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능에 디자인을 맞추는 시대는 지나갔다.

「제품이 가진 기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그 다음 여력이 되면 상상력이 가미된 디자인으로 마감할 것.」 이것이 기존 신제품을 만드는 전통적인 순서였다. 하지만 요즈음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미래에 선보일 기술을 상품화하는 초기 단계부터 아예 디자이너들을 참여시켜 깜찍한 외양을 지닌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아무리 간단한 전자 제품이라도 우수한 기능만 갖고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기엔 부족하며, 외양까지 날씬하고 매력적이어야 비로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개발자들은 이 현상을 가리켜 “전자 제품도 이제‘패션’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이번 특집기사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은 실제 상품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비슷한 모양의 제품들이 곧 쏟아져 나올 것만은 확실하다. ‘휴대’, ‘소지’의 개념에서 이젠 옷처럼 가볍게 ‘입는’ 개념으로 바뀐 신제품들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사뭇 궁금하다.

인터넷 방송까지 잡는 라디오
제 품 : i라디오
디자이너 : 펜타그램
고전적인 AM라디오에서 디자인에 대한 힌트를 얻은 이 특이한 모양의 제품은 미래형 라디오다. 원하는 전세계 라디오 방송을 모두 수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인터넷 전용 채널까지 수신할 수 있다는 것이 제품의 포인트. 설치는 가정용 광대역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망에 직접 연결하거나 무선 블루투스를 사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영국의 THX사에서 개발한 초박형 누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할 수 있는 제품.



가정에서도 즐기는 화상회의
제 품 : 키드-볼
디자이너 : AT&T의 프록
재택 근무가 보편화함에 따라 현재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내용 무선전화기도 조만간 화상회의용 전화기로 대체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농구 공만한 크기를 지닌‘키드 볼’은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무선 화상전화기다.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면 다자간 동시 화상 회의도 가능하다. 비디오 스크린과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가 공 안에 모두 내장돼 있다. 음성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것도 특징.



주머니 속의 인터넷
제 품 : 피오르
디자이너 : 챈 사피어스타인
미래의 PDA는 MP3 플레이어, 인터넷 브라우저, 화상회의장치 등을 모두 결합시킨 형태가 될 것 같다. 신축성이 있고 유연한 피오르의 스크린을 열면 오른쪽 위에 장착돼 있는 카메라가 디지털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촬영한다.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해 웹에 접속할 수 있으며, 직접 단자에 꽂아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에 보이는 장치는 충전기.



골퍼의 새 동반자
제 품 : 골프 버디
디자이너 : IDEO
골퍼라면 한번쯤은 슬라이스를 내고 창피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제품 골프버디를 들고 필드에 나가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제품은 GPS 수신기, 카메라, 센서가 내장돼 있어 골퍼가 스윙할 때 발의 위치를 모니터하고 바로 스윙 자세를 분석해준다. 페어웨이나 벙커 등 까다로운 지점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적절한 충고도 해준다.



최소형 랩탑
제 품 : 데이터플레이 랩탑
디자이너 : 데이터블레이의 볼란 디자인
랩탑을 좀더 작게 만들기 위해서 데이터플레이에서 채택한 디자인은 12.7×17.8×2.5(cm) 크기의 문고판 도서 크기다. 이 노트북에 포함된 분리형 트랙 패드, 숫자 패드, 스피커는 마치 종이 접기를 하듯이 가볍게 접을 수 있다. 블루투스나 무선 모뎀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머리에 쓰고 즐기는 게임기
제 품 : 로버
디자이너 : 지바 디자인
군사용 첨단 헤드세트 디스플레이처럼 생긴 이 시제품은 박진감있게 몸을 움직이면서 최신 게임을 즐길 있게 해준다. 윗 부분에 게임용 CD를 넣고 이어폰을 꽂은 후 렌즈를 통해 TV 모니터를 보면 된다. 내장된 자이로스코프가 머리 움직임을 측정, 360도의 가상 화면을 제공한다.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는 컴퓨터
제 품 : 까메오
디자이너 : 허브스트 라자르 벨
옷가게에서 자신이 고른 옷이 잘 어울리는지 일일이 입어보는 게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 나왔다. 옷가격에서 자신의 사진과 신체 치수를 까메오에 입력하고 마음에 드는 셔츠 코드를 스캔하면 이 셔츠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난다. 몇 번만 더 클릭하면 어울리는 넥타이까지 골라주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동전화 겸용 필기구
제 품 : 소호 스틱
디자이너 : DD 스튜디오
소호 스틱은 차세대 이동 전화다. 사실 이 제품은 이동 전화와 가상 펜 기능이 결합된 형태로 전화기 플립을 닫은 상태에서 글씨를 쓰고 스캐닝을 한 후, 플립을 열고 자료를 전송하면 된다. LCD 화면으로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도 할 수 있다. 작업이 끝나면 펜을 충전기에 꽂으면 된다.



전자 여행 안내서
제 품 : 보이프라이데이
디자이너 : 루너 디자인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안내인이었던 프로머스 앤 렛츠고가 사라지고 대신 똑똑한 여행안내서인 보이프라이데이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 모르겠다. 신제품 보이프라이데이는 미리 여행 스케줄을 입력하면 여행장소뿐 아니라 음식점이나 유명한 전시회 등을 척척 찾아준다.

꽃잎형 데스크탑 오거나이저
제 품 : 주주
디자이너 : 허브스트 라자르 벨
디지털 기기들이 펜이나 종이클립처럼 흔해지면서 데스크탑 오거나이저‘주주’가 새롭게 선보였다. 주주 시제품은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PDA 등이 결합한 모습. 마치 식물처럼 잎사귀 모양으로 생긴 태양 전지에 태양 광선을 받아 충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똑소리나는 여행지도 하나 키우시죠?
제 품 : E-맵
디자이너 : IDEO
잘 찢어지는 종이로 된 지도에서 이제 해방될 때가 온 듯하다. 미래의 지도 E-맵은 사용자가 움직이면 자동으로 북쪽을 찾아준다. 정확한 현 위치와 방위를 추적할 수 있어 길을 헤매는 걱정은 절대 없다. E-맵의 원리는 GPS 기술로 사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파악한 후, ‘전자 잉크’로 표시하는 것. 사용자가 이동하면 지도도 따라 움직이고 사용자의 방향이 바뀌면 지도의 방향도 변경된다. 전체 여행 경로 및 이미 지나온 길을 추적하는 기능까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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