장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초음속 제트기의 이용객들이 엄청난 부자들이기 때문이다.
DARPA는 외형적으로 걸프스트림사의 제트기보다 더 세련된 모양의 제트기 세 대의 디자인을 연구중이다. DAPRA는 약 9,070kg 정도의 폭탄이나 탑재물을 싣고 연료보급 없이 11,200km(아음속 비행기로는 상당한 수준의 거리다)를 적어도 2,560km/h의 속도로 날 수 있는 비행기를 원하고 있으나 노드롭 그루먼사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찰스 보카도로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DARPA가 세운 목표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고 보카도로는 덧붙였다.
군은 상업용 제트기 제작사만큼 음속굉음에 대한 규제가 없다. 미 공군과 해군 비행사들은 아무런 규제 없이 바다와 육지에서 초음속 비행 훈련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군이 비행기 뒤를 따르는 굉음 소리를 들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기 때문에 소음은 결정적 결점이 아니다. 그러나 보카도로는 미래의 초음속 비행기는 최고의 속도로 장거리를 비행할 것이므로, 군사 시험지역 밖에서 훈련받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DARPA도 군전용 제트기뿐 아니라 상업용 제트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산유체역학인 CFD는 굉음 연구에 극히 중요하다. 전자식 풍동과 같이 CFD는 비행기 주위의 공기의 흐름을 하나의 모델로 만들게 되는데 보카도로는 이미 1990년대에 CFD를 기체 자체상의 음속압력을 모델화 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CFD가 굉음의 발생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해주지 못한다. 현재 전산시스템의 발전으로 연구팀은 4개의 동체 길이까지 기류를 정밀하게 산출해내고 있다.
연구팀의 노력이 성공한다면 굉음이 지상에 도달하는 곳인 비행기의 후방 몇 킬로미터에서 발생하는 공명의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있다.
올 여름 후반, 노드롭 그루먼사는 자회사의 개조된 F-5E 타이거 전투기와 CFD에 의해 다시 제작된 디자인을 시험할 계획이다. F-5E는 최고 1,600km/h의 속도로 마이크로폰의 배열 위를 날아갈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알고자 하는 것은 실제의 굉음이 지상에서 측정된 굉음(far-field 효과)과 일치하는가 이다. 만일 일치한다면, 보카도로의 연구팀은 미래의 저소음 초음속 제트기 디자인을 계속 진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