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s sensibility

최근에 선을 보이는 SUV 차량들은 트럭을 베이스로 개발한 강인한 닛산 엑스테라로부터 외양과 성능, 승차감이 승용차를 방불케 하는 신형 스바루 아웃백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해졌다. 하나같이 최신 기술들을 적용하고 트럭의 성능과 승용차의 특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최근에 나온 SUV의 다양한 디자인은 본지가 면밀히 분석한 6대의 차종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먼저 엑스테라는 작년에 크게 히트를 친 차종이며, 아웃백과 시보레 트래커는 2001년용으로 새단장 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은 현대의 산타페, 포드의 이스케이프, 마즈다의 트리뷰트로서, 이스케이프와 트리뷰트는 포드와 마즈다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차종들은 모두 험한 길을 달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격, 기술, 디자인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출시된 지 올해로 12년째를 맞으며, 세 번째로 모델이 변경된 시보레의 트래커는 155마력의 2,500cc급 V6 엔진을 새롭게 장착했다. 트래커는 한때 핵심 성능만 갖춘 SUV로 유명했지만, 새로운 LT(고급형 트럭) 모델에서는 두꺼운 크롬 도금을 한 정면, 조화를 이룬 측면 금속판과 발판, 승차감이 부드러운 래디얼 타이어 등 더욱 화려해졌다. 내부를 보면 일본 스즈키사에서 만든 시보레라기보다는 캐딜락을 연상시킨다. 특히 가죽 커버(금년에 새로 장착), CD 음향시스템, 파워 보조장치가 눈길을 끈다. 기본모델 가격이 1만 달러인 소형 트럭부터 시작해 지금은 풍부한 설비를 갖춘 22,845달러 짜리 초고급 소형 트럭으로 변신했다.

튜닝을 새롭게 만들어 짧은 축거(2,480mm)와 구동차축 섀시로도 불편이 없게 했다. 광폭의 굿이어 70 시리즈 래디얼 타이어는 울퉁불퉁한 노면의 충격을 거뜬히 흡수하지만 오프로드 타이어 특유의 우락부락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트래커의 뒤 차축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막아주는 연결 링크가 5개로 늘어난 덕분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트래커의 새로운 6기통 엔진은 rpm이 높지는 않지만 부드럽다.

새로운 트래커는 통근용으로는 편리하지만 시골길 주행용으로는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차다. 핸들이 느리고 비선형식이어서 코너로 진입하거나 직선로로 빠져 나올 때 팔힘이 똑같이 든다. 아담한 크기와 적당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트래커는 60초까지의 순간 가속(5위), 제동(공동 최하위), 핸들링(중간)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전개가속과 정속 주행시에도 트래커의 6기통 엔진이 가장 시끄러웠다.
트래커는 오프로드로 들어갔을 때에도 발판이 낮고 포장도로에 알맞는 타이어 접지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침이 없었다. 구조가 단순한 듀얼레인지 4륜구동시스템은 모래가 많은 젖은 노면에서도 놀라운 기동성을 보여주었다.

닛산의 엑스테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경됐다. 웬만한 중간급 SUV도 콘서트홀 수준의 음향시스템을 장착하고 실내를 초고급으로 장식하면 3만 달러 선을 우습게 넘어서지만 엑스테라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SUV의 핵심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엑스테라의 모체는 단순한 구조의 판스프링 뒤 차축 서스펜션과 운전자의 조작에 의해 4륜구동으로 전환되는 방식의 픽업 트럭이다. 외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짐받이 난간이 달린 2단 지붕선과 리프트게이트에 있는 구급함, 수직으로 올리는 뒷문 손잡이다. 가격은 18,000달러부터 시작해 옵션을 모두 채택해도 28,0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엑스테라에서 승용차 분위기를 내는 유일한 점은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노면에 콜타르 조각이 나뒹굴거나 움푹 패인 곳이 있어도 이렇다 할 흔들림 없이 거뜬히 나아간다. 아쉬운 점이라면 과격하게 운전할 때 지진을 만난 흔들의자처럼 전후좌우로 요동을 친다는 점이다.

엑스테라는 핸들링 테스트에서 운전자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았는데, 이유는 댐핑고무의 비틀림과 너무 부드럽게 조정된 서스펜션, 6대 중에서 가장 높은 무게중심 그리고 초보적인 섀시 하드웨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가속력이 떨어지는 것은 차체 중량이 가장 무거운 반면 엔진출력은 두 번째로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SUV에서 승용차 수준의 쾌적함과 가속력을 기대한다면 엑스테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견인력, 강인성, 부담없이 쓰는 다용도성 같은 고전적 트럭의 기능을 중시한다면 동급 SUV보다 최고 1만 달러나 저렴한 엑스테라를 고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엑스테라와는 극을 달리는 것이 스바루의 아웃백이다. 차체에서 트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아웃백의 장점은 첨단 상시 4륜구동 시스템, 강력한 6기통 엔진, 스위스제 아미나이프처럼 다양하게 변신하는 왜건 차체에서 나온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더 낮은 최저 지상고(차체 하부와 지면과의 간격)와 더 부드러운 서스펜션 조정장치를 이제 막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스바루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기능을 구현했다.



2001년형 모델에는 3.000cc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스바루의 다른 차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스바루는 35년간 사용해 왔던 수평대향 4기통 엔진에 2기통을 더 붙이지 않고 이번에는 백지 상태에서 엔진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여 기존의 엔진보다 약간 길어졌을 뿐인데도 파워와 토크는 무려 30퍼센트나 향상된 엔진을 만들었다.

아웃백에 새로 장착한 H6-3.000cc 엔진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스바루는 마찰력 감지 기능과 역동적 안정 운행 능력을 가진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엔진 출력을 조절하고 마찰력을 상실한 바퀴에 적절한 제동력을 줌으로써 바퀴의 스핀을 방지한다. 또한 방향 안정성은 필요한 한두 개의 바퀴에 제동을 가하여 과도한 요잉(차가 좌우로 회전하는 현상)을 막고 컴퓨터로 제어되는 중앙 차동 장치로 동력 전달을 규제함으로써 확보한다.

조향 안정성 시험에서는 스바루의 새로운 미끄럼 및 스핀 제어 시스템이 아주 매끄럽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성능을 극한까지 알아보기 위해 일반적으로 전자보조시스템 스위치를 끈 상태에서 실험을 하는데, 아웃백에는 이런 스위치가 없었다. 그 결과 승용차모양에 가장 가까운 아웃백이 회전과 차선변경 시험에서는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접지력이 한계점에 왔을 때마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 제어시스템이 재빨리 속도를 줄였기 때문이다.

아웃백의 가속력은 탁월했다. 212마력의 엔진은 무게 1,700kg의 육중한 중형 왜건을 9.7초 만에 시속 96km까지 가속시켰다(전체 2위). 부드럽고 효율적인 엔진 덕분에 연비와 실내 소음 측정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오프로드로 나서자 아웃백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접지력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으나 길게 튀어나온 앞부분 때문에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는 모래나 자갈, 눈이 흡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현대의 산타페도 포장도로에서 제기능을 발휘한다. 승용차에 바탕을 둔 산타페는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전륜구동 기능 없는 기본사양 차로 시험했다. 현대의 소나타 세단을 모체로 한 산타페는 V6 엔진과 4단 자동 변속장치를 장착했다. 세단인 소나타보다 엔진 배기량이 커져 2.7000cc에 181마력의 힘을 낸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상시 4륜구동 시스템에 채택된 혁신적인 비스코스 커플링 유성기어도 눈길을 끈다.

산타페의 외양은 SUV로서 손색이 없으며 주행감이나 승차감도 패밀리 세단에 가깝다. 급가속을 할 때 약간 토크 스티어가 일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깔끔하고 안정감 있게 주행한다. 세련되게 만든 후드 덕분에 전방 시야가 좋고, 팔을 놀릴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시험차종 6대 중 가장 넓다. 뒷좌석을 접으면 2.2㎥의 적재 공간도 생긴다. 이 정도면 아주 요란한 주말 행사를 계획하는 사람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둔감한 조향성, 소프트한 서스펜션 튜닝, 차체 중량의 3분의 2가 실린 앞바퀴로 인해 공격적인 주행 성능은 조금 떨어진다. 산타페는 핸들링, 제동, 가속에서 중간 순위에 들었지만 주행 만족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비포장도로에서는 뒤차축의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다른 차들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산타페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가격일 것이다. 이미지 쇄신 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는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산타페의 가격을 옵션을 선택해도 2만달러 조금 넘는 선에서 결정할 에정이다(기자 회견장에서는 가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포드의 이스케이프와 마즈다의 트리뷰트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두 차종은 두 회사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포드는 기술력, 두 기종의 엔진과 자동 변속기를 제공했고 마즈다는 엔지니어링, 수동 변속기, 혁신적인 주문형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맡았다. 앞바퀴가 미끄러지면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속도 차이가 압력을 발생시키고 이 압력이 자동으로 다판 클러치를 움직여 뒤 차축을 구동시킨다. 운전석에서는 이 시스템을 4륜구동으로 고정시킬 수도 있다.

파워트레인과 섀시 하드웨어를 공유하는 이스케이프와 트리뷰트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쌍동이 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내장과 외장의 디자인은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쇽업소버의 구조, 파워트레인 컨트롤 알고리즘과 파워 스티어링 조정상태와 같은 핵심 부분에서도 차이점이 엿보인다.



이스케이프와 트리뷰트는 승용차형 트럭의 개념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차체와 프레임을 하나로 통합하여(일체형 구조) 입구의 높이가 낮아졌고 최저지상고도 좋아졌으며 실내 공간도 여유가 생겼다. 200마력의 3.000cc V6 엔진은 출력을 높여도 소음과 진동이 적어 실내 분위기를 쾌적하게 해준다. 리프트게이트와 테일게이트를 결합시킨 도어 덕분에 짐을 쉽게 꺼내고 넣을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를 짐칸 바닥 밑에 수납하도록 해서 외관이 깔끔하고 산뜻해졌다.

또 주행성과 핸들링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확 트인 길에서 가속을 하면 거친 느낌을 주지만, 포드의 타우러스에도 장착된 듀라텍 V6 엔진은 조용하고 섬세한 주행력을 제공한다. 디스크 드럼식 제동시스템은 제동이 잘 되고 거듭된 사용에도 제동력이 약화되지 않는다.

이스케이프와 트리뷰트는 트림과 각종 장치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120kg이나 차이가 난다. 이런 중량 차이 때문에 두 자동차의 주행 능력은 예상보다 큰 차이가 났다. 2차선에서 실시한 충돌 회피 차선 변경 실험에서는 두 대가 공동 1위에 올랐지만 내리막길 질주에서는 트리뷰트가 조금 더 빨랐고 민첩성도 눈에 띄게 우수했다. 트리뷰트는 또 가속 실험에서도 이스케이프를 비롯한 여타 SUV들을 능가했다.
안정된 스티어링 및 서스펜션 조정장치력을 가진 트리뷰트는 출발선에서 튀어나가기 직전의 육상선수를 연상시킨다.

최대한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변속기는 엔진이 6,000rpm까지 올라갔다가 고속 기어로 전환됐다. 포드가 SUV 기능을 골고루 만족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다면 마즈다는 스포츠카다운 주행 성능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트리뷰트만큼 운전을 즐겁게 하는 SUV는 이제까지 BMW의 X5 말고는 없지 않나 할 정도나, 아쉬운 점은 움푹 패인 길에서 유연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험한 길에서도 부드럽고 안정되게 주행하는 SUV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포드의 이스케이프를 권하고 싶다.

포드와 마즈다 SUV의 새로운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해 중량 1,200kg의 보트를 실은 트레일러를 견인했다. 노면이 젖은 경사로에서 트리뷰트가 가속할 때 뒤 차축이 가동을 시작하기 전 앞바퀴가 한두 번 헛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록 버튼을 누르자 타이어는 전혀 헛돌지 않았다. 확 트인 길로 나서자 트리뷰트의 안정된 서스펜션 조정장치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견인물의 저항을 이겨내는데 안성마춤이었다.

기능이 이렇게 다양할 때는 비교 실험을 통해 항상 명백한 승자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UV 디자인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우리는 주저없이 마즈다의 트리뷰트와 포드의 이스케이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두 자동차는 다양한 기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잘 조합시켜 승용차와 트럭의 정형화된 틀을 탈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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