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ng all wrist phones!

만화에 나오는 명탐정 딕 트레이시는 신기한 장치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 중 손목시계형 휴대폰은 그 당시 기술력으로는 수십 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만화를 그린 체스터 구드는 순전히 상상에 의존하여 그려냈을 뿐이다. 어쨋든 이 만화는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어 준 셈이 됐다. 실제로 그런 휴대폰이 탄생했으니까 말이다.

현재 모토로라와 삼성, 스와치에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손목에 차보고 싶어할 만한 손목시계형 휴대폰을 개발중이다. 삼성제품은 이미 국내에서 시판중이고, 다른 두 회사 제품은 아직 컨셉을 구상하는 단계. 내년 말쯤이면 아마 세 회사가 만든 제품이 일제히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손목시계형 휴대폰이 이렇게 부각된 이유는,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폰 기능을 손목시계에 내장, 복잡한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한 것이다. 220그램이 넘는 휴대폰을 60그램 무게인 시계로 축소하는데 요구되는 기술적 문제는 이미 상당부분 해결한 상태다.

1946년 선보였던 트레이시 통신장비는 얇고 매끄러운 형태였지만 이 세 회사에서 출시되는 손목시계형 휴대폰은 일반 손목시계에 비해 크기만 조금 더 클 뿐 외양은 비슷하다. 마이크와 스피커, 안테나가 부착되고, 통화 및 대기 시간을 높이는 등 복잡한 휴대폰 기능을 추가시키려면 크기가 조금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손목시계보다 좀 더 큰 것쯤이야 눈감아 줄 수 있지만‘스와치 토크’에 달린 아날로그식 버튼은 너무 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투박한 손가락으로 작은 버튼을 하나씩 눌러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이쯤은 빙산의 일각이다. 손목시계라는 협소한 공간 안에 일반 전화기처럼 12개의 버튼을 집적해야 하는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스와치 토크는 키패드 위에 키(key)가 달린 전화기처럼 시계판 둘레에 버튼이 달려 있다. 전화를 걸려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

삼성의 SPH-WP10과 모토로라의 손목시계형 휴대폰 Accompli는 디지털 방식이다. SPH-WP10과 Accompli는 음성 인식장치를 이용해 전화를 건다. 시계에다 대고 번호를 부른후, ‘통화’라고 말하면 자동 연결된다.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는 물론 손으로 번호를 입력해도 된다. 반면, 통화 가능 시간은 기존 휴대폰보다 짧아 1~2시간 정도. 통화 대기 시간도 기존 제품보다 조금 웃돈다.

모토로라와 스와치사에서는 아직 통화 시간을 밝히지 않았으나, 삼성측에 따르면 48시간을 조금 밑도는 대기시간과 90분의 통화 시간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만화 속에 펼쳐진 상상의 세계가 어느 덧 현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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