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me, sweet chrome

1916년 일명 ‘블랙 잭’으로 통하는 존 퍼싱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판쵸 빌라를 잡기 위한 추격전을 벌였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인들의 우상인 ‘모터 사이클’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 근래에는 새로 등장한 미국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빅토리’와 ‘익셀시어 헨더슨’에서 클래식 감각의 오토바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할리 데이비슨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신기술과 특징을 지니고 있다. 수 세대를 지나고 이제야 진정한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독특한 설계와 세련된 모습을 지닌 이 모터사이클들이 기존의 클래식과 경쟁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모터 사이클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셀시어 헨더슨, 수퍼 X
익셀시어 헨더슨의 ‘수퍼X’는 앞쪽에 장착된 큼직한 ‘스프링거’ 포크가 압권인데 2차대전 전에 유행하던 외장형 스프링과 전면부 링크를 겸한 스타일로 엄밀히 말하면 기능보다는 외양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익셀시어 헨더슨은 일부 투박하게 처리한 부분이 남아 있는데, 엔진의 떨림, 터프한 승차감을 즐기는 매니아들을 위한 배려로 여겨진다. 최근 할리의 FXDL 다이나 로우 라이더 엔진 성능이 향상된 후로 경쟁력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말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수퍼X에는 할리의 푸시로드 밸브 구동장치 대신 1,386cc의 DOHC식 V형 트윈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컴퓨터 제어 연료분사 프로그래밍 기능과 더불어 작업 공정이 간단하므로 향후 어떠한 배기가스 규제에도 손쉽게 대처할 수 있다.

수퍼X는, 환상적인 뒷모습과 크롬도금이 된 전조등을 보면 마치 어안렌즈를 통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탁월한 제동력과 부드럽게 걸리는 디스크 브레이크도 돋보인다. 고풍스러운 스프링거 포크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현대적인 텔레스코픽 포크와 맞먹는 성능을 발휘한다.

고품격 모터 사이클에 걸맞는 가격으로, 단색이 18,125달러, 투톤 컬러가 18,690달러지만, 유감스럽게도 시장은 익셀시어 헨더슨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기자의 시승 직후 부도방지 신청을 해야만 했던 것. 익셀시어 헨더슨 측은 딜러들이 판매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고, 재정 문제가 곧 해결되면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 FXDL 다이나 로우 라이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의식한 탓일까? 독특한 외관과 크롬 바탕의 할리 데이비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설 업체가 수천 대의 생산에 머물고 있는 반면, 한해 16만대를 생산하고 있는 할리사는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수많은 모터사이클에 붙어 있는 할리 상표를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리는 보수적인 고객을 타켓으로 하고 있어 변화의 폭이 매우 적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1,450cc 엔진 스타일로 별도의 캠을 사용해 푸시로드 밸브 구동장치를 보강하고 고속시의 성능을 향상시킨 것이다.

다른 모터사이클에서 밸런스 샤프트와 엔진을 직접 장착하는 것과 달리 FXDL의 카브레터 엔진은 고무로 장착되어 있어 엔진에 의한 진동을 상당히 감소시켰다. 할리의 이 푸시로드 설계 방식에서는 다른 모터사이클에서 나타나는 저속시의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할리는 다른 모터사이클에 흔히 적용되는 신기술을 일부 채택했는데, 밀봉형 휠 베어링과 배터리, 제동거리가 짧아진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 등이 그것들이다. 단단히 고정된 캘리퍼와 로터는 슬라이딩 마운트 사용으로 열 팽창 발생에서 차이가 나는데, 세밀히 설계된 브레이크의 미세 가공부위로 열 팽창을 조절할 수 있다.

‘FXDL 다이나 로우 라이더’의 가격은 검은색이 14,330달러, 진주색이 14,570달러, 투톤 컬러가 14,915달러로 할리의 딜러에 따르면 주문이 밀려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웃돈을 주어도 사기가 어렵다고 한다.

빅토리, V92C
레저 차량을 생산하는 폴라리스사에서 최근 설립한 회사인 빅토리사의 생산 제품인 ‘V92C’는 일본이나 유럽의 첨단 모터사이클 소유자들을 주고객으로 겨냥한 새로워진 크루저 스타일의 모터사이클이다. 또한 우수한 핸들링과 할리 데이비슨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세 업체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빅토리의 엔진은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싱글 오버헤드 캠을 탑재해 실린더당 4개의 밸브를 개폐한다. 또한 익셀시어 헨더슨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제어 전자식 분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프레임에 단단히 장착되어 있는 1,507cc의 V-트윈 엔진에 밸런스 샤프트가 달려 있어 엔진 작동이 매우 부드럽다.

단단하게 장착되어 있는 엔진과 핸들 덕분에 핸들링이 매우 자유롭다. 밸런스 샤프트가 초기 떨림을 줄여 주지만, 모터사이클을 타고 한시간 정도 지나면 과도한 진동으로 운전자의 엉덩이가 마비될 정도.

뛰어난 제동으로 평판이 높은 브렘보사의 4피스톤 캘리퍼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택하고 있어 수퍼X처럼 강력한 제동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익셀시어 헨더슨의 브레이크는 작은 힘으로도 좀더 강력한 초기 제동력이 가능하다.
빅토리는 할리의 경쟁 모델보다 약간 낮은 가격으로 V92C를 내 놓았으며, 공급량이 모자라지 않을수록 충분히 생산하고 있다.

V92C 가격은 검은색이 13,399달러며 투톤 컬러가 13,999달러이다. 날렵해 보이는 2000년 새 모델은 검은색이 13,999달러, 투톤 컬러가 14,399달러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