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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팜파일럿이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 MP3 플레이어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웹 검색은 지금처럼 편리하지도 않았으며, 전자 북은 실험실의 테스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당시 파일럿은 일정 관리와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는, 사용이 간편한 기기에 대한 소비자의 갈망을 해소해 주었던 것. 이와는 반대로 포켓 PC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1998년에 출시한 ‘윈도우 CE’는 조잡하고 사용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PDA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요구 사항도 바뀌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포켓 PC’를 출시했다. 이 포켓 PC를 사용하면 ‘윈CE’를 상당히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사는 이제야 택시 뒷좌석이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제일 먼저 느끼는 점은 프로그램 실행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것.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다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두 번 터치할 필요가 없으며, 한 번만으로도 충분하다. 펜을 누르고 있으면 ‘복사하기’나 ‘붙이기’와 같은 옵션이 나타난다. 이제 더 이상 다단계 메뉴와 씨름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표준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이동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다. 포켓 PC는 메모장, 달력, 작업 계획, 녹음기, 파일 관리 프로그램 뿐 아니라 이른바 포켓 워드로 알려진 문서작성기, 포켓 엑셀, 파일을 첨부할 수 있는 전자메일, 마이크로소프트 머니 프로그램, 인터넷 익스플로러 웹 검색 프로그램,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마이크로소프트 리더와 같은 전자북 프로그램들이 모두 내장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것 하나면 있으면 전자메일을 주고받고, 한가롭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컴팩, 카시오, 휴렛 팻커드와 같은 컴퓨터 회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포켓 PC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초기 버전의 ‘윈CE’ 기기는 팜탑 제품에 비해 좀 투박했던 반면, 컴팩의 ‘iPaq(499달러)’은 포켓 PC도 다른 경쟁 제품들처럼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Paq의 무게는 170g에 불과하고 크기는 신형 팜III보다 조금 더 큰 13cm×8.3cm×1.6cm이다. 32Mb의 메모리와 240×320 픽셀의 컬러 디스플레이, 내장 USB 포트, 14시간 동안 지속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와 같은 하드웨어 사양을 갖고 있으며, 라이트 감지 센서가 있어 주변이 어두워지면 백라이트가 켜진다.

컴팩은 또한 주변기기와의 연결을 위해 100핀 전용 커넥터를 제공한다. 이 기능은 최근 출시된 PDA ‘핸즈스프링 바이저’의 핵심 기능으로서 소비자들 반응이 매우 좋다. 또한 컴팩플래시 타입 II 카드 슬롯과 PC 카드 슬롯 및 배터리, 디지털 카메라, GPS 수신기, 휴대 전화 등과 같은 플러그인 타입의 포켓 PC 액세서리가 연말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새로 나온 포켓 PC는 편리한 기능을 많이 갖추고 있어 서너 종류의 기능만 갖춘 단순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위 파워 유저들에게는 새롭게 출시된 이 ‘윈CE’ 제품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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