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 듯 - Z8

로스앤젤레스 북부의 산악도로를 달려보면 예상치 못한 급커브와 거친 노면 때문에 대부분의 차들은 후미가 흔들려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새롭게 선보인 BMW의 ‘Z8’ 오픈카는 다르다. 그렇게 험한 도로를 신기하게도 상당히 안정감을 갖고 질주하기 때문이다.

Z8은 400마력의 힘으로, 엄청난 속도를 무리없이 감당하는 탁월한 성능을 내며, 첨단의 센서와 전자장비들로 안정감 있게 운행된다. 코너링할 때도 브레이크가 부드럽게 밟히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바퀴마다 다른 브레이크 압력이 가해지고 엔진에 무리가 오면 자동으로 조절된다. 공격적인 외형과 함께 고속 주행시 승차감이 아주 뛰어나다.

Z8은 명실공히 BMW사 기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BMW라 해도 120,000달러의 가격은 비싼 편. 일단 전시용으로 생산된 400여대는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다. Z8의 외형은 고급스럽긴 해도 사치스럽지는 않다. 크기 또한 마치 손에 딱 맞는 장갑처럼 적절하다. 내부장식도 알루미늄으로 시원스럽게 꾸며졌고 고풍스러운 계기판과 덮개는 자동으로 올려 손으로 잠그도록 되어 있다.

차체는 압출성형된 알루미늄 바디 위에 또다시 알루미늄으로 전체가 덮여 있어 강하고 단단한 반면 무게는 1,600kg에 육박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엔진은 6,000rpm에서 최고출력을 내며, 3,800rpm에서 토크가 369 lb-ft이다. 저속에서 강력한 힘이 나오며 짧은 순간에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핸들링은 민감하지만 급커브에서 비교적 무겁게 돌기 때문에 안정조절 시스템이 작동된다.

어쨌든, 급커브를 돌 때 맞은편에서 또다른 ‘Z8’이 달려온다면 반갑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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