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스릴 즐기는 성인 트랙터 대회

발선에 이르자 햇살을 가로지르는 그림자가 지저분한 트랙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6명의 레이서들이 준비를 마치고 출발선에 서서 자신들의 기계를 바라보는 광경은 마치 르망 경주에서나 볼 수 있는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참가자들도 모두 얼굴 전체를 덮는 헬멧을 쓰고 서로 긴장된 시선을 주고받았다. “준비... 출발!” 신호와 함께 4.5m짜리 제초기를 탄 선수들은 일제히 기어를 넣고 출발했다.

필자는 텍사스의 샘 휴스턴 레이스 파크에서 열린 ‘2002 스타 빌리 제초기 레이싱 시리즈’에 레이서로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멀리 위스콘신 주 등 각지에서 45명의 레이서들이 대회참가를 위해 이곳에 모였으며, 경마를 즐기러 온 5천 여 관중들도 경마 경기 중간에 경기장 안쪽에서 벌어진 이 경기를 신기한 표정으로 관람했다.

미 제초기 레이싱 협회(USLMRA)에 등록된 600명 이상의 회원들 중 350여 명이 매년 개최되는 약 22개의 대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어떤 이들은 이 별난 취미가 나스카(NASCAR) 레이싱과 5인조 록그룹 그레이트풀 데드를 섞어 놓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회 동안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재담이 넘쳐나는 분위기였는데, 카트 레이싱 경주에 당나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1992년 만우절, 처음으로 USLMRA 공식 경기가 개최되었으나 사실 이 경기는 1973년 저렴하게 스릴을 즐기려던 영국 젊은이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필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일명 미스터 모우쟁글스인 찰스 포웰은 “이건 가장 저렴한 모터스포츠”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 정비까지 해냈다. 고철이 다 된 제초기들을 다시 조립하여 선수들은 200달러 이하의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차량을 마련한다.

참가자들은 ‘스톡’(시속 16km), ‘아이모우’(시속 32km), ‘프리페어드’(시속 80km), ‘팩토리 익스페리먼털’(시속 96km)의 네 등급으로 나누어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포웰은 1975년형 MTD 모델(최고 시속 12km)을 이용해 1,00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프리페어드급 제초기를 만들어 주었다. 한 달 내내 핸들링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차축과 다이렉트 스티어링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속도를 향상시키려고 거버너를 제거하고 기어비를 증가시켰다.

또한 무게 감소를 위해 알루미늄 휠을 설치, 고속에서 감속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카트 레이싱카에 사용하는 브레이크를 달았다. 게다가 비상 사태 발생 시 제초기를 완전 정지시킬 수 있는 스위치도 부착했다. 물론 매끈한 외형을 연출해 줄 페인트칠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출발선에 선 트랙터는 주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레이싱의 치열한 열기 속에서 이 트렉터초보 레이서인 필자를 수준급으로 끌어 올렸다.

이 제초기들은 레이싱 카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운전대 위에 잔뜩 웅크린 채 매 회전 시마다 차체가 기울어져서 나머지 두 바퀴에 의지하는 스릴을 즐기면서 10회전 경기 중반까지는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6회전에서 그만 2위로 처진 후, 결국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포웰은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뛰어 나오며 농담조로 “조심하지 않으면 이 경기에 중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이스 첫 출발 이후 이미 경기에 푹 빠져버린 필자에게는 너무 늦은 경고였다. - 트레버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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