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마이어즈는 흔들리는 계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조심스레 난간을 잡고 천천히 이층으로 올라와 화려한 벽과 매혹적인 커튼, 심플한 침대를 보여준다. 그는 “바로 옆에 있는 집무실은 기능적 측면이 강조됐으며 주거용 구역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정부가 제작한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없는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자랑한다. 물론, 소음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벽은 얇은 강철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니는 소리와 웅성거림, 옆방 문 여닫는 소리와 기계 소음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뚜렷하게 들린다. 그러나, 창문 밖을 내다보는 순간, 이러한 사소한 불편함은 충분히 참을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창문 너머에는 아름다운 은하수가 푸른색의 태평양과 북미대륙 위에서 황홀하게 빛나고 있다.
이 여행은 궤도를 선회하는 우주 호텔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밤과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지금 마이어즈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호텔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정박해 있는 퇴역 정기선인 퀸메리호에 승선해 있다.
사실, 퀸메리호에서 보는 광경은 세계 최초의 우주 호텔에서 앞으로 여행객들이 접하게 될 광경과 매우 비슷하다.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코비나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 아일랜드 그룹 이사인 마이어즈는, 빠르면 2007년쯤 우주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우주항공 학자와 과학자들은 2007년 민간자본을 투입해서 우주정거장을 제작할 계획에 있다.
최근까지도 우주에서 휴가를 보내는 꿈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현재 무게 약 1kg의 물건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2만 달러 정도가 든다.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 로켓을 개발해 내야지만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9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회의론자들은 이 계획에 대해 재사용 로켓 개발이 없이는 우주정거장을 세운다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년 봄에는 이러한 지적도 완전히 물거품이 될 듯 싶다.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미르공사가 백만장자인 데니스 티토를 러시아 미르 우주정거장에 보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데니스 티토는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주여행 경비를 지불했는데, 작년에는 일본인 TV저널리스트 한 명과 영국인 여자 한 명이 이 ‘여행’을 위해 각각 1천만 달러씩을 지불했었다. 우주 개발 사업자들은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투자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르공사는 우주 여행사업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고 마이어즈는 덧붙인다. 또한 놀랍게도, 과학기술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우주 여행을 하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우주 여행사업은 틀림없이 현실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TV 시리즈인 ‘생존자’ 제작진들은 우주 비행사 훈련에서 살아남은 민간인 생존자를 현존하는 러시아의 우주 정거장인 미르로 보낸다는 내용의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우주 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감지한 미르공사는 러시아 미르 운영사인 RSC 에네르지야와 합작, 낡은 미르 우주정거장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모듈을 최신식으로 교체하거나 개선하여 상업용 의약 연구실로 개방하고, 최종적으로 미르 공간을 현재보다 9배 정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몇몇 기관들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 계획했던 우주정거장 설계도를 전면 수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설계도가 실질적인 청사진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컨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주정거장 관련 기술들이 1970년대 이후 사용돼 온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설계가 반드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우주 관광사업에서 가장 쉬운 부분은 우주정거장 건설”이라는 게 쉐어스페이스사 상무인 론 존스의 설명이다. 쉐어스페이스사는 아폴로 11호 비행사였던 버즈 알드린이 우주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기관이다. “현재 우주왕복선 발사로켓은 약 113톤을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을 한번의 발사로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다. 또한, 우주 호텔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발사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매우 짧다. 스카이랩은 불과 3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에 소재한 우주관광협회는 ‘궤도 요트’ 제작에 평면도를 쓰지 않고 ‘체적도’를 강력하게 추진하게 되었다. 본래 우주는 평면이란 개념이 없기도 하다. 이 요트는‘스타트렉’의 우주 왕복선 모형과 ‘사랑의 유람선’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 한 개 크기로 부풀릴 수 있는 몇 개의 풍선으로 되어 있는데, 승객들은 이 안에서 지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무도장, 스포츠 시설, 사우나 시설도 갖춰져 있다. “우주는 겨우 161k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다만 가기가 쉽지 않을 뿐이죠. 그러나 우주는 세계 굴지 기업들과 부호들을 설득해 지적, 재정적 능력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대단히 매혹적인 사업 대상입니다”라고 우주관광협회 설립자인 존 스펜서는 지적한다.
현재 스펜서의 계획은 BSA호텔 소유주인 로버트 비글로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로버트 비글로우는 2005년까지 우주정거장 설계와 제작에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일부 몇몇 사람이 위험한 계획이라고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비글로우는 이미 공학자와 건축기사를 고용한 상태다. 비글로우의 구상은 서너 차례에 걸쳐 수정되었는데, 처음에는 달까지 승객을 수송할‘호화 유람선’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지금은‘선구적인 우주정거장’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좀더 실질적인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다.
설계도를 보면, 무중력 상태에서 회전하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비슷한 두 개의 모듈이 있다. 하나는 승무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주조정실과 침실, 식당, 위생시설이 여러 개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다른 하나는 연구실로 사용된다. 승무원 복귀선, 도킹 포트, 궤도 수정 시스템 같은 부속 지원 구조물이 각 모듈에 부착돼 있고, 각 모듈 바닥에는 급배수 시스템, 정화조, 전기 배선 등이 설치된다. 여기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각 모듈 양쪽 끝에 있는 ‘큐폴라’다.
두 명이 앉을 수 있으며,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한 솔로가 자신의 밀레니엄 팔콘 조종석에서 보는 것과 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우주정거장은 국제우주정거장보다 공간이 더 넓다”고 비글로우는 전한다. “유람선을 연상하면 됩니다. 빌지와 주갑판, 하갑판이 있고, 양쪽 끝에는 큐폴라가 있죠. 공간도 넓고 매우 안락할 것입니다.” 내부 온도는 섭씨 21도로 유지되며, 조명도 푸른색, 주황색, 흰색 중 하나를 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각각 모듈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서 영화를 촬영하거나 우주 정거장 내에 설치된 라디오 방송국에서 DJ가 실제로 방송을 할 수도 있다.
비글로우가 구상한 처음 3개 정거장은 대기업과 대학교에 임대될 것이다. 정거장은 자전을 하여 인공으로 중력을 만들 수 있으며, 관광 전용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반면, 스페이스 아일랜드사는 처음부터 연구와 관광을 염두에 둔 우주 정거장을 제작할 계획이다.
자전거 바퀴 모양인 이 곳은 1분에 1회 자전하여 응용 연료 탱크 내부에서 지구중력의 1/3을 만들어 낸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식사 및 배설, 수면, 걷기가 가능하다. 단지 방사형 통로로 외부 테두리와 연결될 정거장 허브만 무중력 상태가 된다. 정거장의 회전 속력을 증강시켜 지구와 같은 중력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마이어즈는 말한다. “우주 정거장에서 필요한 중력은 식물이 성장하고 물이 흐르고 공기순환이 적절히 이루어질 정도면 충분하다. 사람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지 않으면서도 무중력의 영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탱크 내부에는 창문을 내지 않을 계획이다. 정거장이 빠르게 자전하면 몇 초 간격으로 지구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현기증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스크린을 통해 허브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여줄 예정이다. 탱크 내부 벽은 화려한 색이 칠해져 있고 일반 건축자재에 사용되는 접착제에서 가스가 분출될 경우를 대비하여 린네르, 코르크, 발포고무로 만들어진 가구로 장식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환기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침실은 여러 개의 벨크로 테이프로 장식된다. 탱크들은 대부분 공간을 최대한 늘리고 여행객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다용도 기능을 갖췄다.
“우리 목표는 여행객들에게 최고로 즐거운 우주 체험 여행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윔벌리 맬리슨 통앤구의 수석 연구원인 브라이언 허스팅의 설명이다. 윔벌리 맬리슨 통앤구는 호놀룰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우주 정거장 내부 모델을 설계한 건축회사다. 이들은 호텔 자체보다는 여행객이 자신의 여행 목적에 따라 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만들었다. 항상 관찰하고 연구하기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과학자들을 도와줄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유타주에 고고학적 발굴을 하러 가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 우주왕복선 시스템을 이용해 승객을 수송하려는 스페이스 아일랜드사는 민간 후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연 우주 여행은 언제쯤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구체적인 계획과 발사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미르공사는 여행 경비로 2천만 달러를 지불한 티토와 같은 승객들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쉐어스페이스사의 존스는 무모한 우주정거장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현실을 명확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상상하는 우주호텔을 모두 설계할 수는 있지만, 만약 우주로 저렴하게 여행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운송시스템과 우주 호텔을 통합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러한 현실적인 경고들이 우주관광업을 촉진시킬지, 더욱 침체시킬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투자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거의 자선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비글로우의 경고를 음미할 필요도 있다.
인류 최초로 세워질 우주호텔의 탄생은 과연 가능할까?
버즈의 열풍
달에 모텔을 세운다고? 화성에서 인간이 산다고? 이 모두가 미치광이 몽상에 불과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계획은 우주산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 과학자가 구상한 것인데, 바로 30년 전 달에 착륙했던 에드윈 E.“버즈” 알드린 2세이다.
알드린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사상 2번째로 달에 착륙한 사람이다. 현재 그는 20년 후 자신의 꿈인 지구와 화성을 정기 순항하는 우주선을 개발하기 위해 명쾌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버즈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빠르면 16년 뒤에는 달로 신혼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론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MIT 우주공학 박사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맥가이버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버즈’박사. 그는 미리 발사된 로켓의 개량한 상단 연료탱크를 궤도에 진입시켜 이를 케이블로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상단 연료탱크는 주거용 모듈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개량형 새턴 V 로켓의 스카이랩이 한 예다. 버즈는 “이는 차세대 우주정거장으로서 80∼100여 명이 일주일 정도 지낼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2∼3개의 로켓을 쏘아 올려 달이나 화성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를 건설하는 조립 부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더욱이 지금은 이를 현실화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알드린이 설립한 스타크래프트 부스터즈사는 여행객을 우주 호텔로 수송할 우주 왕복선을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자금 지원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4년 정도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새로 제작될 로켓은 자동으로 지구의 착륙장으로 날아와 24시간 이내에 다시 발사될 수 있다. 이에 반해 현재 재사용 로켓은 바다에 떨어지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수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매일매일 달로 수송하는 우주버스에 사용되는 좀더 발전된 신형 로켓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원대한 계획을 방해하는 위험요소는 뭘까?“머브 그리핀이나 도널드 트럼프와 같이 위험한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업가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버즈는 말한다.
알드린은 우주 관광산업을 자신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즉, 엄청난 과학 발전의 초석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우주 관광산업을 위해 구축한 설비들을 화성 탐험에 이용할 수 있으며, 관광사업 수익이 없다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관광 목적이 아니라면 값비싼 우주 여행에 선뜻 나설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알드린은 말한다.
알드린은 우주관광업을 촉진하는데 여생을 바치고 있다. 한때 알콜 중독자로 비난을 받았던 사람으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노벨상, 여행, 방송출연, 국회로비 활동은 알드린의 폭 넓은 캠페인의 일부이다. 절친한 친구 데니스 티토에게 미르호 승선 예약을 신청하게 한 것이 알드린의 첫 성공담. 그러나 알드린은 백만장자들만 우주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우주비행이라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비영리조직인 쉐어스페이스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미르 정거장이나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복권사업이다. 당첨자가 머물 숙박 시설 등 세부사항에 관해 질문하자, “이 사업 핵심은 사람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근사한 우주 체험을 제공하는 겁니다. 잠은 집으로 돌아온 뒤 자도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알드린은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