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북쪽 해안가. 기이한 모양을 한 현무암 기둥들이 바다에 우뚝 우뚝 솟아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이 기둥들은 ‘핀 맥쿨’이라는 고대의 거인이 만든 다리의 흔적이라고 한다. 12m 높이의 다각형기둥들이 모여 장관(壯觀)을 이루고 있는 이 자이언트코즈웨이(큰 계단)는 북부 아일랜드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어지고 있다. 1693년 이 곳으로 원정대를 보낸 런던 왕립협회는 이같은 장관이 거인이 만든 다리가 아닌 자연발생의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 왜 이 돌기둥들이 일정한 기하학적 패턴을 이루고 있는지를 설명한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아토믹 바릴로체 센터의 연구원인 에드와르도 자글라와 미시간대 교수인 알베르토 로조는 도구 2개를 사용해 이 돌기둥의 미스테리를 풀어냈다. 도구는 다름 아닌 녹말가루와 컴퓨터. 미스테리를 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자글라가 건조된 녹말층이 담긴 접시를 톡 건드렸을 때였다(아래 그림 참조). 녹말 층 맨 위 표면에 있는 균열은 불규칙한 것처럼 보였지만 로조가 밑을 살펴보자 완벽하게 균형 잡힌 다각형 기둥들을 발견했다. 자이언트코즈웨이와 똑같은 형태였던 것이다. 이를 보고 로조는 “정말로 놀라웠다.”며 감탄했다.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의 지구 물리 학자 게르하르트 뮐러가 불과 몇 년 전 녹말층 균열에 관한 상세한 논문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뮐러는 이 과정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자글라와 로조는 그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컴퓨터 시물레이션으로 녹말층에서 자이언트코즈웨이와 동일한 균열 패턴을 볼 수 있었다. 자이언트코즈웨이는 5∼6천만 년 전 엄청난 화산폭발에서 나온 용암이 냉각되어 줄어들면서 균열이 생겨 형성된 것이다. 용암류 밑부분으로 균열이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압력을 많이 받는 곳에 균열이 생기면서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침식작용으로 표면이 부드럽게 마모되어 일정한 모양의 현무암 기둥들이 형성되기까지는 몇 백만 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