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테스토른을 고갈시키지 않는 피임약

보통 남성은 한 달에 1조 개 이상의 활발한 정자를 만들어낸다. 과학자들은 남성용 피임약을 만들어내고자 과거 수십 년간 연구를 해왔으나 시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약들은 남성의 가장 소중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고갈시킨다. 현재 옥스포드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달갑지 않은 부작용-체중 증가, 성욕 감퇴-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정자를 죽이는 비호르몬성 경구 피임약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NB-DNJ라는 이름의 이 약은 희귀한 유전질환 가우처(Gaucher)병의 치료약으로 유럽에서 이미 승인된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교의 학자들은 이 약이 생쥐의 신경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정자를 죽이는 효과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NB-DNJ를 투여한 수컷 생쥐들이 일시적인 생식불능 상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생쥐들의 정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기형이 된 정자들의 머리, 없어진 꼬리 등등의 기형 현상으로 정자들이 정상적인 움직임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생쥐들의 교미의 빈도와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옥스포드의 과학자들은 계속된 연구를 통하여 NB-DNJ가 가우처병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양의 10배를 투여하면 생쥐들의 정자를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생쥐들의 정자는 이 약의 투여를 중단하면 몇 주 후 다시 정상적인 번식능력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이 약제의 인체 임상시험은 5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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