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도저히 25km는 못 뛸 것 같아요.” 나이키사 스포츠 연구실험실에 들어오면서 로렌 마이어 선임연구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필자는 각 센서들과 연결된 전선을 가슴, 복부, 옆구리, 왼쪽 삼각근, 어깨의 견갑골과 허리에 붙였다. 앞으로 이틀 동안 나이키 최신 재킷을 시험 착용한 채 피부 온도를 측정 받게 된다. 신제품의 이름은 ‘스피어’(Sphere).
스피어의 구성 원리는 섬유 속에 있는 작은 원형 톱니가 있어 신체에 섬유가 달라붙지 않게 하고, 공기층(나이키에서는 개인용 대기층이라 부른다)을 형성해 섬유 소재에 따라 시원하거나 덥게, 혹은 건조하게 하거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제품은 2000년 올림픽에서 최고의 육상 스타들이 입었던 나이키의 딤플 탱크탑에서 사용한 기술을 적용했다. 과연 필자처럼 겨우 2주에 한번 10km를 뛰는 어설픈 마라톤 선수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스피어는 드라이, 쿨, 프로, 더멀의 4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시험용으로 스피어 더멀을 골랐다. 더울 때 조깅한 후, 땀이 식으면서 생기는 오한 예방 및 추운 날씨에서는 따뜻한 공기 유지 기능이 있는 제품이다. 이틀 동안 러닝머신 위에서 50분간 4회에 걸쳐 뛰었다. 섭씨 2도에서 두 번, 섭씨 30도에서 두 번씩 뛰었는데 매번 온도에 적합한 스타일을 착용했다.
보통 조깅할 때 즐겨 입는 평범한 면 소재의 옷 대신 낮은 온도에서는 긴소매 셔츠 스타일의 지퍼 잠금식을 높은 온도에서는 탱크탑 형태의 스타일을 입었다. 마이어 연구원이 심장박동수와 심부 및 신체 온도를 매분 기록했다. 기록된 숫자들을 살펴본 결과, 심박동수가 약간 올라갔고, 심부 온도는 0.4도 가량 떨어졌다는 사소한 특징을 알 수 있었다.
면 소재의 옷을 입고 낮은 온도에서 달릴 때는 14분 정도 지나면 몸이 더워지고 30분쯤 되면 불편해지면서 35분에 이르면 땀투성이가 된다. 반면, 스피어를 입은 상태에서는 34분이 지나서야 덥다고 느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가 끝난 상태에서도 거의 땀을 흘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더운 날씨 실험에서는 스피어와 면 셔츠 모두 동일한 시간에 땀을 흘리기 시작했지만 티셔츠를 입은 상태에서는 곧 “땀에 젖어서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탱크탑은 40∼60달러, 재켓은 110달러)은 꽤 비싸 지만, 그 효과는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