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는 메뚜기들의 도시로 묘사되어 왔지만 스티븐 커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스티븐 커처는 <아라크네의 비밀>, <엑소시스트 II>,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에서 벌레들을 출연시킨 것으로 유명하며 헐리우드의 알아주는 곤충학자이다. 그의 비장의 무기는 벌레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다. “테이블 위에 바퀴벌레가 가득 담긴 통을 쏟아놓는 것은 바보라도 할 수 있죠. 그러나 저는 바퀴벌레들이 카메라를 위해서 일하도록 합니다.” 최근 개봉된 신작 <스파이더맨>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파퓰러사이언스(PS) <스파이더맨>에 출연한 거미들은 어떤 거미인가요?
스티븐 커처(SK) 1m 정도 회전해 내려가 기어다니기도 하고 엄청난 높이로 뛰어 오르는 거미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거미도 설계해야 했습니다.
PS 거미를 설계하다뇨?
SK 제작진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거미의 그림을 보여 줬습니다. 저는 그 그림과 가장 비슷한 거미를 찾아야만 했구요.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색과 동일한 색으로 정교하게 거미를 색칠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야 했습니다.
PS 곤충을 분장시키는 다른 방법은 없었나요?
SK 곤충에게 옷을 입혔던 적이 있습니다. 버드 라이트 광고에서 제작자들이 어금니와 코끼리의 몸통을 가진 귀뚜라미를 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적당한 귀뚜라미를 발견할 수 있었고 디자이너들은 매우 작은 라텍스 소재의 코끼리 옷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들이 그 벌레에 옷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왔죠.
PS 곤충 배우들이 인간 배우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을 하던가요?
SK 사실은 그런 설정이 배우들 보다 더 중요합니다. 종종 나방들이 횃불 주위로 날아 다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합니다. 매우 쉬운 일 같지만 횃불을 밝혀도 스튜디오 내의 조명들 때문에 이 멍청한 나방들은 거의 도망가 버립니다. 저의 임무는 이러한 일들을 사전에 예상하고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정말 세부적인 것 하나 하나에 까지 신경을 써야만 하죠.
PS 지금까지 해온 작업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SK <아라크네의 비밀>에서 1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슬리퍼까지 거미를 일직선으로 걷도록 유인해야 했던 일입니다.
방법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거미가 트랙 내에 계속 머무르도록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PS 함께 작업하기 좋은 곤충이 따로 있나요?
SK 개인적으로는 파리를 좋아합니다. 물론 그렇게 많지 않은 경우지만. 한 번은 폭스바겐의 광고를 찍기 위해 파리를 한 마리 구해서 목욕을 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놈의 머리하고 앞다리를 꿀속에 넣어 버렸죠.
PS 벌레들을 손이나 발로 눌러 죽이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SK 저도 집안에 있어서는 곤란한 곤충들과 재래종이 아닌 곤충들을 죽입니다만 벌레들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저를 가르치는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