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랠리 기술을 배우다

로드 레이싱 면허도 있지만, 30년 남짓 운전을 하면서도 난 아직 왼발로 브레이크 잡는 법을 모른다. 양발로 3개의 페달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속 48km로 눈 덮인 코너길을 제일 짧게 바짝 달라붙어 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팀 오닐식의 코너링은 아니다.

“돌아요! 브레이크! 풀고! 옆으로 꺾어! 액셀레이터 밟아요!” 차가 U자형 커브를 미끄러지듯 돌자 오닐이 내게 소리쳤다. 그리고 느린 뉴잉글랜드 액센트로 한마디 덧붙였다 . “원 세상에, 맙소사. 솜씨가 엉망이군.”

뉴햄프셔 프랜코니아에 있는 팀 오닐 랠리 스쿨에서의 첫 번째 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비포장 도로 위 고속 질주의 세계”라는 말보다 ‘컨트롤스키드(controlled skid)의 과학과 예술’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하겠다. 3일 남짓 동안 이곳에서 나는 바로 80년대식 구식 세단을 거칠게 모는 방법을 배웠다. 오닐 스쿨은 전 세계 중에서도 최고에 속하는 랠리 학교 중 하나다. 모터스포츠의 축구경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스포츠가 미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고 확실히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랠리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노르웨이에서 그리스까지의 모든 도로가 관중으로 꽉 찬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목이 부러질 만큼 위험한 속도로 도로를 달리는 것이 허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TV 중계증가와 자동차 내부 카메라로 이전보다 한층더 흥미진진해졌고, 또한 재미있는 비디오게임들 덕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자동차회사들도 터프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레이싱 카를 출시했다. 올 봄 출시 예정인 미쓰비시의 랜서 이볼루션 VIII 은 터보차지 2.0리터 250마력의 4륜구동 초소형 자동차로 대형 타이어와 강력한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있으며 OZ 랠리에서는 전륜구동 120마력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스바루 WRX는 227마력 2.0리터 터보 엔진을 자랑하는 스페셜 임프레자 초소형 사륜구동(AWD)으로 잘 팔리고 있다. 스바루는 좀더 강력한 STi 버전을 올 여름 선보일 계획이다.

레이서들은 시판 자동차를 고성능 타이어, 특수 조명, 엔진 개조 등을 거쳐 개조하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최고의 프로 랠리 차량에는 몇 가지가 더 포함돼 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400마력 터보 엔진, 강화된 새시, 롤케이지(rollcage: 경기중의 사고에 대비해 차체의 내부에 파이프로 보호 프레임을 설치한 것), 강력한 트랜스미션, 그리고 어떤 지형에서도 버텨낼 타이어 등을 자랑한다.

그러나 오닐의 랠리 스쿨에서는 이 같은 기술적 측면은 좀 떨어지는 편이고, 지저분한 모습이 특징이다. 여기서는 롤케이지, 안전 좌석 및 랠리 타이어를 장착한 80년대 중반의 폭스바겐 골프 차종으로 전륜구동 트레이닝이 이루어졌다. 역시 비슷하게 장착된 아우디 4000S 콰트로는 사륜구동(AWD) 기술을 배우는데 사용했다. 쓸만하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각각 85 마력 및 115 마력의 엔진 덕분에 나같은 풋내기라도 문제없다.

이들을 다루는 키포인트는 바로 중량이동. 심한 브레이킹은 무게를 앞으로 이동시키고 앞바퀴에는 마찰을 일으키는 한편 자동차 후방은 회전하면서 폭넓게 스키드 된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오버스티어(운전자의 의도 이상으로 많이 꺾이는 경향)이다. 뒤로 무게가 이동하면 앞바퀴는 쉽게 접지력(grip)을 잃는다. 언더스티어(핸들을 꺾은 각도에 비해서 차체가 덜 도는 특성)가 되는 것이다. 스피드도 잘 이용해야 한다. 너무 느리게 턴을 하면 스키드마크는 커녕 아예 차가 정지할 수도 있다.
이제, 이론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예를 들어, 오른쪽 커브길로 들어서면 바퀴를 90도 각도로 오른쪽으로 돌려 차가 회전을 시작하게 한다.

차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왼발로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다. 그리고 액셀레이터를 오른발로 어느 정도 아래로 유지시킨다. 이렇게 하면 차의 무게가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별도의 접지력이 생긴다.

즉 차 뒤쪽에서 마찰이 줄어들면서 차의 수직축을 중심으로 회전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떼고 스티어링휠을 왼쪽으로 180도(중심에서 90도 왼쪽) 돌린다. 그리고 액셀레이터를 밟는다. 그러면 중량이 뒤로 이동하면서 차의 회전을 중지시킨다. 제대로 하면 코너를 벗어나면서부터 즉시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 도로 표면이 한결같이 자갈로만 포장되어 있으면 컨트롤이 더 힘들어 진다.

그러나 그 전날 밤 화이트 마운틴에 약 3인치 가량 눈이 쌓여서 얼어붙은 눈길과 진흙, 자갈, 눈 녹은 진창 범벅까지 그야말로 도로표면 상태는 각양 각색 였다. 게다가 오른손 스키드 말고도 배워야할게 많았다. 왼쪽으로 도는 것도 배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유가 뭐든 간에, 난 오른쪽 회전에 더 능숙하다.

그런데 후륜구동 혹은 사륜구동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그리고 가파른 코너에서는 ‘펜둘럼 턴(진자 회전)’이란 기술을 적용해야 했다. 이 기술이 여기서 배운 것 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이 기술은 차를 이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 하다가 반대방향으로 급격하게 회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차체 뒤쪽이 앞보다 훨씬 더 빨리 돌게 된다. 자동차 끝을 강제로 빨리 움직이게 만드는 셈이다.

3일째 되는 날에는 마지막 테스트가 있었다. 종합 코너 및 오르막길 내리막길 회전을 익히기 위해 숲 속에 있는 모의 랠리 코스로 힘차게 돌진해 나갔다. 그늘진 지역은 빙판길이어서 시험 주행을 보여주던 오닐의 차조차도 심하게 미끄러졌다.
그러나 도로 상태가 험한 곳에서는 접지력이 휠씬 좋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 나의 연습 상황은 점점 망가지기 시작했다. 고생하기만 했을뿐 타이밍과 균형이 잘 맞지 않아 제대로 운전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역시 나이든 사람이 새로운 걸 배우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지그재그 코스에서는 확실히 속도도 높았고 컨트롤 상태도 훨씬 나았다.

연습은 모두 다른 어려운 기술인 시프팅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번째 기어에 고정된 상태에서 진행했다. 코너 돌기 전에 다운시프팅(자동차 기어를 저속으로 내리는 것)을 하는 로드 레이싱에서와는 달리, 랠리에서는 코너를 돌면서 다운시프팅을 한다. 이것이 코스 네 번째날의 교훈이었다. 이날 핸드브레이크와 180도 회전도 훈련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받은 훈련 성과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때 맞춰 훈련이 끝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존 마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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